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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질 반도체 ◆
◎ 비정질재료
1. 정의
금속과 반도체 등 많은 물질은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결정을 이루고 있다. 그 결정립의 크기는 0.1㎛ 정도인 미세결정으로부터 직경 0.1m 이상의 거대 단결정 까지 여러 가지이나 비정질(non-crystalline) 또는 무정형(amorphous)이란 이와 같은 장거리의 주기적 원자배열이 깨진 고체의 상태를 말한다. "비정질" 물질로서 오래 전부터 알려진 대표적인 것은 산화물 유리이다. "유리"는 용융 상태로부터 결정화시키지 않고 고화된 무질서한 구조를 그대로 상온으로 가져온 것이다. 비정질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확대된 개념으로 결정구조를 갖지 않은 고체를 총칭한다. 융액으로부터 냉각된 경우 SiO2와 B2O3 등의 산화물은 결정화되기 어려워서 비정질 상태로 되지만, 금속과 반도체는 결정화되기 쉽고 보통의 방법으로는 비정질이 얻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금속과 반도체에 있어서 비정질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발명되고, 이로부터 얻어진 물질이 새로운 물성을 나타내게 되었다.
2. 비정질 재료의 분류
(1) 절연체 : 비정질 재료의 대표적인 것은 유리이다. 유리는 이미 일상 생활에서 판유리, 병유리, 광학유리, 각종 렌즈, 광통신 섬유 등 각종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유리는 무기물을 가리키며, 대부분 산화물이고 실리카(SiO2)를 주성분으로 하여 소다(Na2O)나 석회(CaO) 등의 산화물을 혼합한다. 그밖에 비산화물 유리도 다수 있다.
(2) 반도체 : 비정질 반도체는 크게 나누어 칼코게나이드 계와 tetrahedral계 반도체로 나눈다. 칼코게나이드 유리는 전압에 의해 전기 저항상태가 바뀌며 빛이 조사되면 광구조가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스위치 소자나 광메모리에 응용되고 있다. Tetrahedral계 비정질 반도체는 Si와 Ge과 같이 원소가 4배위로 결합된 것이다. 단결정인 경우 이들은 배위수가 다른 원소를 첨가(doping)하여 그 전도성을 제어할 수 있으나, 비정질인 경우는 수소를 사용하여 불완전한 결합을 메운 수소화 비정질 실리콘(a-Si:H)이 개발된 이래 태양전지, 광센서, 복사기의 감광드럼, 박막 트랜지스터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3) 금속 : 금속에는 결정입계(grain boundary)나 전위(dislocation)과 같은 결함이 존재하나 비정질 금속에는 그와 같은 결함이 없다. 따라서 기계적 강도가 크고 내마모성이 높으며 부식에 강하다. 또한 결정입계가 없으므로 투자율이 높은 연자성 재료가 되며, 전기저항이 결정의 5배에 이르고 eddy current 손실이 작기 때문에 철심재료로 적합하다. 그러나 비정질 상태는 열적으로 준안정 상태에 있기 때문에 고온에서 불안정한 결점을 갖고 있다.
3. 비정질 재료의 특징
물질의 성질은 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그 결합상태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철은 Fe 원자로 구성되고 이것이 결합함으로써 결정상태가 된다. 이 Fe 원자의 결합상태가 전기 전도도나 연성 등과 같은 물성에 반영된다. 비정질 재료는 수~수십 원자정도의 단거리 질서는 갖고 있으나 장거리 질서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질 상은 결정상과 비슷한 물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비정질 물질과 결정질 물질과의 유사성은 단거리 질서로부터 발현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비정질 재료는 특유의 장거리 질서의 결핍으로 인하여 결정상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새로운 물성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것이 비정질 재료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4. 비정질 재료의 제조법
물질을 용융시킨 후 충분히 빠른 속도로 급냉하면 어떤 것이라도 원리적으로는 비정질 상태로 되지만 실제로는 비정질로 되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 있다. 산화물 유리의 배위수는 2~3 정도인데 반하여 금속은 다른 물질에 비하여 크다. 즉 배위수 m=2~3인 물질에서 비정질화가 쉽게 일어난다. 배위수가 너무 크면 원자끼리의 구속력이 강하여 자유로운 원자구조를 가질 수 없고, 너무 작으면 결합이 유지되지 않는다. 비정질 Si의 경우는 4배위이며 일반적으로 비정질화가 어렵다. 따라서 증착법 등의 초급냉법을 사용하거나 결합을 절단하여 dangling bond를 만들거나 혹은 수소화 함으로써 평균배위수를 작게하여 비정질을 실현한다. 금속의 경우는 공유결합이 없고 금속결합이 등방성이므로 일반적으로 108 ℃/s 이상의 급냉속도가 필요하다.
