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걷기/정동윤
맹추위와 더불어
눈 쌓인 동지 걷기는
내년의 풍년을 예감하듯
영하 7도의 차가운 바람을
방한용 다운재킷으로 맞서고
백 년 남대문 교회당에서
출발의 기도 올린 후
서울로 7017로 내려서니
콘크리트 회색 정원은
겨울 나무처럼 썰렁하였소
중림동 약현 성당 언덕에도
순교지 서소문역사공원에도
어제 내린 하얀 눈이
동짓날 친구의 마음처럼
꾸밈없이 넉넉하게 덮였다오
수렛골, 배재학당, 정동제일교회
정동극장, 덕수궁 중명전 지나
국토발전 전시관 내의 찻집
'정동, 그집' 에서 두꺼운 외투 벗고
차 한 잔 나누는 동지의 여유
한성교회, 돈의문 터 지나
600 년 한양도성 길
송월동, 사직단 그리고 필운대
필운대 배화학교는 지금 수업 중
방문 거절을 정중히 받아들이며
세종 거리 돌솥 추어탕으로
멋쩍은 속 뜨겁게 달래고
통인 시장의 새알 팥죽으로
달콤한 위로까지 받았으나
오늘은 그만 걷기로 했소
광화문, 시청, 남대문, 후암동으로....
22일은 22 번째 절기
추워도 즐거운 동지 걷기였소
다음 달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만나러 갑시다.
첫댓글 함께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첫 차가 떠나면 다음 차가 오지요.
그땐 함께 타시죠.
동짓날에도 걸으셨어요?
정동윤 선생님이 걸음을 멈추신다면
아마도 지구 자체도 멈출 것 같아요.
해피데이!
동지 나이/정동윤
수천 고지 넘나들던 발길
높은 산만 걷더니
이제 언덕길도 버겁다며
둘레길 걷자 하네
바위와 나무가 보이고
뜨겁게 뛰놀던 벅찬 가슴이
핏줄이 좁아져 답답하다며
천천히 걷자 하네
꽃과 풀잎에 관심 가고
한 상 주어진 음식들
설거지하듯 먹던 식욕은
밥 한 숟갈 씹고 또 씹네
이것이 인생 아닌가
바다에 이르는 강물인 줄 알았지
계곡 울리며 흐를 때는
언제 말라버릴 개울일 줄 몰랐지
꽉꽉 들어찬 나이
이것이 인생 아닌가?
그려, 이것이 인생이네.
선생님의 걸음걸음에 축복 가득하기를
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