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연못에 나와 앉았다.
충주 국원고등학교에 딸린 연꽃 연못.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안에만 머물던 사람들이, 가족들이 주말을 맞아 이곳에 나와서는
벚꽃구경을 하면서 이리저리 거니는 모습들이 보인다.
연꽃연못의 다양한 풍경들을 나는 기억한다.
주로 예쁜이를 산책시키러 나오는 곳인데, 지금 벚꽃이 만개한 이 풍경은
봄이 지나가면서는 말라 있는 꽃대에서 푸른 이파리들이 돋아나게 된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연잎들은 개구리 열 마리 스무 마리가 올라가 뛰어놀 만큼 넓어지고
줄기는 서 있는 사람의 키보다 훨씬 더 높이 자란다.
그리고는 꽃잎이 쑤욱 밀고 나와서 만개하는 절정의 시점에 이르게 된다.
꽃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은 이파리의 효용이 많이 알려져 있다.
연잎은 심장과 뇌를 맑게 해주는 성분이 있다해서 연잎차를 만들어 마시고,
격조 있는 한식상에는 연이파리로 밥을 싸서 올리기도 한다.
연근과 연밥은 식용으로 쓰이니 연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지나간 겨울 늦은 밤 시간에 찾아와서 본 연못은 낯선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 무성하던 이파리들은 간 데가 없고, 바싹 말라버린 줄기들만이 이리저리 무질서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하의 날씨 속인데 중간 중간 남아 있는 좁은 수면 위로 청둥오리들이 떠다니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사월 초순, 연못 위로 또 지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벚꽃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벚꽃은 지고 연꽃은 이제 한해살이를 준비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는 문제에 대해서, 또 삶을 떠나서 다른 세계로 가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코로나로 비참하게 죽어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듣는다.
가족들의 얼굴도 못 보고, 그냥 혼자 갇혀 앓다가 떠나는 외롭고 비참한 죽음의 얘기들이 전해진다.
사는 게 이리 복잡했으니 죽음의 과정 또한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죽으면 어디로 가기는 가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먼지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문득 우리들 삶의 사이클도 연꽃과 같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한겨울 속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메마른 줄기는 그것이 살아 있다는 어떤 징표도 없었지만,
물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던 뿌리가 봄이 되면 줄기를 밀어올리고 꽃을 틔우는 연꽃.
우리가 아득바득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고, 생을 마감한다고 표현하는 그 죽음도 사실은
연꽃의 한해살이 같은 일상적인 반복은 아니겠는가.
우리의 현실은 현존은 작년에 피어났던 똑 같은 꽃잎이 아니고, 그 파랬던 똑 같은 줄기가 아닐 뿐,
우리가 단지 기억을 못할 뿐 우리는 반복해서 이 세상을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하는 한 송이 연꽃일 수도 있겠다.
그런 똑같은 모습이 존재들이 어디 연꽃뿐이겠는가,
방금 내 어깨 위에 예쁜이 머리 위에 떨어진 작은 벚꽃 한 송이도
우리와 똑 같은 우주의, 세상의 길을 가고 있을 터이다.
첫댓글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는 문제에 대해서, 또 삶을 떠나서 다른 세계로 가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가 아득바득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고, 생을 마감한다고 표현하는 그 죽음도 사실은 연꽃의 한해살이 같은 일상적인 반복은 아니겠는가. 방금 내 어깨 위에 예쁜이 머리 위에 떨어진 작은 벚꽃 한 송이도 우리와 똑 같은 우주의, 세상의 길을 가고 있을 터이다"
슬슬 찾아오는 저 너머 다른 세상을 생각하며 공감가는 부분을 옮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