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창세기의 출처에 대한 본론으로 들어 갑니다. 도대체 모세는 창세기의 자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수집했을까요? 이 과정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대략 다음의 3가지로 분류되는데, 모세는 3가지 모두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직접적 계시
2. 목격자의 증언 전승
3. 주변의 자료를 토대
1. 계시
- 모세는 다른 선지자와 달리 하느님과 직접 대화를 주고 받았다. (영어 성경 번역)
"너희 중에 예언자가 있으면 나는 환상과 꿈으로 그에게 나를 알린다. 그러나 내 종 모세는 그렇지 않다. 그와는 내(하느님)가 얼굴을 마주하고 숨김없이 말하며 수수께끼로 하지 않는다." (민수기 12 : 6~8)
"야훼께서는 마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이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고 말씀하셨다." (출애굽 33:11)
-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성막의 구조 - 재료, 치수, 비율, 색깔 -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셨고, 율법의 세밀한 내용과 언약궤의 구조를 알려 주셨다.
[따라서 하느님이 직접 모세에게 창세 과정에 대해 알려 주셨거나, 모세가 창조과정에 대한 자료를 하느님께 물어 확인 후 기록했을 수도 있다.]
2. 목격자의 증언 전승
` 창세기는 다른 문화로부터 베낀 것이 아닌 히브리 고유 전승문화에 의한 것이다.
- 창세기 1:1에 등장하는 "창조하다"라는 히브리어 단어 "바라"는 하느님을 주어로 사용할 때만 사용하는 단어다. 천사나 사람 등을 주어로 할 때는 "바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창조주에 대한 히브리 고유의 표현 기법이다.
- 창조의 날마다 반복되는 표현인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라는 표현이 있는데, 히브리 역법에서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 아닌 저녁부터다. 따라서 창세기의 창조의 날에 반복돼 나오는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라는 표현은, 다른 문화권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 히브리 전통 안에서 기록됐다는 강력한 증거다.
` 목격자의 증언
창세기의 장대한 이야기는 단지 5명의 사람 고리에 의해 전달될 수 있다. 이는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 세대가 다음 세대로 직접 전달하는 과정이다.
- 아담으로부터 셈까지의 계보 : 아담 -> 셋 -> 에노스 -> 게난 -> 마할랄렐 -> 야렛 -> 에녹 -> 므두셀라 -> 라멕 -> 노아 -> 셈
- 여기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등장하는데, 당시 홍수 전 사람들은 수명이 매우 길어서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았고 창세의 사건들은 목격자로부터 직접 들었을 것이다. 조상들과 겹친 연대는 다음과 같다.
(1) 아담과 므두셀라 - 243년
(2) 므두셀라와 셈 - 98년 (므두셀라와 노아 - 600년)
(3) 셈과 이삭 - 85년 [셈과 아브라함 - 175년(아브라함보다 35년을 더 삶)
(4) 이삭과 레위(손자, 이집트에서 삶)
(5) 레위와 아므람(모세의 아버지)
(위 자료의 겹친 년대는 다른 자료를 참고하여 필자가 직접 계산한 것이므로 실제와 혹 다를 수도 있음)
- 구전 전통은 단순하게 고대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게 아니다. 히브리 문화에는 '지카론'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
"히브리어 어근 '자카르 (Zakar)'에서 파생된 지카론은 단순히 과거의 데이터를 머릿속에서 인출해 내는 수동적인 회상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사건을 오늘의 시간 속으로 강렬하게 소환하여,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다시 살아내고 재연 (Re-enactment)하는 능동적이고 현재 진행형인 행위다. 유대인들이 유월절 (Passover)* 식탁에서 쓴 나물과 누룩 없는 빵을 먹으며 출애굽의 고통을 혀끝의 미각으로 체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카론의 핵심이다. 그들은 "옛날에 우리 조상이 노예였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037 이스라엘]
* '유월절'이라는 이스라엘 전통은 출애굽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는 출애굽을 이끈 모세라는 인물이 실존했음을 강력하게 증거한다.
- '지카론'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 즉 "자신이 누구며 어디서 왔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전달하는 행위다. 그래서
노아의 이야기
아브라함의 이야기
이삭의 이야기
야곱의 이야기
모세의 이야기 ...
는 단순환 전승이 아닌 "살아있는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3. 주변의 자료
` 이것이 창세기에는 '톨레도트'라는 독특한 문장 구성으로 나타난다. (창세기 신화(1) - "톨레도트" 참조)
- 이집트는 당대 최고의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방대한 자료를 품고 있었고, 이집트의 왕자로 자란 모세는 이들 자료에 접근해 다양한 근동의 역사와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 모세의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를 통한 아브라함과 그 윗대의 전승과 자료에 접했을 수도 있다. 미디안은 아브라함과 3번째 여인인 '그두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창세기 25:2)로서 그들도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숭배했다. 모세는 광야 생활 중에 '이드로'로부터 사법과 행정 체계에 대한 제안을 받고 이를 실제로 반영하는 등 이드로의 협조를 받았다. (예 - 십부장, 백부장, 천부장 ...)
- 모세는 또한 형 아론을 통해 선조들의 전승과 가문에 대대로 전해지던 전승과 자료에 직접 접근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알 수도 있었다. 아론은 아므람의 장자로 아브라함의 적통 계보를 이었다.
이처럼 모세는 다양한 곳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하고, 이를 교차 검증을 통해 경전을 완성했습니다. 흔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허허벌판의 광야에서 모세는 어떻게 창세기를 편집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겁니다.
창세기의 메세지는 그렇다해도, 창세기의 편집자인 모세라는 메신저는 신화적 인물이라며 모세라는 메신저를 공격함으로써 창세기 자체를 신화로 취급하는 성서 비판론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모세라는 존재가 과연 비판자들의 말처럼 다른 문화에서 가져온 신화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홍수 이야기가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후대에 베낀 것인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