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왜 이리 춥지. 바람은 또 왜 이래”.
바람이 무척 화가 난 듯 거세다. 만물을 깨운지 꽤 되었건만, 아직도 나무를 흔들어 댄다.
바람의 기운을 타고 만물은 깨어난다. 미풍이던, 순풍이던 그 움직임을 감지하고 만물이 소생한다.
바람이 動이라면 동면은 停이다.
산을 좋아한다.
평지보다는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하체 근력이 생명이다. 근력은 움직여야만 살아난다.
갈마산은 까끌막 5개를 쉬지 않고 올라야 한다. 쉬이 덤볐다간 낭패 당할 코스다.
이정도는 되어야 충분한 운동량이 된다.
정상에서 숨고르며 바라보는 황강은 아름답다.
몸은 停이지만, 마음은 動이다. 무한한 희열에 가슴이 열린다. 구름만 있다면 타고 갈 듯한 기분이다.
動의 끝은 停이요, 停의 끝은 動이다.
動과 停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움직임이 곳곳에 일고 있다.
바람의 움직임에 이젠 나뭇가지도 즐긴다.
이미 많은 곳에서 포착된 봄의 움직임.
정원의 홍매화는 벌써 낙화 일로에 있고, 새파란 국화 잎은 바람을 기다린다.
텃밭의 냉이는 허리를 폈고, 겨울을 당당하게 이겨낸 대파는 의기양양하다.
세상의 만물이 움직이고 있는데 나만 거실 안에서 논다.
합천 8경이 새로 선정되었는데, 정양늪도 포함 되었다.
늪에도 움직임은 거세다.
봄이 일렁이고 있다.
철새가 고향 찾아 떠나면, 그 빈 공간을 습지 친구들이 채울 것이다.
애벌레들이 유충들이 수서생물들이 물속을 헤집고, 연, 갈대, 큰고랭이가 세상 구경나올 것이다.
늪의 터줏대감 잉어와 가물치, 널뛰는 모습도 보겠지.
금개구리 나드리 빨리 했으면 좋겠다.
늪에 발 담근 버드나무의 움직임에 놀란 늪의 친구들, 경칩이 벌써 지났는데 무얼 하느뇨.
정양늪 지킴이들 발 빠르게 움직인다.
올해부터 현장 투입해야 하기에 많이 배워야 한다.
모두 그 즐거움에 대비한다.
그런데 나만 아직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환경생태 놀이 지도사’와 ‘2024 숲해설가’ 전문과정을 도전하고 있는데,
겨우 ‘생태해설사 역량 강화’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초반에 100m 처지면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반환점 돌아올 때 100m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거리다.
출발은 같이했다.
모두들 달리고 있는데, 아직 그대로다.
아서라, 조금 있으면 남들은 30km에서 ‘러너스 하이’를 즐길 텐데.
정원에 심어 놓고 둥근 달처럼 다듬어 놓은 편백나무 속에 멧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설 즈음에 신혼살림을 차린 것이다.
그러니까 집에서 제일 먼저 포착된 움직임이랄까?
혹시 방해될까 숨죽이고, 될 수 있으면 접근금지다.
4월쯤 알 낳고, 2주 정도 지나 부화 되어 날아가는 덴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자연 다큐멘터리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動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하늘 색이 다르고, 구름도 맑아진 느낌이다.
우리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겨울 동안 봄을 학수 고대한 모든 동식물이 움직인다.
쑥은 봄 나드리 채비를 마쳤고, 황강뚝엔 하루살이 무리가 길동무를 자처한다.
먼 길 떠날 채비에 귀여운 댕기흰죽지는 자맥질에 여념이 없다.
겨우 내내 동무가 되어준 예쁜 철새들,
큰고니, 큰기러기, 대백로, 논병아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그러고 보니 벌써 떠난 새들도 있는지 황강이 썰렁하다.
움직이고 있다. 가고, 오고, 돋아나고, 솟아나고, 깨어나고, 일렁이고.
바람이 움직이니 강물도 춤을 춘다.
분명 어제는 차가웠는데 손끝이 시리지 않다.
쓰던 마스크를 던지니 맑고 신선한 공기가 좋다.
북풍한설도 따스한 남동풍에 놀라 되돌아간다. 버들강아지 갯가에 물장구치니 송사리도 좋아라다.
움직이자.
살아있음을 느끼자.
풀코스 뛰는 사람에 기죽지 말고 5km라도 열심히 달려보자.
정양늪이 남사르까지 가려면, 울트라와 철인 3종 정도는 달려야 할 것 같다.
굼벵이의 꿈틀 임에서 거북이의 의지로 토끼의 날램으로 움직여 보자.
완주의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