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fugio Attilio Tissi 2250m
트레일에서 0.4마일 벗어나 우뚝 선 봉우리에 있는 산장으로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지만 선뜻 리고 싶은 산우님은 없어 보였다.
정말 훌륭한 산우님들이다.
만약 한 두 명 올라가자고 했다면 끌려가다시피 인상 빡빡쓰며 갔을지도 모를일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게획할 때엔 티씨 산장에서 점심을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임시로 정해 두기도 했지만 팍팍한 샌드위치였지만 Coldai에서 준비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걷고 싶어 1년 전 부터 계획하고 그 날을 기다렸음에도 막상 걷다 보면 귀찮고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년만 젊었더라면 하면서 웃고 말지만 더불어 현저히 느끼는 체력에 걷고 싶은 날들이 급해지기도 한다.
나즈막한 그늘이지만 시원함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유럽의 하이킹은 6월에서 9월로 정해진다. 그렇다고 그 외의 게절에 못 가는 것은 아니지만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고 산장도 문을 열지 않으니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매력적인 것은 하이커가 드문 고즈녁한 분위기와 한 낮의 땡볕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나마 이 정도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한 낮의 온도가 60도 안밖이니 이 정도지 그렇지 않다면.. 이미 T.M.B에서 겪었기에 절대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게다가 해 떨어지면 쌀쌀할 정도로 변해 하이킹을 하기엔 좋은 조건이다.
"힘들어서 쉬는 것 아니유"
"아라유~"
같은 사진의 연속같지만 실제 많이 걸으면서 담은 사진이다.
그만큼 지금 걷는 거리가 상당했다.
Rifugio Attilio Tissi와 갈라지는 곳 까지 올라야 오르막이 끝나니 아직 한참이다.
그럼에도 주변 환경은 좋았다.
그렇게 걸어보고 싶은 길을 걷는데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다가 온다.
트레일이 만들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발자욱이 남아 있을까.
알타 비아(Alta Via)란 High Route를 의미하며 산군의 능선을 따라 걷거나 높은 고개들을 넘는 길로 가장 처음 트레일이 만들어지면서 1이란 이름이 붙었다.
알타비아는 총 10개 루트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쉬운 순서가 아닌 만들어진 순서라는 점은 기억해야 어디가서 X팔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처음 만들어지고 가장 보편적이며 무난한 그러면서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을 보이는 곳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외에 구름이 가슴을 멍들게 할 알타비아 2, 4 등 기회만 된다면 걷고싶은 트레일이 수없이 많다.
그 중 코르티나 울트라 트레킹은 가야겠다는 생각에 앞서 요즘 한창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는 중이다. 우리가 머물렀던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원을 그리며 도는 루트로 우리가 강한 인상을 받았던 곳을 지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걸은 곳이 좋았다면 다시 한 번 걸었던 습성을 버리지 않는다면 분명 언제 어디가 되었든 다시 찾아갈 것이 자명하다.
Tissi의 갈림길에 있는..
거대한 O.K목장의 결투에 나오는 그런 대문은 아니지만 왠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 또 한 걸음
능선의 끝이 보이고 있다.
드디어 오늘의 오름은 대충 마무리 되는 것 같다.
남은 거리가 아직 2마일을 넘으니 아무리 내리막길이라 해도 편히 걸을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르막도 끝을 보았겠다 한 판 크게 쉬어 간다.
"우리 주몽이 잘한다"
온 가족이 약속이나 한 듯 들이킨다.
잘 다듬어진 길이었다.
꽃이 어우러진 초원을 가로지르는 트레일은 유순했다.
Torre di Coldai에서 시작한 연봉은 점점 낮아지며 Anticima delle Méde, Torre di Pelsa로 이어진다.
이젠 쉬어가는 데 익숙해져 있다.
어디고 앉으면 절경인 이 길에 헐떡이며 급할 이유가 없다.
조상을 말 못 만나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 인적이 드물 것 같은 Bivacco Col Mandro 갈림길도 지나고
아직 잘 가꾸어진 신의 정원을 거닐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악마가 사랑한 돌로미테라고..
