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은]
-부제 양파에게 바치는 시-
어쩌면 당신은
사랑과 같을 지 몰라요.
나는 그저
좋아서 다가갔는데
눈물 흘리게 만드니까요.
어쩌면 당신은
사랑과 같을 지 몰라요.
당신이 나를 위해
당신의 속을 내어준 것처럼
나도 당신을 위해
내 시간과 정성을 내어주면
달콤하게 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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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너머에도 봄은 오는가
주제:이것은 당신이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다.
안녕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될 당신.
당신의 시대는 어떨지 모르지만 더 이상 우리는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없어.
활자의 자유를 빼앗겼어.
1919년 9월 이후로 대통령제를 실시했던 우리나라가 어제부로 다시 전제군주제를
택하게 되었어. 왜냐하면 새로운 왕은 투표가 아닌 군대를 동원해 무력으로 우리 나라를
장악하였거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무척이나 두려움에 떨고 있어.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잘못된 일이란걸 명백히 알고 있는 것 같애.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서 글쓰는 자유를 빼앗아 가겠대.
일정한 계급이상이 아니면 글을 쓰면 안된대. 아참 나는 어제부로 평민이 되었어..
그 위에 계급이 뭐가 있는지 내일 집집마다 공고문으로 알려준다는군.
정말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온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전염병이 돌아 공고문을 작성하였지만 한자를 읽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엿비[처지가 안되고 애처롭게]여겨 한글을 만들어준 세종대왕이 있는 반면에,
자신이 욕먹는 것이 두려울까 글을 빼앗아가는 왕이라니.....
21세기에 말이 안되는 현실이지만 이건 엄연히 실제상황이야.
지금 이 글은 당분간 내가 쓰는 마지막 자유글이 될 것 같애. 아참 그리고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야. 현재 시각 밤 11시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은 바로 나와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하는 '시선'의 일원들이지.
모두 함께 옹기종기 모여 글을 쓰고 있어.
밖에는 군인들이 감시하고 있기때문에 불을 끄고 촛불 하나를 가운데 켠채
아무말없이 글을 쓰고 있단다. 평소에 투닥거리던 호인님과 정미님도 오늘은 조용해.
혜윤님 역시 일렁이는 촛불뒤에서 사각사각 글을 쓰실 분 말이 없으셔.
명환님은 특히나 침울해하시는 얼굴이야. 현재님은 이 상황에 매우 분노하셨어!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아마 국어 선생님이시니까 더욱 더 화가 나실거라고 생각해]
물론 밖에 군인들이 있기 때문에 읊조리듯 화내시지만......
우리중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기운이 있어보이는건... 기혁님이야. 배가 고프다며 우는 시늉을
해서 우중충한 분위기를 조금은 전환시켜주시고 계셔.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내일의 메뉴얼이 주어진 건 아니야.
그렇다면 우리의 카톡이라든지 페북이라든지 문자와 같은 이 수많은 sns는
어떻게 되는 걸까? 업무에도 지장이 생길거 아니야? 내일은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되지 않는거야.... 대체 너는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야? 하고 내게 물으면
사실상 나도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네. 나도 지금 엄청난 패닉이라서
생각이 나는 대로 적고 있는 것일지도.....
1910년 8월 국권피탈로 인해서 일제강점하에 한글을 빼앗긴 때가 생각나.
고등학교시간에 국사시간은 내신에 포함되지 않는 그런 과목이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도 떠오르네.
물론 우리는 1945년 8.15 광복절에 나라를 되찾고 다시 우리의 삶을 되찾았지.
지금 시작은 글이지만 우리는 또 어떤것을 빼앗기게 될까?
너무나 두렵다.
언젠가 우리도 다시 우리의 글을 되찾을 수 있겠지.
그럼 그때가 되면 이 글을 다시 이어서 쓰도록할게.
우리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지금 쓰는 글들을 병속에 넣은 뒤 삼천포 바다에
던지기로 했어. 앗 내가 실명 언급을 해서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같은
이름은 많으니까 말이야.... 만약에 우리 글을 읽거든 신고하지말고 조용히 보관해줘.
그리고 함께 다시 되찾자. 우리의 글을. 우리의 자유를. 우리의 세계를.
그럼 너도 몸 조심하길 바랄게.
p.s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를 같이 첨부할게. 우리 너머에도 다시 봄이 올 수 있도록.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아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 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에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첫댓글 마지막주차에 너무나 어울리는 글이에요^^ 진지한 글인데도 몰입하면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당 수고하셨어용>ㅅ<
양파라는 시 넘나 좋네요 ㅋㅋ 양파 먹고 싶다능
양파 구워서,,, 튀겨서,,, 잔인하게... 나와 하나가 되어라..
젤 큰 발전은 별님인듯~~^^
글쓰기모임을 불건전한 먹자모임으로 만든 거 같은건 기분탓이겠죸ㅋㅋ
그대들이 있기에 아직 희망적입니다.
시선 결사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