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백야 / 원수현
창을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
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을
사람들은 으레 그랬듯 그저 스쳐 지나갈 것이고
나는 그 작은 곳에 눈을 대고 밖을 보기로 했어
틈 사이로
가진 것들이 보였다 너무도 많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고
많아서 우는 사람들
없어서 우는 사람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불행함을 하나씩 눈에 넣었지
이곳을 떠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
그곳도 돌았다 빙글빙글 꼭짓점도 결국에는
그대는 미치어 있는가
그대는 미쳐 있던가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뱀을 피해 장대에 올라간다고 했다
점점 더 길어지는 그림자들
우리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을 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깨진 창문을 다시 기우는 사람이 있었다
--------------------------------------------------------------------
2025년도 신춘문예 당선작 분석 오늘은 경상일보 신청문의 시당선작 원수현의 '백야'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당선소감
<제게 시는 애증의 대상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너무 미웠죠
처음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날도
두 마음을 동시에 품었던 것 같습니다.
살아야겠다 결심했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는 없으리라는 마음
글쎄요. 조금은 막막합니다. 이제 막 신발을 신었고
우리는 늘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익숙하지만요.
어쩌면 발자국만 남긴 채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웃음이 납니다.
움트는 불안과 그것을 위로하는 시 사이에서
저는 매일 고군분투할 테니까요
그 잔해가 켜켜이 쌓이면 언젠가 당신에게 듣고 싶습니다
수고했다고.>
심사는 김성춘 시인께서 해주셨네요. 심사위원은 당선작을 뽑은 경의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당선작 ‘백야’는 우선, 언어의 소통이 잘 되고, 메시지가 분명해 설득력과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주제를 향해 언어를 끌고 가는 솜씨가 뛰어났다. 백야는 우리 시대 삶의 은유다.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우리의 막막한 삶을, ‘백야’라는 감각적 현상을 통해 우리 삶에 비유하면서 잔잔한 이미지로 형상화시키는 능력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다른 응모작들 보다 수사적 화려함은 덜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부드러운 이미지가 돋보였다. 그리고 당선자의 작품들 모두가 시적 완성도 면에서 다른 응보자들보다 월등하게 높아서 오랜 창작의 내공을 느끼게 했다는 점, 이 점 또한 선자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당선작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겠죠.
그럼 당선작이 어떤 작품인지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시제는 '밤이 없는 날'을 의미하죠.
이는 불안과 불확실한 상태를 상징합니다. 그러니까 이 시는 백야라는 현상을 통해 불확실한 현실과 인간의 불행을 탐구하고 희망의 메세지를 담아냅니다. 시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도입부는 창과 틈의 이미지로 장식됩니다.
창을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
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을
사람들은 으레 그랬듯 그저 스쳐 지나갈 것이고
나는 그 작은 곳에 눈을 대고 밖을 보기로 했어
틈 사이로
"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을" 원한다고 하는데, 이 창이 상징하는 것은 개인적인 어떤 시각을 말할 수 있겠죠. 틈 또한 매우 제한된 시야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도입부는 우리의 삶의 삶과 현실이 그러한 틈 사이로 보는 것과 같은 불안전하고 단편적인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들이 보였다 너무도 많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고
많아서 우는 사람들
없어서 우는 사람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불행함을 하나씩 눈에 넣었지
이곳을 떠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이어지는 부분은 삶의 불행과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가진 것에 상관없는 인간의 욕망과 불만족, 그리고 다른 세계를 꿈꾸지만 결국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행과 불행에 대한 공감 깊은 보편적인 감정을 제시합니다.
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
그곳도 돌았다 빙글빙글 꼭짓점도 결국에는
그대는 미치어 있는가
그대는 미쳐 있던가
셋째는 삶의 아이러니와 삶의 순환 반복을 말합니다.
"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 같은 구절로 노력과 고난이 결국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아이러니를 말하면서, '꼭지점도 결국에는'라는 구절을 통해 순환과 반복을 상징합니다.
"그대는 미쳐 있는가? 그대는 미쳐 있던가?" 구절에서 '미쳐 있는가'는 앞 연과 연결해서 읽어보면 꼭짓점에 도달했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미쳐 있던가' 구절은 그러한 상태에 빠져 있었던 과거를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삶과 현실의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 구절는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불확실한 현실과 그에 따른 어떤 내면적 갈등을 부각한다고 하겠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뱀을 피해 장대에 올라간다고 했다
점점 더 길어지는 그림자들
우리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을 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깨진 창문을 다시 기우는 사람이 있었다
마지막 부분은 그림자와 마음 먹기를 말하고 있네요.
'점점 더 길어지는 그림자들, 우리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을 때'라는 구절은 '삶과 '현실에서 문제와 불안이 커져서 불행과 고통이 세상을 지배할 때를 말한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구절을 통해 모든 문제가 마음먹기 나름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이 시는 희망과 회복을 제시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깨진 창문을 다시 기우는 사람이 있었다'라는 구절에서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삶을 회복하려 노력하는 의지를 표출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불안과 위로를 주제로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복잡성을 탐구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창작 법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이 시가 매우 주제가 명확하고 메시지도 선명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불행과 행복, 인간의 내면과 삶의 아이러니라는 주제가 명확하고, 시 각 구절이 주제에 집중하는 언어 구사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죠.
둘째는 상징과 은유의 사용이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창 틈, 빙하, 그림자 등의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죠. "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 같은 은유적 표현은 독자에게 강한 시각적 이미지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이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셋째는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감정으로 잘 연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과 같은 개인적인 시각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불행과 행복, 인간의 고뇌와 같은 보편적인 감정으로 연결하여 독자의 공감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넷째로 이 시는 표현이 무척 간결하고 소통력이 강한 표현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장황함 없이 이 시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언어는 소통력이 강한 설득력과 안정감을 주는 그런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은 시 창작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시를 창작한다면, 독자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주는 시를 빚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2025년도 경상일보 신문의 시당선작 원수현의 '백야'를 만나보았습니다. 백야라는 감각적인 현상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인간의 불행과 행복,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를 다루는 이 작품은 비교적 언어적 소통이 쉽고 메시지도 분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 당선작 중에서 가장 운문다운 그런 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그만큼 시창작 관점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