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장혜리, '헬로트로트'서 독기 장전? 평소엔 말랑말랑!
입력: 2022.02.24 00:00 / 수정: 2022.02.24 12:56
MBN '헬로트로트' 최종 4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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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리는 오디션 후반부로 가면서 독기 어린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N '헬로트로트'(연출 유일용) 결승 2차전 무대에서는 최종 4위를 차지했다. 여성 지원자 중에서는 1위였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김미루 인턴기자] "혜리는 피도 보라색일 거야. 정말 독하게 하잖아."
'한류 트로트'를 표방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장혜리는 걸스데이 출신이라는 꼬리표와 뛰어난 외모로 주목받은 초창기와 달리 후반부로 가면서 독기 어린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N '헬로트로트'(연출 유일용) 결승 2차전 무대에서는 최종 4위를 차지했다. 여성 지원자 중에서는 1위였다.
이 프로그램 감독으로 출연한 중견가수 김수희는 "장혜리는 월드스타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부활의 김태원은 "그동안 세상이 장혜리의 가치를 몰랐다"고 칭찬했다. 작곡가 김경범은 장혜리를 두고 "트로트계에 물건이 나타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장혜리는 '헬로트로트'에서 보인 '베이스를 맨 독종, 독한 여자' 모습은 "철저히 일할 때만 나온다"고 말했다. 일할 때 잔뜩 힘을 주다가도 일상에서는 긴장을 풀어 여유롭고 편안함을 즐기는게 그의 방식이다.
일상에 돌아간 장혜리는 코바늘을 사다가 뜨개질로 수세미를 짜고, 재료를 구해서 천연 비누를 만들기도 하는 '말랑말랑'한 모습이다. 쉴 때 어떻게 보내냐는 질문에는 "제2의 직업은 조카의 좋은 이모"라고 답했다.
일할 때와 쉴 때는 MBTI(성격유형지표)도 달라졌다. 한창 '헬로트로트' 경연 무대를 준비할 때는 ESTJ(엄격한 관리자) 유형이 나왔다. 그러다가도 경연을 마치고 휴식에 들어가면 ISFP(호기심 많은 예술가) 유형으로 변했다.
이렇게 독하게 달려들 때 달려들고, 쉴 때 쉬면서 연예계 활동에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장혜리가 걸어온 궤적이 보통의 신인 참가자들과는 달라서다. 마지막 회 방송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그를 미리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인류를 구원한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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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이 된 지금은 '내가 하는 게 맞아'라고 생각한다. 누가 볼 때는 거만해 보여도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이라고 느꼈다." /남용희 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비밥이라는 걸 밴드를 했을 때 싱가포르에서 방영된 AXN '아시아 갓 탤런트'에 출연했다. 톱10까지 뽑는다고 치면 11등을 했다. 당시 홍대 부근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많이 하던 때라 그 곡을 가지고 출연했다. 베이스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방법을 걸 밴드 비밥에 속하면서 터득했다. '헬로트로트'에서도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도 나가 8회 외모짱이 됐다. 배우 이연희, 고아라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는데.
어려서부터 선발대회에 많이 나갔다. 14살에 온게임넷 '후비고' 프로그램 MC를 하면서 회사 관계자들이 많이 예뻐해 주셨다. SM엔터테인먼트 주관 말고 다른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도 참가했다. 그때도 '헬로트로트'에서 보여줬던 댄스 스포츠를 장기자랑으로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나 싶다.
-댄스 스포츠를 언제 배웠나. 수준급이더라.
원래 꿈이 댄스 스포츠 국가대표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웠다. 초등학교 매 학년 대회에 출전했다. 시범 공연도 다녔다. 강원도 춘천에 살았는데, 황태 축제나 프로농구, 놀이공원처럼 행사란 행사는 다 가서 공연했던 것 같다. 나중에 걸스데이 나오고 무기력해져 있을 때 아버지가 주신 100만 원으로 댄스 스포츠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큰 동기 부여가 됐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직업에 여러 차례 도전했다. MC로 데뷔해서 걸스데이 그룹으로 다시 데뷔하고, 비밥 밴드로도 데뷔하고, 지금은 트로트 가수다.
매 순간 새 출발이다. 좋게 말하면 항상 도전하는 사람이고, 안 좋게 말하면 제자리걸음인 거다. 사람인지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희한하게 기회가 닿아 OST 곡 하나라도 부르게 되고, 간단한 방송이라도 하나 하게 되더라. 트로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끝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먼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그냥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유명한 연예인이 되겠다고 꿈꾸기보다 오늘 있을 스케줄을 정말 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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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출신으로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뒤 더 다양한 재능을 발산했다. 베이스 기타 등 악기 연주도 수준급이다. /빅대디엔터테인먼트 |
-여러 차례 도전을 거듭했던 나의 지난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
마음이 조급했다. '오늘 일했으니까 오늘 당장 결과를 주세요'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스스로한테 대가를 바라고 일을 했다. 그걸 이제는 내려놨다. 작년에 30살이 되면서 트로트 가수로 다시 데뷔했을 때는 '어차피 잘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31살이 된 지금은 '내가 하는 게 맞아'라고 생각한다. 누가 볼 때는 거만해 보여도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이라고 느꼈다.
-'헬로트로트' 결승 2차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어땠나.
'헬로트로트'를 하면서도 '내가 맞아'라고 되뇌었다. 그러지 않으면 잘하는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더라. 잘하고 싶은 생각 때문에 나를 못 믿게 되고 심사위원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눈치를 보더라. 결승에는 그러지 말고 나를 믿고 내 무대를 하고 끝내자 이런 생각이었다.
-말씀을 잘해서 강연에 나가도 될 것 같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했다. 출연하고 싶은 예능 있나.
축구 경기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 나가고 싶다. '후비고' MC는 게임 진행이었고,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노래를 뽐내러 간 거였다. 이와는 반대되게 운동하고 활동적인 프로그램 나가고 싶다. 사실 운동신경이 상당히 좋다. 아버지가 복싱을 하셨다. 그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6년 내내 계주를 했다. 태권도도 했고, 댄스 스포츠 한 것도 그런 영향인 것 같다.
참, KBS 1TV 장수 프로그램 '가요무대'(연출 오정근 김종윤 이민호)에도 나간다. 베이스를 치는 트로트 가수 최초로 출연한다. '헬로트로트' 첫 라운드에서 불렀던 정수라의 '환희'를 부른다. 중장년층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인데, 어떻게 보여드릴지 기대도 많이 되고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
-어떤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세미 트로트, 록 트로트 같은 수식어가 붙는데.
'헬로트로트'를 하면서 느꼈다. 트로트 가수인 장혜리가 부르면 어쨌든 트로트다.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현철 선배님이나 김현자 선배님이 발라드를 부르면 그것도 트로트라고 할 거다. '헬로트로트' 경연 속에 슬럼프도 있고 깨달음도 있었다. 소중한 기회다. 나를 믿기로 했다. 정통 트로트, 세미 트로트, 발라드 트로트를 하든 어쨌든 트로트로 소화하는 트로트 가수 장혜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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