◎ 비정질 반도체
1. 비정질 실리콘
Si 또는 Ge 원자는 각각 Si-Si(또는 Ge-Ge)의 원자간 결합을 형성하면 원자의 s궤도와 p궤도가 혼합되어 sp3 혼성궤도를 형성한다. 분자 상태에서는 이것이 결합상태(σ+)와 반결합상태(σ-)로 분리되고, 이 2개의 전자상태로의 분리가 원자가 집합하여 고체로 형성될 때 band 구조와 band gap이 형성되는 근본 원인이 된다. 근접 분자끼리의 상호 작용에 의해 각 분자의 에너지 준위는 에너지 band로 퍼지고 가전자대와 전도대로 이루어지는 band gap이 형성된다. 결정의 경우는 band의 선단이 에너지적으로 잘 구분되어 있다. 비정질 반도체의 경우도 band의 기본적 구조는 결정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나 장거리 질서가 결여되어 원자간의 결합거리, 결합각도, 결합력 등이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band의 선단이 일정한 에너지에 국재되지 않고 흐릿한 에너지 영역을 보인다. 또한 결합되지 않은 채 끊어져 있는 미결합 본드가 존재하여 σ+와 σ-에 의한 준위 이외에 여분의 준위가 형성되고 이를 국재준위(local level) 이라고 부른다. Band의 선단은 전도대와 가전자대의 연장선 위에 있어서 band tail을 형성한다. 이와 함께 미결합 본드에 의한 에너지 준위도 있어 이들이 합쳐서 band gap 내에서 국재준위를 형성한다. 이 국재준위 때문에 비정질 반도체의 전기 전도도는 크게 낮아진다. 전도대와 전도대 부근에서 비정질 반도체의 전도기구는 호핑전도(hopping) 즉 국재준위 사이를 전자가 양자역학적 터널링 현상으로 뛰어서 이동하는 형태를 갖기 때문에 전자나 정공의 이동도가 크게 감소한다.
비정질 반도체의 경우는 국재준위와 band tail 때문에 단결정과 같이 정확한 band gap을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비정질에서는 에너지와 이동도와의 관계로부터 전자와 정공의 이동이 극단적으로 작아지는 준위를 결정하고 이를 이동도 간격(Eg(el))으로 정의하여 단결정의 band gap에 대응시킨다.
단결정 Si이 IC나 LSI용 재료로서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Si에 P나 B와 같은 미량의 불순물을 첨가하여 p형 또는 n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가전자 제어를 통해 트랜지스터를 제조할 수 있다. 그 반면에 비정질 Si의 경우는 앞 절에서 설명한 것처럼 dangling bond나 band tail 때문에 불순물을 첨가하여도 p형, n형 등의 가전자 제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란(SiH4) 가스를 분해하여 형성한 비정질 Si은 B나 P의 첨가에 의해 도전율이 5 order 이상 크게 변한다. 실란의 분해에 의하여 제조된 Si에는 수소가 10% 정도 함유되어 수소화 되어있다. 수소의 격자 침입으로 격자의 변형이 완화되고 dangling bond와의 결합으로 인하여 결함 밀도를 감소시킨다. 스퍼터링에 의하여 제조된 수소를 함유하지 않은 비정질 Si은 band gap 내에 고밀도의 국재준위를 만든다. 이 때문에 반도체의 페르미 준위는 band gap의 중심에 고정된다. 이와 같이 많은 결함을 가진 반도체에는 1020 cm-3 정도의 국재준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1018~1019 cm-3의 불순물을 doping하여도 band gap 내에 donor level이나 acceptor level을 형성할 수 없다. 그 반면에 수소화된 비정질 Si은 국재준위 밀도가 낮고 doping에 의하여 donor나 acceptor level을 형성할 수 있다. 수소화 비정질 Si의 결함밀도는 1015~1017 cm-3정도이며, 1018~1019 cm-3의 불순물 첨가로 가전자 제어를 할 수 있다.
