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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트레일 (Inca Trail, Inka Trail)을 마치고
잉카제국에는 문자가 없었다고 한다. 발음 그대로 병기하여 사용한다.
잉카트레일이란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산을 넘으며 잉카인이 생활했던 유적지를 따라 걸으며 마추픽추 유적지도 내려다보며 걷는 그 길을 일컫는다. 45km의 길지 않은 길이지만 이 길이 힘든 이유는 고산이라는 점 때문이다.
페루 안데스산맥에 있는 도시 쿠스코는 해발 3,400미터에 위치해 있어서 산소의 농도가 낮아 고산에 대한 대비를 잘해야 한다.
리마에서 쿠스코행 비행기를 타기전에 먼저 고산약을 먹어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곳 쿠스코에서 파는 고산약이 한국인에게 잘 듣는 것을 아는 터라 나는 고산약을 미리 챙겨오지 않았다. 48솔을 주고 산 고산약은 잉카트레일에서 역시나 효과를 내 주었다. 쿠스코에서는 조금만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올라가면 숨이 찬다. 여기서는 천천히 걷고 천천히 움직이기로 한다.
쿠스코 방문은 2015년 이후 2번째인데… 지난번에는 하나의 맛집 ‘사랑채’에만 빠져 있어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 이번에 안 일이지만 고급지고 맛있는 맛집이 광장 주위에 많이 있는 것을 알았다.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맛있게 하는 맛집!
여행에서 먹는 것은 참 중요하다. 컨디션을 유지해주고 또 한가지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이라서…
고급 음식점일수록 잉카 민속음악과 춤공연이 빠지지 않는다. 히말라야와 달리 이번 잉카트레킹에서는 산속의 호텔 식사를 경험했다. 비록 잠을 자는 곳은 텐트이지만, 또 식당도 텐트이지만 식탁위는 호텔 부럽지 않게 차려졌다. 산속의 요리사는 도시 호텔주방으로 보내도 손색이 없이 잘 할 것 같다.
쿠스코에서 모자를 만나다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기며 따라다니는 사람은 잉카 그림들, 혹은 알파카 털로 만든 쉐타 등을 파는 여러 상인이었다. 우리는 도착해서 첫날이라 이 사람들이 달러로 값을 부르는지 페루화폐 단위인 솔(sol)로 값을 정하는지 좀 혼동되었다. 그래서 물어보면 그들도 대강 이야기를 해주어 싼값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까닭도 있고 첫날 들뜬 마음이기도 하고… '여기 아니면 어디서 사랴?' 하는 마음에... 잉카그림을 여러 점 사기도 했다. 쉐타도 거저(?) 얻기도 했다. 실제로 쉐타를 산 사람이 들으면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이나 내가 볼 때 쉐타 가격이 참 좋았다. 물가가 비싼 미국을 거쳐 오다보니 모든 것이 저렴하게 느껴졌다.
쿠스코 관광이 좋은 것은 모두 다 걸어 다니면 된다는 것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들은 가이드를 따라서 12각돌도 보고 성당도 보고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그 와중에 비를 만나면 판초도 사고, 해가 나면 모자도 사고… 모자 가격도 너무 좋아서 두말하지 않고 샀다. 이 모자는 트레일 내내 내 이마와 목뒤까지 햇볕을 가려 주었는데… (나중에) 이 모자를 다시 사러 쿠스코에 한번 더 가야겠다.
쿠스코 광장에는 스타벅스 커피집도 있었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 있었던가? 없었던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다. 환전할 수 있는 곳은 여럿 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광장 가까이에 있어서 광장 쇼핑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도 좋고 호텔에 있다가 바람 쐬러 광장에 나오기도 좋은 그런 위치였다.
