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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북한의 <로동신문>은 2008년 9월 8일 “《인민공화국선포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라는 글을 게재(揭載)했습니다. 이 수필은 “뜻 깊은 9월의 푸른 하늘가에 울려퍼지는 한편의 노래가 우리 천만군민의 가슴을 한없이 격동시킨다./ 백두산 천지에서 제주도 끝까지 새 기발 높이여 삼천만은 나섰다. 산천도 노래하라 이날의 감격을 조선은 빛나는 인민의 나라다.”로 시작되는데, 김정일이 “9월 9일은 우리 인민이 수령님을 처음으로 국가수반으로 모신 날이라고, 우리는 수령님께서 이어주신 우리 민족의 력사를 계속 빛내여가야 한다고 절절하게” 말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2008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60돐”로 독재자 김정일에게는 뜻 깊을 수 밖에 없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니 환갑잔치를 잘 할 수 밖에...
2008년 9월 9일! 그날 희한(稀罕)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이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 드리는 축하문”을 보냈습니다. 이 축하문은 김일성에게 “가장 숭고한 경의”를, 김정일에게는 “최대의 영광과 가장 열렬한 축하”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곧 위대한 김일성”이며, 김정일이 있기 때문에 “주체의 태양으로 영생”하고 “우리 공화국이 김일성조선으로 세기를 이어 빛을 뿌리고 있다는 것이 전체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이 심장깊이 체득한 고귀한 진리”라고 했습니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2008년 9월 9일을 전후해서 북쪽 땅 곳곳에선 김일성 부자 우상화를 위한 문화 행사들이 다양하게 펼쳐졌습니다. 2008년 8월 4일 시작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아리랑》'과 정권 수립 60돌을 기념해 특별히 만든 집단체조 '번영하라 조국이여'도 평양 릉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낮 시간대에 공연되고 있는 등 문화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기념주화도 발행되었습니다. 2008년 9월 8일 자(字) <로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2879호’을 실었는데, 제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60돐을 맞으며 기념주화를 발행함에 대하여” 입니다.
그런가 하면 ‘평양 9월 7일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에서 공화국창건 60돐 경축행사들 계속 진행”이라는 ‘보도’에서 “6일에는 청년학생들의 경축모임과 전국녀맹원들의 웅변모임, 농근맹중앙예술선전대 공연이 각각 진행되였다...농근맹중앙예술선전대 공연무대에는 설화와 합창 《인민공화국선포의 노래》, 녀성3중창 《휘날려라 공화국기 우리 삼색기》, 녀성독창 《수령님 모시고 천년만년 살아가리》 등의 종목들이 올랐다. 출연자들은 종목들에서 사회주의나라를 세워주시고 조국번영의 만년토대를 마련해주신 김일성동지와 주체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온 세상에 떨쳐주신 김정일동지의 불멸의 업적을 높이 칭송하였다.”고 했습니다.
또한 9월 9일 자 <로동신문>은 사설 등 많은 기사를 실으면서 북한 시인 김상호의 서정시 <나의 조국>(아래 발췌)을 게재했습니다. / “알지 못해라 언제부터 나의 가슴에 깃들었는지 아마도 그것은 나의 첫 삶과 함께 이미 조용히 자리 잡은 것이리.../ 조국이여, 너는 세기의 하늘높이 나래 쳐오르는 세찬 퍼덕임 그 아득한 높이의 빛발 찬란한 우리의 미래/ 그 미래를 바라보며 온갖 시름 잊은 얼굴들이/ 로동의 기쁨안고 돌아오는 락원의 거리/ 무수한 배움의 창문을 비쳐드는 해살과/ 보육원들이 지켜선 애기들의 고요한 숨결.../그렇다, 조국은 수령님 찾아주신 우리의 삶 수령님 안겨주신 우리의 긍지 영원한 영원한 그이의 품/ 그 품이여라! 조국이여 나의 조국이여”// 김일성 부자를 위한 일종의 우상화 시(詩)입니다.
2008년의 ‘잔치’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행사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2006년에 발행된 <조선말대사전>은 “9.9절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기념일”(433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기념일 =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주체 37(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창건하신 불멸의 업적을 영원히 빛내이고 후세 길이 전하기 위하여 해마다 국가적 명절로 기념하는 9월 9일.”(1406쪽)이라고 했습니다. ‘불멸의 업적’을 남긴 김일성...어처구니(於處軀尼) 없습니다.
그러면 2018년 9월 9일의 ‘칠순잔치’는? 김정일이 2011년 12월 17일 아버지가 이승을 하직하자, 김정은 새 수장(首長)은 2012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2016년 두 차례 1월 6일 제4차, 정권 수립 68주년 기념일인 9월 9일 제5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신년사’에서 “지난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국주의 반동세력의 정치·군사적 압력과 제재책동이 극도에 달하였지만, 우리 군대와 인민의 필승의 신념을 꺾지 못하였으며 주체 조선의 도도한 혁명적 전진은 가로막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점잖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도 2017년 9월 3일 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천지가 개벽(開闢)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2018년 2차 남북정상회담(南北頂上會談/북한;북남수뇌상봉(北南首腦相逢)이 9월 18일 평양에서 2박 3일 개최됩니다. 2018년 9월 9일을 전후해서도 이처럼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고 있고, 말도 많습니다. 문정인 대통령 최측근(?)임을 자랑하는 사람은 9월 6일 김정은에 대해 "남에 대한 배려도 보이는 지도자"라고 호평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 위원장은 집권한 이래 정권 수립 기념일엔 처음으로 군 장성 인사가 단행했습니다. 2018년 9월 9일 북한은?
북한에도 “신뢰”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신뢰-굳게 믿고 의지하는 것 또는 믿고 의지하는 마음. / ~를 표시하다. /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에 대한 세계 진보적 인류의 다함없는 존경과 신뢰는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된 하나하나의 선물들마다에 뜨겁게 어려있다.”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님! 많은 한민족들이 당신을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이 ‘핵폐기’하겠다고 말하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9·9절에 당신의 ‘믿고 의지하는 마음’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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