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인 ‘조장하다’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기다’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원래 ‘조장 助長’이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중국의 송나라에 성미가 급한 농부가 있었는데, 논에 심은 벼가 천천히 자라는 것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더랍니다. ‘어느 세월에 저것들이 다 자라려나’ 싶어 조바심이 난 농부는, 벼를 하나하나 쑥쑥 뽑아 올린 후,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자랑을 합니다. “내가 오늘은 가서 벼가 빨리 자라도록(長) 도와주고(助) 왔지!” 아연실색한 가족들이 논에 나가보았더니, 뿌리가 뽑힌 벼들은 이미 시들어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곡식이 자라 열매를 맺는 데에는 다 정해진 때가 있으니, 농부가 인위적으로 뽑아 올린다고 해서 뜻대로 되는것은 아닙니다. 그저 성실하게 씨를 뿌리고 가꾸어 주기만 하면,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듯, 씨는 농부가 알지도 못하는 새에 저절로 싹이 터서 자라나게 마련인 것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빨리 자라게 하려 억지를 쓰다보면, 오히려 그 싹은 뿌리가 뽑혀 말라죽고 말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도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아주 작은 겨자씨에 비유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작은 겨자씨를 땅에 뿌리고 잘 자라도록 가꿀 사명을 부여받은 농부들이라 할 것입니다. 농부로서, 우리에게 맡겨진 몫은 ‘조장’이 아니라 ‘믿고 기다림’입니다. 싹이 터서 줄기가 자라고 열매가 영그는 것은 우리의 지혜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 니다. 그 속도가 더디다 하여,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하여 조바심을 내며 ‘조장’하려 하다보면, 그래서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내 뜻을 관철시키려 무리를 하다보면, 오히려 한 해의 농사를 그르치고 말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듯, 우리 그리스도인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 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세상의 논리에 속아, 하느님 나라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 와중에, 하느님 뜻이 아니라 내 뜻이 이루어지는 나만의 왕국을 추구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 입니다.
- 최규하 다니엘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