도착 첫날을 기념하러 한국식당을 찾아갔다. 예전 기억을 더듬으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더욱 깨끗해지고 안정되어 보이는 '사랑채'인데 양도 푸짐하게 주었다. 사장님은 홍대장님과 아는 사이여서 친근감이 더해졌다. 해외에서 잘되는 한식당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여기서 우리는 잉카트레일의 가이드를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먼저 가이드 지미가 도착했는데... 그는 자기는 세컨가이드라고 했다. 어찌나 세컨을 강조하는지 조금 과장하면... 마치 세례요한이 뒤에 오실 예수님을 소개하는 듯 했다. 곧이어 장피엘 가이드가 왔는데 키도 크고 영어도 유창했다. 우리가 3박4일 짐을 꾸릴 백을 하나씩 나눠주면서 1인당 7kg을 강조하였다. 이 주황색백은 재사용하는 것 같았다. 내것은 구멍이 나 있기는 했지만 비가 안 들어가게 잘 꾸려야 하는 것은 내몫이었다.
이튿날은 고도 적응기간으로 쿠스코 주변관광을 했다. 오얀따이땀보등을 관광하였다. 퍼레이드 시합이 있나 할 정도로 각양각색으로 꾸민 퍼레이드 팀들이 악기에 맞춰 춤을 추며 우리에게 볼거리를 선사하였다. 어른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신나게 춤을 추었다.
관광지 티켓이 한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여러 곳을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인 줄 모르고 차 안에 두고 안 갖고 온 네 사람은 본의 아니게 자유시간이 되었다. 대장님은 티켓을 갖고 오셨지만 다른 분께 양보하고 (이미 지난번에 가 보았으니까…) 햇볕에서 가이드의 긴 설명 듣는 것보다 퍼레이드도 보고 차도 마시고… 학교에서 땡땡이 치는 기분으로 커피를 즐겼다.
이곳이 한결 깨끗해지고 간판들도 잘 정비되어 보기 좋았다. 나중에 토끼님으로부터 설명 과외지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앞 산중턱에 지어진 것들이 궁금했는데… 적이 들어오는지 보는 초소였는데 지금은 곡식 저장소로 쓰인다는 모범생의 설명을 보충으로 들었다.
화장실에 갈때에는 1솔씩 내야 한다. 트레킹하는 동안에도 화장실에 가려면 잔돈이 필요하다. 이것을 인지하였을때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때였는데 이때부터 우리는 동전만들기 기획에 동참하여 거리의 가게에서 껌하나 사고 10솔지페를 내고, 또 사탕하나 사고 10솔 지페를 내밀고… 두둑하게 화장실에 갈 동전 꾸러미를 만들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회계 토끼님은 이 동전이 무거웠다고…. 이그… 베낭의 무게 생각도 안하고 착한 토끼가 다 갖고 있었네!
트레일 첫날
선인장 열매를 먹다.
그 다음날 아침 7시에 우리를 태운 버스가 1시간반 거리의 오얀따이땀보에 다시 데려다 주었다. 퍼레이드 행렬을 다시 만났다. 우리가 올때마다 공연으로 환영해 주니 국빈이 된 느낌이다. 어제보다 더 화려하다. 어제는 각팀이 예선에 나가려고 따로 따로 연습한 모양이었다면 오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가 되어 본선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꽃이 비쌀터인데 큰 꽃바구니를 앞에 세우고 진지하게 춤을 추며 행진한다. 페루의 큰 경축일이라고 한다. 날을 맞춰 온다고 해도 이렇게 이틀씩 관람하기는 어려울터... "역시 홍대장님하고 같이 오면 이런 경사스러운 일의 관람객이 될 수 있구나." 누군가 말했다.
마추픽추에 가는 잉카트레일 수속에 여권은 필수다. 수속을 마친 후 바로 이론 교육을 받기위해 박물관으로 입장! 여기서부터 안데스산맥에 사는 식물과 동물, 별자리까지 교육을 받은 후 드디어 출발! 사진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기념사진을 찍어 준다.
그런데…
앗! 처음부터 내려가네…. 한참을…
우리는 올라가야 하는데…
기찻길 높이까지 내려와서 다리를 건너고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 또 내려가네…
이러다가 강까지 내려가겠네… 정말….
