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언영색(巧言令色) -남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아첨하는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미는 얼굴빛 이상호(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 교언영색(巧言令色) : 巧(공교할 교,아름답다), 言(말씀 언) 令(영령,좋다) 色(빛 색,얼굴빛)
듣기 좋은 말과 고운 얼굴빛으로 남을 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남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는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미는 얼굴빛을 취한다. 그 속마음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정직하고 겉과 속이 일치하는 사람은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줄 알며 아무 때나 낯빛을 곱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본 마음을 억지로 숨기는 사람은 필시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에서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자에게는 인(仁)이 없다고 하였다. 인(仁)이 없는 자는 사이비(似而非)이거나 사기꾼일 수 있다.
================================================================= 1. 사기꾼이 넘치는 세상 부여군에서 군의원을 하는 사람의 아내가 금은방을 운영하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골드바 등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챙겨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겼다며 38건의 고소장이 접수되었다. 그 아내는 열흘 이상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그런데 그 금액이 72억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 남편인 군의원은 지난 2023년 8월 18일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군의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23일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그 부인은 얼마나 감언이설로 지인들을 설득하고 속였기에 72억이란 돈이 투자되었을까? 아마도 장밋빛 가능성을 역설하면서 지인들에게 접근하여 온갖 교언영색을 일삼았을 것이다. 정말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가진 농지의 주변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부동산이라며 전화가 왔다. 도시개발이 되면 농토가 수용될 것이고 그러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니 대토(代土)를 하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나는 상황을 잘 몰라 이것저것 물으니 만나자고 하였다. 몇 번 만나보았다. 그 부동산 업자는 만날 때마다 새로운 땅을 소개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땅 하나를 소개하면서 그 땅을 사면 분명 나중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사라고 권했다. 내가 돈이 없다고 하니 부동산 업자는 우선 계약금을 주고 잔금은 2~3년 후 보상이 나오면 그때 지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그때 나는 부동산 업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좋은 조건을 왜 내게 권하시오. 사장님이 가지시지. 나는 살 돈도 없고 그렇게 까지 해서 사기 싫으니 그만둡시다. 그리고 앞으로 연락하지 마시오” 그 후로 그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당시 내 농토 주변의 토지주 두어 명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유는 도시개발이 되니 대토한다고 대출받아 땅을 샀는데 도시개발은 되지 않고 잔금을 지불 하지 못해 모든 재산을 날릴 지경이 되어 자살했다는 소문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근 20년이 지났는데 아직 도시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나에게 땅을 사라고 접근한 그 부동산 업자를 부동산 사기업 자라고 여기고 있다. 그 자살한 분들도 분명 그런 부동산 사기업 자에게 넘어간 것이라 여긴다. 연일 보도되는 것을 보면 사기꾼이 넘친다. 전세 사기도 넘치고 부동산 사기도 넘치고 온갖 사기가 넘친다. 사기꾼은 교묘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서 자기의 욕망과 이익을 채우고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계속하여 사람들은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간다는 점이다. 모든 사기꾼은 교언영색(巧言令色) 한다는 점이다. 정치인들도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자들이 많다.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거침없이 말을 해대는 사람도 있다. 부정부패, 뇌물 수수 등에 연류되어서도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당당하게 기자회견도 하고 자기의 청렴을 내세운다. 그러다가 수사가 진행되고 밝혀져 실형을 선고받는다. 그래도 당당한 자들이 있다. 그런 자들을 보면 불감증 환자들이 아닌가 혹은 철면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세상은 복잡해지고 인간관계망은 넓어졌다. 그런데 그 넓어진 인간관계망만큼 진실성은 희석되었다. 인간관계망이 좁고 촘촘할 때는 깊은 정이 들고 상대의 내면을 잘 알기 때문에 사기를 치기 어려우나 넓은 인간관계망에서는 불특정다수와의 관계가 가능해져 특정 사기꾼은 불특정다수를 향해 사기를 치기 쉽다. 그 사기꾼들은 항상 교언영색(巧言令色) 하거나 긴박감을 주며 자기가 요구하는 행동을 하도록 독려해 온다. 따라서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사기꾼을 주의해야 한다. 2. 공자가 논어에서 말하는 교언영색(巧言令色) 공자가 논어에서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자에게는 인(仁)이 적다(子曰 巧言令色이 鮮矣仁-논어 학이편)”고 하였다. 여기서 ‘巧(교)’는 아름다움이요, ‘令(영)’은 잘함(좋게 함)이다. 그래서 교언영색(巧言令色)은 말을 아름답게 하고 얼굴빛을 좋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말과 얼굴빛 즉 외면을 보기 좋게 잘 꾸며서 남의 환심을 사고 남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거기에 왜 인(仁-어짐, 덕)이 적은가? 그런 말과 얼굴빛에는 사람의 욕심이 멋대로 퍼져서 인(仁-어짐, 덕)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심에는 인(仁-어짐, 덕)이 없고 욕심만 가득하기에 그 욕심을 숨기기 위해 좋은 말과 얼굴빛을 한다는 것이다. 