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위조(僞造)할 수 없다. 있는 것을 없다 하거나 없는 것을 있다 할 수 없고 사실 그대로 기록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주의나 어느 권세에 끌려 사실대로 기록 지도하고 또는 아첨과 압박으로 인하여 있는 사실을 숨기기로 하고 없는 사실을 있다하여 오랜 후에 그 역사를 읽는 자 진가와 흑백을 분별치 못하고 글자 그대로 읽고 사실 그대로 인정하여 충신이 역적이 되기도 하고 역적이 충신이 되기도 한다.
공자(孔子) 춘추(春秋)가 난 후에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두려워함은 무슨 까닭인가. 그 기록이 엄하고 공정하여 조금도 숨기지 않고 바로 기록한 까닭이다. 그 뿐 아니라 역사가 아무쪼록 정의(正義)를 발견하여 국민의 원기를 배양하고 조상적 부터 지켜오던 아름다운 도덕과 절의를 배워 우리 역사를 다시 빛나도록 함이 역사 교육의 목적이거늘 우리의 재래 역사는 이 점을 소홀이 하여 항상 사대(事大)사상을 고취(鼓吹)하고 종종의 비열(卑劣)한 뜻을 보인 곳이 많으니 민족의 정기를 찾아 볼 수 없고 백성들이 나라 위하여 싸울 줄 모르고 또 백성들이 나라 일을 간섭하면 도리어 범상(犯上)이니 역적이니 하여 엄벌하였으니 누가 나라 일을 간섭하리요.
이것은 정치 부족이라 하기보다 역사 교육의 부족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하여 국민의 정신을 지도할 역사부터 고쳐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이 많이 유의하고 그의 저서도 몇 가지 있으나 전적으로 그 사상을 발표한 서물(書物)은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우리 국민들은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조선사를 편집하려 할 제 먼저 세 가지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의하여 차례로 기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