적당한 비유라는 생각이다.
자그마한 언덕을 넘어서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 놀 것 같은 초원이 반긴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듯 허물어진 축사와 관리인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도 한 때는 소와 양들을 키우기 위한 초원이 한몫했을 것 같다.
거칠기로 유명한 돌로미테에 부드러움이 스며들어 평화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나는 길에 마침 수량이 풍부하진 않지만 계곡을 만나 족탕식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쉬어 간다.
몇 일 동안 우산 대신 가지고만 다녔던 춘삼이형 모자를 썼다.
영 어울리지 않았지만 잘 보일 필요없이 생사(?)가 걸린 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다.
언덕을 내려서자 반가운 이정표가 보인다.
오늘 우리가 쉬어갈 산장이..
남은 시간은 30분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또 30분?
아직 멀었다면 아예 편안한 마음으로 가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난 상태에선 빨리 도착해 시원한 콜라 한 잔 맥주 한 잔에 시원한 셔워를 떠올리기 때문에 더 조급해지고 더 멀게 느껴지는 법이다.
30분에 30분.. 그러다 전혀 다른 산세를 만났다.
회색빛 암봉들과 달리 푸른 빛이 도는 바위군은 실로 장대했다.
엄청난 자연에 콜라와 샤워를 잠시 잊은 곳이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이 무색할 풍광 앞에 숙연해진다.
막내 Torre Venezia
암벽의 성지까지는 아니지만 클레머들의 사랑을 받는 봉우리다.
돌로미테를 찾아오고 걸은 시간이 불과 몇 일이지만 정말 놀랍고 놀라운 시간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곤 이내 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많은 것을 보고 만나고 걸으며 Rifugio Mario Vazzoler에 들어선다.
하루 일하는 시간인 8시간을 넘어선 시각이다.
30분 30분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야 그 30분을 만나게 되었다.
짝어달라는 말도 없이 포즈를 취하니 자연스럽게 한 장
해모수님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던 장면
연신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크리스님 (리프트 신이라 불리기도 함)까지 모두 도착 완료
여기서 신은 신(神)이 아니라 신씨라 신임
오늘 16KM(10마일)를 5시간 40분 동안 걷고 2시간 43분 쉼
총 8시간 20분 소요
"우리도 먹을 것 주세요"
"오늘 맥주는 더 맛있을 겁니다"
저녁 시간이 아직 이르기에 조금 허전해 진 배를 위한 음식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Rifugio Mario Vazzoler
이 곳은 예약을 하면서 주고 받은 메일이 많앗고 특히 이 곳에서 하이킹을 끝내고 코르티나로 돌아갈 에정이었기 때문에 교통편에 대해서도 산장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 영향이었는지 산장지기가 반갑다며 맥주 한 잔 서비스로 주기도 했던 사연이 있는 산장이다.
말끔하게 샤워를 하고 기다린 저녁 만찬
테이블에 깔린 종이 한 장도 감동이었다.
챙겨 온다는 것이 깜빡 잊엇는데 크리스님은 접히지 않게 배낭 뒤에 잘 모시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성격상 다리미로 펴고 액자에 잘 넣어 가보로 남길 것이다.
탁구빠따에 사랑 가득 채워 온 음식
엄청 맛나게 먹었는데 배가 고픈 탓만은 아니었다.
오늘 방도 4인실
많은 사람이 같이 쓰는 대형 벙커가 아니라 우리끼리만 사용할 수 있어 편안했다.
1928년에 지어졌으니 4년 후면 100주년이 되는 산장으로 오래된 시간치고는 관리를 잘해 정겨운 시골집같은 인상을 받았다.
방은 청결했으나 침구가 약간 낡은 듯한 인상 외엔 나무랄데 없이 좋았다.
알타비아 6일
이젠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도 충분했지만 Passo Duran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내일은 아쉬움을 달래고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만 정성껏 손 때 묻히며 가꾼 정원으로 돌로미테에서 나고 자라는 식물들을 가꾸어 놓아 자연에 대한 사랑을 한 껏 보여주었다.
흐르고 있다.
시간도
내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