비정질 반도체는 결함을 완전히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전자나 정공의 이동도는 단결정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비정질 Si은 광흡수 계수가 커서 두께가 약 1 ㎚인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단결정 Si 태양전지는 두께 약 300 ㎚). 광흡수 계수가 큰 이유는 단결정 Si이 간접전이형인데 반하여 비정질 Si은 구조의 불균일성 때문에 직접전이형의 성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정질 반도체는 대면적화가 가능하고, 저온형성이 가능하며, 값이 싼 기판(유리, 금속, 플라스틱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2. 칼코겐화물 비정질 재료
(1) 정의 : 칼코겐화물 반도체는 주기율표 상에서 산소와 같은 VI족에 속하는 S, Se, Te의 칼코겐 원소라고 부르는 3개의 원소와 그 화합물로써 이루어지는 비산화물계 유리의 총칭이다. S, Se, Te 이외의 성분으로서 As, Sb, Tl 등의 금속원소나 I, Br, Cl 등의 할로겐 원소가 첨가되어 다양한 유리구조와 물리화학적 성질을 갖는 반도체가 형성된다. 산화물 유리나 비정질 금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칼코겐 원소와 다른 원소의 조성비가 어떤 특정 범위에 들지 않으면 비정질화가 되지 않는다.
(2)특징
① 칼코겐화물 비정질은 진공증착이나 스퍼터링에 의해 박막으로 제조되어도 물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또한 열처리를 하여도 균열이나 박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② 칼코겐화물 비정질의 연화온도는 넓은 온도영역을 갖기 때문에 벌크로부터 직접 기계가공에 의한 압연이나 주조성형(die casting)이 가능하다.
③ 대부분의 칼코겐화물 비정질은 적외선 투과능이 좋은데, 임의의 형상으로 만들 수 있고 광학적 특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재료보다 우수하다.
④ 일반 산화물 유리에 비하여 연화점이 낮다.
⑤ 금속과의 젖음성이 좋고 내수성이 높다. 산에 강하나 일칼리에는 약하다.
⑥ 칼코겐화물 비정질 반도체는 준안정상이므로 전계, 빛, 압력 등에 의해 상전이 및 내부 에너지의 변화를 일으키기 쉽다.
⑦ 칼코겐화물 비정질 반도체는 많은 국재준위를 가지며 그 전도형은 진성 전기전도(intrinsic conductivity)를 나타내고 운반자의 수명이 매우 짧다. 또한 가전자 제어를 할 수 없어 pn 접합의 형성이 어렵다.
(3) 응용
① 태양전지 : 태양전지는 반도체에 빛이 입사하였을 때 일어나는 광전효과를 이용한다. 반도체에 적당한 에너지를 가진 빛(광자)이 입사하면 전자(electron)와 정공(hole)이 생긴다. 이들은 pn접합에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여 양쪽 전극에 모이고, 전극을 연결하면 전류가 흐르게 된다. 태양광은 지구 표면에 막대한 에너지를 전달하나 단위면적 당으로 환산하면 맑은 날씨일 경우 1 kW/m2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대면적의 태양전지가 필요하고 낮은 가격으로 제조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전지의 특성은 광조사 하에서 외부회로에 걸리는 전압과 전류의 변화(I-V 특성)와 그로부터 구하는 단속전류(Isc), 개방전압(Voc), 및 다음 식으로 정의되는 곡선인자(FF: fill factor)와 변환효율 η에 의하여 평가된다.
