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의 과정에는 두 단계가 있다. 하나는 ‘시초적’(initial) 혹은 ‘지위적’(positional) 성화다. 이 성화는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 성화다. 즉, 칭의와 함께 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거룩하다는 것은 분리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성도가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하나님께 속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 점에서 성화는 신자의 삶 초기부터 시작된다. 신자를 ‘성도’(聖徒)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전 1:2). 허셀 홉스(Herschel H. Hobbs)는 “믿는 바로 그 순간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헌신하고 봉사한다는 점에서 성화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점진적(progressive) 혹은 상태적(conditional) 성화다. 이것은 시초적 성화에 점점 더 도덕적 선함과 영적 성숙함을 더하는 것이다.
성화가 내포하고 있는 일반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화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초자연적 역사에 속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스스로 성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존재가 못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화의 주체는 언제나 성령이시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살전 5:23). 둘째, 성화는 점진적으로 성장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 1:6). 셋째, 성화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는 데까지 성장해야 할 목표가 있다: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롬 8:29). 끝으로 성화는 신자의 능동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성화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인간의 참여와 의지가 뒤따르지 않아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화는 하나님과 신자가 함께 하여 결실을 맺는 협력사역이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 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2-13). 그래서 제임스 가레트(James Leo Garrett, Jr.)는 성화를 “믿음을 통한 하나님의 사역”(work of God through faith)이라고 정의했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4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