트레일 시작점은 2,720미터. 한참을 가다가 쉬었는데 그곳에서는 잉카의 후예 여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선인장 열매를 팔고 있었다. 보고파가 열매를 사서 맛보라고 주는데 잘 익은 선인장 열매는 정말 맛이 있었다. 처음에는 1개를 둘이 나눠먹으려고 하다가 맛있으니까 1개를 다 먹게 된다. 바구니에 내어 놓은 것을 거의 다 우리가 먹었을 때 이 여인은 맞은편에 있는 자기 집에 들어가서 다시 한 바구니를 내어온다. 이제는 먹어 보았으니… 선인장 끝에 아기 주먹만큼씩 달려 있는 것을 보면 꽃이 아니라 먹는 것 인줄 알겠다. 그러나 가시가 많아서 우리가 함부로 만질 일은 아니다. 익숙한 사람이 따야겠지…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따기만 하면 식량도 되고 돈도 버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어디서나 자연은 사람을 살게 해주어 고맙기도 하다.
아보카도 나무도 보이고 귤처럼 노란, 우리나라의 으름같은 다른 열매나무도 보인다. 이것도 나중에 먹어 보았는데 호로록 들이 마시면 술술 잘도 넘어간다. 맛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아는 것은 그 뿐이다.
또 한참 가다가 쉬러 들어간다. 이 집의 주인 여자와 부가이드가 포옹하며 인사하는 것을 보니 잘 아는 관계인가 보다. 이곳은 정말 휴게소였다. 마당에서 던져 맞추는 놀이를 하도록 준비된 것도 있고, 아름다운 꽃들도 있고, 우리 보라고 새까지 날아와 나무 끝에 한참 앉아있었다 이 새는 보호색으로 무장해서 나무 끝에 앉아 있으면 나무처럼 보였다. 어쩌다가 새가 얼굴 방향을 나 있는 쪽으로 바꾸면 목덜미의 색이 달라 움직이는 새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여기서 가이드가 준 노란 과일간식을 먹었는데… 이렇게 잘 꾸며 놓은 집에서 아무것도 팔아주지 못하는 것이 내심 미안했다.
첫날은 열대우림 숲 속의 길로 이끄는 아름다운 산책길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교만한 표현이겠지?
오늘 묵고 갈 캠프장소로 들어오니 20명이 넘는 포터, 식당팀, 텐트팀 모두 일렬로 서서 박수로 환영해 준다.
그런데 이곳이 이렇게 멋질 수가…. 산속의 호젓한 잔디밭이 통째로 우리 것이었다. 이곳은 그룹 캠핑장으로 개인소유인 것 같다. 아직은 내셔널 park으로 들어가기 전이라 화장실비용도 1인당 3솔씩 한번에 받는다. 평균 화장실 1번 사용에 1솔이니 밤새 가는 것까지 쳐서 3솔을 받는다. 그렇다면 많이 갈수록 이익? 1인 3솔씩 계산하니 지폐3장과 동전 3개면 될 일이었다. 토끼가 가지고 있던 무거운 동전은 가이드 혹은 포터 것이 되겠네요. 돈을 받고 이렇게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내고 싶다.
이곳은 아주 환경이 좋다! 경관, 화장실 모두…
트레킹 둘째날
제일 빡센날
이튿날 4시가 되니 모두 일어나라고 깨우기 시작한다.
정말 잘 잤다. 숲에서 자는 잠은 늘 상쾌하다. 하기는 전날 종일 걸었으니 잘 잘 만도 하지. 전기가 없으니 6시만 되면 해드랜턴 켜고 있다가 밧데리도 아낄 겸 7시에 잠자리에 든다. 누워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잠이 든다. 그러면 새벽 4시에 일어나더라도 충분한 잠을 잔 것이다. 산행을 준비할 때는 어둡지만 출발하려고 하면 여명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일정 중에서 제일 힘든 날이라 각오를 단단히 했다. 새벽부터 6시간을 계속 올라간단다. 12시까지, 4,200미터 고도까지… 단거리가 아니다. 마라톤처럼 천천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끝까지 잘 걸어야 한다. 출발이 좋다. 쉬고 걷고, 쉬고 걷고, 또 쉬고 걷고… 쉴 때마다 간식은 물론… 선두도 바뀌고, 후미도 바뀌고… 가이드와 부가이드도 쉴 때마다 앞뒤를 서로 바꾼다.
