안녕하세요, 가볍게~ 입니다.
처음 인사드리네요.
저는 그저 가볍게, 저 편한대로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지난 번 모임에서 소개한 책을
부끄럽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올려요^^
그리고
이 책은
연휴가 끝나면 "밥"님께 보내드릴게요~
"나는 작고 느리지만,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 화성 탐사 로봇 “로버” (행성을 탐사하는 탐사선을 달리 부르는 말)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목표했던 임무수행 시간을 훨씬 넘겨 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뭔가 뭉클했어요.
이 아이의 임무는 바퀴로 움직이며 탐사하고 찍은 사진을 지구로 보내는 것이래요.
지구에서 이 아이를 화성으로 보낸 사람들은 화성시간으로 90솔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90솔 이상, 지구시간으로 90일을 넘겨 몇 년째 임무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계곡에 갇히기도 했고 모래폭풍을 만나기도 해서 움직일 수 없었지만
다 이겨내고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놀라웠습니다.
그저 프로그래밍 된 대로 움직일 뿐인 감정도 감각도 없는 로봇일 테지만
저는 그 아이에게 인격을 부여하며 감정이입이 되었어요.
온갖 풍파를 겪어 모습은 볼품없지만 정직히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 같았지요.
그렇게 로버라 이름 한 그 아이를 마음에 담아두었더랍니다.
과학 그림책류는 좋아하지 않는데 “화성 탐사 로봇” 이란 말에 털컥 샀어요.
오래 전에 ‘로버’라 마음에 담아두었던 아이의 이름은 “오퍼튜니티”였네요.
전문 글 작가의 상상력과 글 솜씨에,
그림 작가의 치밀함과 수고가 더해져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를 지면에서나마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감. 동. 입니다.
그림작가님이 얼마나 고심하며 뼈를 깎는 작업을 했을까 싶었어요.
그림책은 분명 2차원의 세계지만
이 그림책은 3차원을 떠나
지구에 있는 나와 화성에 있는 오퍼튜니티를 만나게 합니다.
분명 제가 화성에 갔다 온 것 같았어요.
글 작가님의 글은 또 얼마나 감동인지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위험도 없지만 발견도 없다.
나는 화성 담사 로봇,
가보지 않은 길로 계속 나아간다.
나는 작고 느리지만,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천천히,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흙먼지가 자욱한 화성의 붉은 땅에 두 줄기 바퀴 자국이 뚜렷하다.
내가 지나온 길이다.
지구의 누구도 와 보지 못한 길,
어쩌면 우주의 그 누구도 와 보지 못한 길.
내가 만든 길, 나의 길.
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 오늘도 나의 길을 간다.
50을 거뜬히 넘으니 몸을 사리게 됩니다.
산을 좋아하는데 (좋아하기만 하지 이것저것 무서워서 가지는 못했어요.)
이젠 산과는 작별을 해야 하나 보다 했습니다.
코로나로 집안에만 있는 게 힘들어질 때쯤 오랜만에 산책이란 걸 했지요.
그냥 걷다보니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코앞이었어요.
산 입새에서
‘어쩔까, 오를까 말까? 멧돼지 나오면 어쩌지? 나쁜 놈 만나면 어쩌지?
에휴 이 나이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
‘하지만 가고 싶다. 흙냄새, 나무냄새를 맡고 싶고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고 싶다.
두려움을 이겨볼 용기 좀 가져보자.’
이렇게 나에게 용기를 줍니다.
오랜만에 가파른 길을 오르는 거라 힘들었어요.
‘천천히 가자. 가다가 숨차면 그대로 서서 쉬었다 가면 되지.’
‘그래 오퍼튜니티도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갔잖아.’
천천히, 한 발짝씩 가다 서다 땅만 보며 오르막을 올랐어요.
‘오퍼튜니티의 사명은 화성 탐사, 나의 사명은 뭘 까?
작고 사소해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속담이 맞아.
살려고 하면 누군가 돕는다니까.’
‘좀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너무 헤매고 다녔어.’
뭐 이런 저런 생각이 흘러가게 두며 걷다보니
목표지점이 저 앞이었어요.
‘아~ 이렇게 여기까지 왔구나. 내가 아직 할 수 있구나.
무릎도 괜찮네. 괜히 겁먹었구나.
나 아직 할 수 있구나’
자신감이 차올랐어요.
뿌듯하고 충만해져서 가볍게 산을 내려왔답니다.
다시 이 그림책을 읽어봐요.
화성에 온 지 얼마나 됐을까?
5년? 10년? 20년?
잘 모르겠다. 요즘은 도통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다.
.
.
.
바퀴는 덜컹거리고 로봇 팔도 삐걱거린다.
카메라 렌즈가 더러워져서 사진도 전처럼 선명하지 않다.
지구에 소식을 보내는 데도 한참 걸린다.
.
.
.
오늘은 오늘의 별들이 빛나고 있다.
울컥, 눈물이 가슴 한쪽에 출렁입니다.
결국 삶은
새파랬던 청춘을 다 누리지도 못한 것 같은데
어느 새 늙어 곧 종착역에 다다르겠지요.
그렇더라도
오늘은 오늘의 별빛이 빛나듯
저도
'오늘, 나의 오늘을 씩씩하게 살아가자. ' 합니다.
첫댓글 천천히,
가다가 숨차면 쉬었다 가면되지,,
가볍게님과 함께,
오퍼튜니티와 함께
화성을 천천히 한바퀴 돌고 온 느낌입니다 ^^
천천히 가다 쉬다,, 몸의 감각을 다 열고 하나하나 느끼면서 갈 수 있어서 뭔가 커지고 깊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날 가볍게님을 통해
저는 오퍼튜니티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오퍼튜니티를 갖게 되었습니다.
두달 전, kbby 도서추천위원회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이거 팍션이야? 팩션(based on true story))이야?''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다가
그냥 지나친 그림책이었습니다ㅜㅜ
한 사람이 한 권의 그림책을 깊게 만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셨어요...감사
'나의 사명은 뭘까? ...'
가볍게님에게 처럼
제게 그 질문을 하게 하고
또 답을 찾게 한 그림책이 바로
'잠잠이'여요
'햇빛을 모으고
빛깔을 모으고
말을 모으는'
일,
그게 제게 부여된
사명이라는 걸..
고맙습니다♥
잠잠이가 있으면 모으는 이도 있고
힘쓰는 이도 있고 낳고 돌보는 이, 위로하는 이..
모두가 다 소중한데 말예요 ㅎ
제 사명은?
모르겠어요 ㅎ
오늘을 사랑스러이 마음 열어 품어보려고요;;
가볍게님의 글 덕분에
오퍼튜니티를 깊이 만난 느낌이예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