FF = (I×V)max/(Isc×Voc) ................ (1)
η = (I×V)max/입사광의 power(W) ................. (2)
a-Si 태양전지는 c-Si 태양전지보다 높은 Voc를 가지나 Isc및 FF가 낮은 경향이 있다. 높은 Voc는 큰 band gap에 대응하고, 낮은 Isc와 FF는 소자 내부저항이 크고 순방향 바이어스(V→Voc) 일 때 한 층에 걸리는 전계가 낮아져서 확산 거리가 짧은 carrier의 재결합이 일어나는데 기인한다.
② 광전변환 소자 : 비정질 Si은 광기전효과를 이용하거나 광도전효과를 이용하여 광센서와 같은 광전변환 센서로 사용된다. 광센서에 대하여 설명한다. 미소한 반도체 소자에 다다른 빛을 전류의 형태로 검출하는 소자를 광센서라고 한다. 입사광의 색(파장)을 식별하는 색 센서, 소자를 직선상으로 배열(array)하여 원화로부터 반사되는 빛의 농담을 읽어내는 복사기용 밀착 이미지 센서 및 평면상에 소자를 2차원적으로 배열한 고체 촬상판 등으로 이용된다. 어떤 반도체에서 감도가 높은 파장영역은 그 반도체의 band gap에 기인하는데, 이것이 넓은 것은 단파장 쪽으로 좁은 경우는 장파장 쪽으로 감도 피크가 이동한다. 플라즈마 CVD 법으로 형성한 a-Si 중에는 수소가 함유되어 있어 단결정의 band gap 1.1 eV에 비해 1.7 eV 정도로 크다. 따라서 그림3.2에서 보듯이 가시광 영역이 광흡수 피크로 되고 가시광 센서로 적합한 성질을 가진다.
③ 박막 트랜지스터 : 박막 트탠지스터(TFT: thin film transistor)는 각종 능동소자의 기본이 되며 전하 전송장치나 정전유도 트랜지스터 등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TFT는 보통 절연성 기판 위에 반도체 박막을 형성하고, 그 막 속에 MOS(metal oxide semiconductor)형 또는 MIS(metal insulator semiconductor)형의 트랜지스터를 형성한 것을 가리킨다. TFT는 소스(source), 드레인(drain), 게이트(gate)의 3단자로 이루어져 있다. TFT는 게이트에 인가하는 전압에 의해서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흐르는 전류를 제어한다. 게이트에 전압이 걸리면 소스와 드레인 사이의 저항이 낮아져서 전류가 흐르고 트랜지스터의 on 상태가 된다. 전압이 제거되면 트랜지스터는 off 상태로 된다. a-Si TFT 에서는 일반적으로 stagger 형으로 제조되는데 이는 반도체와 절연막을 동일한 방법에 의해 제조할 수 있으므로 연속적인 공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Si TFT는 액정 디스플레이에 주로 이용된다. 액정 디스플레이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액정은 90도 비틀려서 디스플레이에 배향되는데, 이 상태에서 편광판을 통해 빛이 입사하면 분자축을 따라서 90도 방향이 바뀌어서 다음 편광판을 통해 나간다. 여기에 임계전압 이상을 가하면 액정의 비틀림이 사라지고 입사된 빛은 출구의 편광판에 의해 통과하지 못한다. 이 셔터의 개폐는 수십만개의 화소에 대하여 독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이 대면적의 액정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고 미세가공이 가능하며 양호하고 균일한 개폐소자를 형성할 수 있는 재료가 a-Si TFT이다. S와 G에 의해 화면의 위치를 지정하고 각 화소를 독립 제어한다. 따라서 브라운관처럼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전자빔과 그것을 제어하는 코일 대신에 1㎛ 정도의 박막에 의하여 화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얇은 TV를 제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