어떤때는 30분 가다가 쉬고, 어떤 때는 15분 가다가 쉬고… 좀 쉬었다가 다시 걸으면 다리가 가벼운 것 같다. 그러나 2~3분만 걸으면 다시 다리가 무겁다고 느낀다. 아휴….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서로 칭찬해 주고 있었다.
“잘 가십니다!”
“잘가네~~”
마라톤의 매력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등산에도 끝은 있다. 오늘의 오르기에도 끝은 있었다. 우리팀의 오드리 언니 나이를 누군가 누설했나 보다. 다른 젊은이들이 와서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하며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우리들은 덩달아 그런 대단한 언니와 한 팀인 것으로 서로 으쓱해한다.
어찌 하였든 4,200 미터 고지에 올라섰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누가봐도 젊은 사람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젊게 봐주고… “대~단합니다. 고소를 뚫고 여기까지 오시다니…” 오지 않으면 … 여기서는 도리가 없다. 길은 외길이라 돌아 나갈 수도 없다. 배수진을 치고 다니는 중이다. '아… 이제 배가 고프다.' 새벽밥을 먹고 용을 쓰며 6시간 걸려 고소를 뚫고 올라와서 이제야 허기를 느낀다. 그러나 “여기는 식당이 없습니다. 매점도 없습니다. 여기까지 물건을 지고 와서 팔 사람도 없습니다.” 아…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면 2시반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오늘 점심은 그곳에서 먹는단다. 여기 오래 앉아 발 밑의 산들을 보며 경치도 구경하고 싶지만 안개가 몰려와 춥기도 하고 허기지기도 하고…
내려가자!
가이드가 준비를 단단히 시킨다. 내려가는 길이 매우 가파르고 위험하단다. 폴을 길게 빼고 발을 앞으로 놓지 말고 옆으로 놓고 옆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폭도 좁고, 또 높이 차이는 또 얼마나 나는지… 일반 계단이 아니다. 잉카인들이 무거운 돌을 갖고 와서 쌓은 계단이다. 높이도 다 다르지만 키가 작은 사람은 더 조심하고 다리를 길게 뻗어야 한다. 그래도 잉카트레일의 하이라이트<죽은 여인의 고개 Dead woman's pass>를 무사히 넘었다는 자부심이 발걸음을 신중하면서도 가볍게 한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여기서 미끄러지면 돌에 몸이 상하는 것은 물론, 어디까지 미끄러질지 가름하기 어렵다. 모두 각자 자기 책임하에 내려간다. 어쩌다가 내가 선두에 섰다. 원래 가이드를 앞지르면 안되지만 첫째 가이드가 조심스럽게 먼저 내려가라고 한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스틱이 바뀌었어!” “그래요? 제 것 맞아요.” “거기 서 봐, 스틱 바꾸자” “계단이 위험하니까 내려가서요…” 이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내려와 버렸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우리 포터 중 한 명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그만 가세요. 캠핑장 다 왔어요.” 스페인어지만 잘 들린다. 눈치로… ‘아니 벌써…?’ 나는 기다리기로 한다. “두번째 사람을 기다렸다가 같이 갈게요.” 내가 영어로 말했지만 자꾸 캠프 사이트로 가자고 한다. 마치 자기를 못 믿어서 내가 안가는 것처럼 생각했나 보다. 그때 다른 팀의 가이드가 나타나서 내 말을 통역을 해주니 그제서야 재촉하지 않는다. “감사이” 라고 말하길래 첫날에는 감사이가 뭘까? 궁금했는데… 지도를 가리키며 “감사이 감사이” 하길래 그때 알아 차렸다. “아, Camp Site” 오늘은 캠프 사이트를 잘 알아듣고 말하는 중이다. 빗속에서 기다리니 두번째로 대청봉이 왔다. 우리는 표지판 앞에서 셀카를 찍고 캠프사이트로 들어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포터들이 나와서 환영의 박수로 맞이해 준다. 두사람 밖에 안되는데… 빗속에 맞이해 주니 미안했다. 내가 먼저 왔으니 이제부터 ‘오는 사람들 다리 건널 때 사진을 찍어 줘야지’ 하며 기다렸다. 무사히 모두 다 들어오고…
저녁식사자리에서 은하수가 말하길... 계단 다 내려와서 기다리는 사람을 보고 손을 들어 답을 해 주다가 발을 헛디뎌 보기좋게 미끄러졌단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포터들의 고된 여정에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텐트가 가까이에 모여 있어서 마치 한방에서 자는 것 같다. “살갗이 벗겨져서 발이 아프네.” 하면 옆텐트에서 “밴드 드릴까요?” 한다.
