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교육평가원’ 감사 실시
尹 “교육 당국과 사교육 한통속”
대통령실 “尹, 공정한 변별력 강조… 쉬운 수능·어려운 수능 얘기 아냐”
김연주 기자 입력 2023.06.17. 03:00 조선일보
정부가 수능과 수능 모의고사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장상윤 교욱부 차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 내 수능 출제’ 지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총리실과 합동으로 평가원에 대한 감사 기간과 방식 등을 조만간 구체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부터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수능은 공교육에서 다룬 내용을 출제하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다. 이 장관도 지난 1일 치러진 6월 수능 모의고사부터 대통령 지시를 반영하라는 지침을 직원들에게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6월 모의고사는 이런 지시가 반영되지 않았고 대입 담당 국장이 이날 자로 경질됐다. 이어 정부는 모의고사를 직접 출제하는 평가원도 감사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평가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인사다. 정부는 교육 정책 전반을 연구하는 한국교육개발원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날 교육부 장관 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공정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공정한 수능’을 강조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면서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입 담당 국장의 경질에 대해 “대통령 지시와 장관 지침을 국장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강력한 (교육계)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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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밖 문제’ 내는 교육당국… 그걸로 돈 버는 학원
전문가 “교육계 이권 카르텔 끊어야”
김연주 기자 입력 2023.06.17. 03:00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밖에서 수능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사교육비 개혁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배운 내용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 시스템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로 치솟고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을 준비하고자 학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6월 모의수능 학원 설명회 '북적' - 2024학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수험생들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열린 입시 설명회에 참석해 대학 정시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학교 시험을 잘 치기 위해 ‘내신 사교육’을 받는다. 작년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에서 사교육 받는 고교생의 46.9%가 학교 수업을 보충하려고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내신 성적 때문에 학원에 간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내신 사교육을 받는 건 고교 내신 제도가 ‘석차 9등급’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학교들은 학생 성적을 변별하려고 시험을 어렵게 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특목고나 자사고 등은 시험을 쉽게 내면 변별력이 떨어져 만점자가 속출하고 하나만 틀려도 3~4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시험이 쉬우면 학부모들이 ‘학교가 시험을 잘못 내서 아이가 피해 봤다’는 민원을 쏟아내기 때문에 어렵게 내기도 한다”고 했다. 대입 수시 학생부 전형에선 내신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시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내신 변별력을 이유로 지나치게 어려운 ‘킬러 문제’나 틀릴 수밖에 없는 ‘함정 문제’를 출제하곤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는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이 풀기에 유리할 때가 많기 때문에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학원들은 ‘A고 내신 대비’ ‘B고 내신 전문’ 같은 간판을 내걸고 홍보한다.
학생들은 수능 사교육도 받는다. 수능도 9등급 상대평가 제도로 내신처럼 ‘킬러 문항(초고난도)’이나 꼬는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수능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목당 한둘씩 킬러 문제를 내왔다. 수능 고득점은 이 킬러 문제를 맞히는 데 달려 있다. 킬러 문제는 하나 푸는 데 20~30분씩 들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는 금방 풀고 넘어가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수학 과목은 총 30문제에서 둘만 킬러 문제가 나와도 나머지 28문항을 40~50분 만에 풀어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수없이 많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 풀어봐야 수능에서 고득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이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수능 국어 영역 공통 과목 총 45문제 가운데 17문제를 차지하는 ‘독서’ 부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서 지문은 사회 문화, 인문 예술,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 글을 다루는데 문학에 비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고 까다로운 지문이 나오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예컨대 작년 수능에선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에 대한 과학 지문, 2022학년도엔 ‘헤겔의 변증법’ 관련 지문이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이렇게 국어에서 ‘킬러 문항’이 늘어난 건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국어에서 변별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수능 국어가 어려워지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제 영어·수학뿐 아니라 국어도 사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도 많았다. 실제로 저학년 때부터 국어 사교육을 받는 일이 늘었다.
문재인 정권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는 등 공교육에서 학생 학력 키우기를 소홀히 한 점도 사교육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정부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면서 전체 학생들이 초·중·고교 때 치르는 학력 평가는 없앴고, 교사들 자율로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했다. 그랬더니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속출했다. 여기에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학원으로 달려가 사교육이 팽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 학력 미달은 중학생이 2012년 2.2%에서 2022년 11.5%로 급증했다.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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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 편집국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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