공자의 이 말에서 주목할 말이 있다. 바로 鮮矣仁(선의인)이다. 이를테면 인이 적다는 것이다. 왜 공자는 인이 없다(無矣仁)고 하지 않고 적다(鮮矣仁)고 했을까? 여기에 공자의 화법이 드러난다. 공자는 평생 극단적인 말이나 강퍅한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런 공자에게 있어서 鮮矣仁(선의인)이라 하면 無矣仁(무의인)과 같은 뜻이다. 여기에 성인의 화법과 일반인의 화법과의 차이가 느껴진다. 듣기 좋은 말과 고운 얼굴빛으로만 대하므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려는 자들은 이른바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인의 탈을 쓴 자이다. 이런 사람이 넘치는 세상은 눈뜨고 코 베어 가는 세상이 된다. 공자의 이런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 배척의 말은 논어 공야장(公冶長)에도 나온다. “말을 좋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고 공손을 지나치게 하는 것을 옛날 좌구명(左丘明)이 부끄러워하였는데 나 또한 이것을 부끄러워한다(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논어 공야장 24절)고 하였다. 위에서 좌구명(左丘明)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작자로 알려져 있는데 공자와 같은 시대 사람인지 이전 사람인지 불분명하다. 어쨌든 당시에 인품으로 상당히 알려진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丘亦恥之(구역치지)에서 丘(구)는 공자를 일컫는다. 공자의 이름이 공구(孔丘)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기피한다는 것이며 타인의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보아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공자는 좌구명이 교언영색(巧言令色)자를 기피한다는 것을 예로 들어 자신이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부끄럽게 여김을 크게 강조한 것이다. 공자가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로 싫어한 자가 또 있다 바로 향원(鄕原)이다. 공자는 향원(鄕原)은 덕(德)의 도적이다(鄕原德之賊也-논어 양화편 13장)고 하였다. 德(덕)의 盜賊(도적)이나 덕을 훔친 자이다. 그러니 사이비이다. 그러한 향원(鄕原)은 어떤 사람일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늘 교언영색(巧言令色)하며 사람을 대하고 과잉 친절을 베푸는 자이다. 그런 자는 속마음을 속이는 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향원은 선한 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아니다’고 답하였다. 이에 대한 공자와 자공의 대화를 보자 ”자공이 질문하였다. “향인이 모두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가하지 않다.” “향인이 모두 미워하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가하지 않다. 향인의 선한 자가 좋아하고 불선한 자가 미워하는 것만 못하다.(子貢이問曰鄕人이皆好之면 何如니잇고子曰未可也니라 鄕人이皆惡(오)之면 何如니잇고子曰未可也니라 不如鄕人之善者好之요 其不善者惡(오)之니라 자로24)” 이 대화를 다시 풀어서 보면 다음과 같다. 자공: “한 고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공자 : “그것만으로는 아직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자공: “한 고을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면 어떻습니까?” 공자 : “그것만으로는 아직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고을 사람 중에 선한 사람이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이 미워하여야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공자는 선한 사람이 좋아해야 선한 사람이 될 수 있기에 향원은 선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기로 말하자면 조폭 두목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를테면 향원(鄕原)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으로 흔히 사람들이 한없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다. 어찌 보면 그것이 덕이 있는 사람처럼 생각될 수 있으나, 바른 덕이 아니어서 도리어 덕을 혼란시키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적이라고 한 것이다. 향원은 덕에 있어서 사이비(似而非)이므로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3.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람은 누구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공자가 말한 향원(鄕原)을 좋은 사람이라 칭하기가 쉽다. 그러나 공자가 말한 대로 그런 사람의 마음엔 인(仁)이 적다. 이를테면 정직성과 진실함과 정의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그런 사람은 겉으로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결국 풍속을 해치고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데 협력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런 사람은 모두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들이니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친절은 최대의 무기다. 그러나 친절한 자와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기꾼이 판치는 세상이다. 직접적인 사기꾼도 많지만 정치적 사기꾼도 많다. 온갖 억설과 괴담, 감언이설로 국민의 마음을 혼란속으로 몰고가는 것도 일종의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 들이다. 가짜 뉴스도 판을 친다. 그 가짜 뉴스 또한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 들이 만들어 내는 것들이다. SNS를 통해 가짜 뉴스와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들이 판치는 세상, 눈 바로 뜨고 올곧은 마음으로 살아갈 일이다. 욕심과 편견을 이겨내면 진실이 보이리라. 욕심과 편견을 버리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자에게 빠지지 않는다. 욕심과 편견을 버리면 사이비인자(似而非仁者)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사기꾼은 늘 당신의 욕심과 편견의 뒷마당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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