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산(不知山)을 오르며
언제부터인가 최근에는 백년지기들의 산행지를 나즈막하면서도 한적한 곳을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고 전철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목적지가 됩니다. 산에 오르면 거의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하여 우리들만의 오붓한 산행길입니다. 오늘은 경강선 삼동역에서 09시 37분에 위짜추 조단서 씨모우 까토나 넷이서 출발합니다. 경강선(京江線)은 경기도 시흥시 월곶역에서 판교를 거쳐 여주 강원도의 원주 강릉까지 연결되는 간선철도 노선입니다. 판교에서 여주까지 2016년 9월에 먼저 개통한 수도권 전철이기도 합니다. 원주에서 강릉까지는 2017년도 12월에 준공할 예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월곶역과 판교 그리고 여주와 원주 구간도 머지 않은 기간에 완성되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의 예정은 능안산(264m)을 오를 예정이었으나 건너편에 있는 뉴서울 컨트리가 있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산길에는 아직도 잔설(殘雪)이 남아 있으며 곳곳에는 어름이 되어 주춤거리게 합니다. 편안하면서도 조용한 오솔길로 노객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정상표지석은 보이지를 않고 여기 저기에는 잔디로 뒤덮힌 골프장 모습이 시야를 어지럽게 합니다. 산행하면서 오르는 동안의 느낌으로는 해발 300여 미터 정도는 됨직한 산으로 부지산(不知山)이라고 불러 볼까 합니다. 좁디 좁은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야금야금 골프장으로 변해 가는 세태가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습니다. 덕분에 노객들은 잔디 봉우리에 앉아서 각자 갖고 온 간식을 따끈한 율무차로 혈당을 끌어 올립니다. 경기 광주시 방향을 마음에 새기며 능선을 따라 벌읍초교 방향으로 하산을 합니다. 버스로 댓 정거장 지나서 삼동역 근처에서 하차를 합니다. 다시 판교 방향으로 가는 경강선을 승차하여 이매역에서 신분당선으로 환승하여 모란역에서 하차를 합니다. 14시 30분에 모란역에서 기다리는 치빠흐와 장어전문집으로 찾아 들어갑니다. 척추관협착증(脊椎管狹窄症)으로 고생하고 있는 치빠흐는 산행에 동참은 못해도 한잔하는 회식(會食) 자리에는 기꺼이 함께 하는 애주가(愛酒家)라 할 수 있습니다. 몇십년 동안 힘든 일이지만 마다 않고 가정을 위한 가장(家長)으로서 손에서 일을 놓지 않던 친구입니다. 힘들어 하는 남편을 이제는 맞벌이하는 아내가 갈길을 막아선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아내만 믿고 몸만 편하게 건강을 추스리라고 한답니다. 나이들면 떨어져 사는 잘 난 자식 보다 바로 옆에 있는 악처(惡妻)가 더 낫다는 옛 말씀을 생각케 합니다. 최근에도 한번 찾았던 곳으로 오늘도 장어 소금구이를 주문하여 막걸리 쐬주를 각자 취향대로 완샷을 합니다. 짜릿한 알콜의 목넘김이 장어구이와 더하여 쾌감을 자아냅니다. 산행의 피로 물질과 체내의 노폐물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입니다.
나이에 따라서 남녀노소에 따라 사람마다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는 수 많은 종류의 취미들이 있습니다. 취미는 빠듯한 시간에 쫒기는 현대인들의 짓눌린 삶의 탈출구이기도 합니다. 우리 노객들의 일주일 마다 함께 하는 산행과 둘레길을 걷는 것은 취미라기 보다는 삶의 테두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똑 같은 것을 좋아하며 같은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우리들 백년지기들은 행복한 노객임에 틀림이 없나 봅니다. 고희를 훌쩍 넘긴 우리들의 삶에는 돈도 명예도 사회적인 지위도 함께 하는 친구가 없으면 모두가 신기루일테니까 말 입니다.
2017년 2월 22일 무 무 최 정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