서로 보이지는 않아도 코를 골면 모두가 다 듣게 된다. 그러나 너무나들 피곤하여 같은 텐트에서 자는 사람이 코를 골아도 단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고개를 넘어 힘든 날이라서 일찍 일어난 것이 이해되는데… 내일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라고 한다. ‘좀 늦게 일어나면 안될까?’ 그래도 가이드 말을 들어야지!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트레킹 셋째날
하도 일찍 자니까…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게 된다. 아침이면 씻으라고 따뜻하게 물을 데워서 각 텐트 앞에 대야를 2개씩 갖다 놓는다. 그러나 부지런한 미인들은 이미 세안을 다 마쳤다. 히말라야에 비하면 형편이 훨씬 낫다. 한결 숨쉬기도 편하고… 물 구하기도 쉽고, 먹거리도 고급지다. 트레킹 기간도 짧고 추위도 없고… 좋고 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래서 사람은 고생을 해 보아야 좋은 것에 감사하게 되나 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잉카트레일에 오셔서 고생 좀 해 보세요. 사실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밥도 다해주지, 집도 다 지어주지, 따뜻한 물까지 떠 놓아주지, 짐도 다 져주지....
어제로 고생끝! 인줄 알았는데 오늘의 길이가 만만하지 않다. 여기서 3,580미터로 다시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4,000 미터 고개를 또 넘어 가야 한다. 그리고 오늘은 길이도 꽤 길다. 오늘까지 고생길인가 보다. 하루만 힘들다고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리 말을 안 해준 것뿐…
만약 3박 4일을 2박3일로 했다면 하루만 힘들뿐이다. 그러나 3박 4일 구간에서는 2일 모두 힘들다. 오늘 고산에서 14키로미터 이상을 걸었나 보다.
트레킹 넷째날
드디어 마추픽추를 보며 내려가다
또 새벽이다. 좀 심할 정도로… 3시반 기상 4시 출발이다. 아침식사는 누런 봉투에 도시락이라고 한다. 포터들이 기차를 타고 오얀따이땀보로 나가야 하는데 기차시간을 맞추려면… 빗속에 텐트를 걷고 무거운 짐을 들쳐 업고 가야 하는데… 우리가 빨리 텐트를 벗어나야 이들이 짐을 정리할 수 있다. 비 맞은 텐트이니 얼마나 무겁겠나? 우리들이 협조해야 한다. 우리는 빨리 방을 빼고, 헤드랜턴을 켜고 가이드를 따라 걸어 내려 간다. 바로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여기는 문이 열려야지만 통과할 수 있다. 우리가 제일 처음에 도착하였다. 곧이어 다른 팀들도 속속 도착한다. 모두 포터들 내려가는 길에 협조하느라 이렇게 새벽을 뚫고 빨리 왔다. 어둠속에서 별 할 일도 없어서 도시락 봉투를 열어 본다. 일단 주스가 있으니 마시고… 여기까지 이것을 짊어지고 왔을 포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또 뭐가 있었더라… 문에서 표를 검사하는 직원이 5시 반쯤 나온 것 같다. 우리가 1번으로 통과… 가이드와 선두가 매우 빠르게 간다. 여태까지 하고는 다르게… 부지런히 쫓아간다. 그래도 이제는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서 한시름 놓는다. 길이 좁다 뒷 팀이 와도 양보할 길이 없다. 그러니 빠르게 가나보다. 숨이 턱에 찰 즈음에 이제는 쉬어 간다고 한다. 비로서 길이 넓어져서 한 켠에 물러서서 다른 사람들을 다 추월시켜 주었다.
