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두근두근 내인생을 쓴 작가다.
가정폭력을 휘두른 아빠를 칼로 찔렀지만 엄마가 대신 죄를 뒤집어 쓰게 한 채운. 폭력 아버지를 피해 도망 온 엄마는 동거남과 자신을 둔 채 뇌암인 상태에서 실족사로 죽었는데, 보험금을 아들인 자신에게 수령토록 하려고 실족사로 위장한 것이 아닌가 싶어 괴로워 하는 지운. 지운의 도마뱀 용식을 대신 키우게 되는 소리. 소리의 엄마는 암을 앓다 죽었고, 소리는 자신이 한두번 엄마의 죽음을 원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10대 후반의 세 청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이다. 김애란 작가의 장점이 드러나는 분야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결국 한 줄기 빛을 발견하게 되는 결말이다.
채운의 엄마는 자신이 형벌을 받는 것에 대해서, 본인도 남편을 죽이고 싶었고 남편의 의심대로 바람을 핀 것도 맞으니, 채운은 아빠의 죽음에 책임을 느낄 필요도 가족에게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을 필요도 없으며, 엄마와 채운은 서로 한 번씩 도운 셈이라고 그러니 네 인생을 잘 살면 된다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절절한 고백이다. 채운이 죄책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살아가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도 된다는 아주 작은 면죄부라도 얻길 바란다.
소리의 아빠는 소리가 말하지 않아도 소리의 죄의식을 짐작하고 엄마도 조력사를 원했음을 얘기해 주며 소리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멋진 아빠다.
본인들로 인한 시련이 아닌 어른들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건 또다른 좋은 어른이다.
성장소설의, 이런 판타지 같은 건강한 마무리가 좋았다. 현실은 녹록지 않으나 그래도 희망이 절망보다는 낫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