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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46년의 세월에 비해 46일 간의 만남은 너무나도 짧았다.
1991년 첫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된 지바 세계 선수권대회를 위해
판문점에서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대회와는 무관하게 북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이
조금 다른 종류의 설렘 또는 긴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처음 접한 이분희 선수는 약간 차가운 느낌이었다. 워낙 어릴 때부터 탁구를 잘 해서
북한에서는 지도자 계급과 동급이고 '국민 영웅'(?)이라 그런지 좀 도도했다.
단복에 늘 김일성 뱃지를 달고 다니길래 내가 장난삼아 '그게 뭐야?'라고
물었더니 버럭 화를 낸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막상 15일 간의 연습생활을 하면서는 서로 말도 통하고 먹는 음식도
같아서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특히 분희 언니와는 다른 선수들보다도 친했다.
라이벌로 그려지기도 했지만.. 라이벌끼리는 묘한 우정도 함께 자라나는 것 같다.
중국팀과의 결승에서 3-2 접전 끝 우승으로 18년만에 다시 찾은 코리비용 우승컵은
남북이 함께 보관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1년씩 보관한 뒤 반환됐다.
헤어지면서도 "잘 가라"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보통 이럴 때는 "편지할게", "또 보자"라는 인삿말이 적당한 건데, 보고 싶어도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대회가 끝나고 헤어질 때가 되니 실감이 되어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코리아' 영화 속에서는 반지를 헤어질 때 주는 것으로 나왔지만, 사실 헤어지는 전 날
직접 방으로 찾아가서 전해주었다.. 단일팀으로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반지를 준비했는데
안에다가 '분희', '정화' 이렇게 새겨서 주었던 것 같다.
원래는 그런 걸 주면 안 된다고 한다.. 조그만 반지이니까 잘 숨겨서 간직하고
잊지 말자는 말을 전했다.
다음 해 세계선수권인 93년도에도 북한 팀을 만난 적이 있다. 반갑기도 하고 말이
통하는 유일한 팀이라 음식도 나눠 먹고 친하게는 지냈지만, 작년만 해도 한 팀으로
뛰며 서로 응원하고 부둥켜 안고 울었던 팀과 다른 팀으로 대회에 임하는
기분이 정말로 이상했다.
그 후로 분희 언니를 만난 적은 없다.
작년에 도하에서 열린 피스앤스포츠컵에서 북한 팀을 만나 소식을 물은 적이 있을 뿐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뇌수막염에 걸려 장애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북한의 장애인 단체 쪽에서 일한다고 하는데 내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이렇게 늦은 밤에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분희 언니 때문이다.
그 소식을 듣고 뭔가 도와줄 일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이런 일을 준비하게 됐으니 말이다.
얼마 전 북한에 다녀온 영국 대사님이 이분희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전해주셨는데 살이 많이 붙은 게 딱 아줌마 포스다.
그 때는 참 하얗고 앳된 얼굴이었는데 세월은 숨길 수가 없는지..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바 선수권 대회를 소재로 만든 영화 '코리아'에 이분희 언니와 내가 등장을 하지만..
사실 우리의 만남은 더 영화같았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영화 제작 제의에 선뜻 동의하고 적극 동참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는 그렇게 막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울고 웃고, 또 다시 막을 내리고
잊혀져 가겠지만 우리에게는 영화가 아닌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탁구인으로서 활동하는 동안에 꼭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다.
출처 : 굿바이셀리(goodbuyselly.com) 현정화 샵 스토리 中..
읽으면서 찡해서 또 하나 퍼왔어요
현정화 선수와 이분희 선수와 다시 만나게 되면 좋겠는데 ㅜ
이분희 선수 자녀분이 장애인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분희 선수가 많이 힘쓰고있다는데
현정화 코치님이 많이 안타까우신가봐요 ~
ㅠㅠ 응원해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