경치가 그런 … 그런… 경치가 따로 없다. 수묵화에 너무나도 아름답다. 아… 삼단 폭포를 좀 보아라! 저 산을 보아라! 이래서 여기를 오는구나! 이것을 보려고 오는 구나! 참으로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계가 오묘하다!
얼마나 더 갔을까…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곧 몽키스텝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폴을 제게 맡기시고 네 발로 가야 합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내고… 절대로 일어서려고 하면 안됩니다. 옆으로는 깊은 계곡입니다. 꼭 무게중심을 앞으로 해서 손과 발을 다 사용해서 올라가야 합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아테나님과 나는 큰 근심에 휩싸였다. “나는 돌아서 갈래요.”하니 아테나님도 그러겠다고 한다.
“어디로? 어떻게?” 모두가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3박 4일을 돌아 나가야 하는데… “어디서 자고 어디서 먹을 건데?” 텐트도 없는데? 큰일이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마지막에 이런 마의 골짜기가 도사리고 있을 줄이야… 눈물이 절로 흘렀다. 돌아서서 아테나님도 걱정에 눈물을 훔치고 계신다. 큰일이구나. 어제 내려왔던 깍아지른 계단이 생각났다. ‘신발 폭이 안 나오는 곳을 옆으로 내려오기는 내려왔는데… 어떻게 그런 곳을 올라간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걸 어쩌나?? 그래도 가서 보기는 해야지. 그때 못 가도 못 가는 것이고…
드디어 일명 ‘몽키스텝’ 이 나왔다. 끝이 보인다. 길이가 생각했던 것만큼 길지는 않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틱을 가이드에게 맡기고 두 손으로 계단을 짚고 올라간다. 계속 올라간다. ‘아직도 많이 남았나?’ 하지만 고개를 들어서 볼 수가 없다.
“아직 멀었어요?”
“조금만 더 !”
드디어 올랐다 마지막 계단에서 스티브와 가이드가 손을 잡아 주었다. 스티브는 고산이 처음인데도 잘 하고 있다. 힘들텐데도 내색을 안하는 것 같다. 첫째날과 둘째날 힘들어 하는 얼굴을 보았다. 그러나 입으로 힘들다는 말은 안하고 있다. 대단하다. 몽키스텝을 다 올라와서 아테나와 나는 마주보고 빙긋이 웃었다. 둘 다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기에… 가이드가 조심하라고 겁을 주었던 것 같다. 미리 마음각오를 단단히 해서인지 비교적 쉽게 올라왔다. 돌아갔으면 큰일날 뻔 했네! 어쨌든 오늘은 마지막 날이고 이제 힘든 구간은 다 지났다. 이제부터는 룰루 랄라 하면서 가야지... 멀리 마추픽추가 내려다 보인다. 관광객들이 보인다. 이렇게 내려다보는 것이구나… 이것이 궁금했다. 마추픽추의 어느 길로 들어서는지… 마추픽추를 보고 올라 가는 것이 아니고 훨씬 더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길이 바로 잉카트레일의 여정이다.
우리는 환호를 질렀고 힘든 여정을 마친 것을 서로 축하해 주었다. 가이드도 더불어 좋아한다. 무사히 탈없이 모두 잘 왔으니까… 정식으로 마추픽추를 보려면 문을 나왔다가 다시 줄을 서서 여권을 보이고 들어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이 얼마나 상쾌하던지… 우루밤바강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물소리를 내며 힘차게 흐르고 있고, 기찻길옆에 개들은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기차는 역에 들어올 때 역시 꽥 소리를 지르고, 입구 동네는 더욱 세련되어지고 값은 비싼것이 관광지값이 되어버린 것을 실감하였다. 내려오니 버스 터미널도 세련되고 깨끗하게 다시 지은 것 같았다. 기찻길 끝의 식당은 맛은 좋은데 값은 비쌌다. 아무렴 미국과 비교할까… 미국에서 보다는 훨씬 싸게 먹었다. 기차를 타고 나오면서 우리가 걸었던 길을 복기해보니 너무나도 대단한 길이었다.
쿠스코로 돌아오니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힘든 트레킹을 마치고 나니 마음의 부담이 없어서인지 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좋은 레스토랑을 소개받아 갔는데… 역시나 맛이 있었고 음악공연과 민속춤 공연이 신나고 즐거웠다.
내일은 우유니를 향하여 출발한다.
모자이야기
내가 쿠스코에서 산 모자를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잘 사용했는데… 마지막 바로 전날까지…
볼리비아의 그 멋진 소금호텔에서 마지막 짐을 챙길 때 베낭위에 있던 모자가 바닥으로 흘러내린 것을 모르고 그냥 베낭만 메고 나온 것이다. 그것을 나중에 알았을 때 어찌나 모자에게 미안했는지…고향이 페루인 너를 페루도 아닌 볼리비아에 두고 오다니… 미안하다 미안해. 미아가 되게 되었네. 그동안 내 햇볕을 가려주어 얼마나 고마웠는데… 미국에 데리고 왔어야 하는데…
이렇게 무생물에게 미안해 한적이 있었던가… 다 썼다고 소홀하게 대한 것 같아 얼마나 미안한지… 어느 예쁜 여자가 갖고 가서 사용하면 좋을 것을… 너를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너와 비슷한 아이라도 내가 입양해야 하지 않겠니? 다시 쿠스코에 다녀와야겠다.
첫댓글 지금까지 쓰신 기행문이 궁금하네요.모두모아서 출판하면 어떨지?
읽기만해도 실지로 가서 보고 경험한것처럼 느낄수있는 생생한 장면을 묘사한 햇살님의 매끄러운 문장력의 기행문 잘읽었읍니다.
고맙습니다!
햇살님의 글솜씨에 즐겁게 잉카트레일을 다시 한 기분이 듭니다. 감사해요.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커져 버려서 다음에 꼭 다시 가야할 것 같아요. ㅎㅎ
잉카트레일로 다시 돌려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될 후편이 기대됨니다. 수고하셨슴니다.
잉카 여행 기행문을 통해 햇살님의 눈과 마음으로 담아낸 그 순간들에 진심으로 감동받았습니다. 독특하고 생생한 표현은 마치 저를 그곳으로 데려다 준 듯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햇살님의 글이 많은 이들에게 잉카 여행의 매력을 전하며 새로운 여행의 영감을 주네요~ 햇살님 글 솜씨가 훌륭하십니다!
생생한 잉카의 기행문 감사합니다.
둘째날이 고생이 다인줄 알았는데
셋째날이 더힘들다는 가이드의 말에
얼마나 실망하였는지...
왜 잉카트레일이 세계3대 트레일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광대한 볼리비아의 사막의 사파리(?)
미국에비해 엄청싼 물가
몇번이나 먹어도 싫지않은 값도싸고
너무너무 맛있는 소고기 스테이크의 맛
네팔 히말라야의 열악했던 환경들과
자꾸 비교가 되었습니다.열악한 환경이지만
웅장한 자연이 자꾸 우리들을 당기는 마력으로
작용하였지만...
기행문을 읽으니 불현듯 혼자라도 짐을싸서
다시 잉카트레일을 걷고싶은 생각이 생기네요.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도있지만 같이 동행한 멋있는
친구들이 있어 더욱즐겁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잘기획하고 실행하신 대장님과 보고파님께 감사드리며
같이하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햇살님, 고맙습니다. 벌써 아득해진 감동을 소환 해주셔서. 제가 그일원 이었던게 제인생의 복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