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우신 하나님,
사월이 가고 오월이 지나고 유월이 왔는데도, 저희의 아픔과 슬픔은 여전히 '사월'입니다. 세상도 전쟁과 폭력과 불의에 신음합니다. 주님, 고통 속에서 부르짖는 당신 자녀들을 죽음에서 건져 주시고, 저희 눈에서 눈물을 거두어 주시고, 저희 발이 비틀거리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귐이, 모두가 안전한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유가족과, 그 곁을 지키는 저희와, 이 땅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언제나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멘.
6월 첫째 일요일 5시,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6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에서 '함께 비는 복'으로 다같이 읽은 기도문입니다. 세월호로 별이 된 이들을 기억하고 함께하자는 마음 하나로 한달 한 번 기독교식 예배로 모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개신교식 같기도 하고 카톨릭식 같고 성공회식인가 하면 감리회식 같기도 한 열린 예배죠. 기독교인이냐 불자냐, 거기선 별 의미가 없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압니다. 누구라도 반갑고 포옹할 수밖에 없는 모임이니까요. 이달엔 6반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구태민, 권순범, 김동영, 김동협, 김민규, 김승태, 김승혁, 김승환, 남현철, 박새도, 박영인, 서재능, 선우진, 신호성, 이건계, 이다운, 이세현, 이영만, 이장환, 이태민, 전현탁, 정원석, 최덕하, 홍종영, 황민우
5월 '별을 품은 사람들'(이하 별품사) 이야기를 이제사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이들을 가슴에 품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10주가 든 4월엔 별품사 모임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억식에서 노래했고 관련 행사장에서 손을 잡았고 공연장에서 박수치며, 울고 웃었습니다. 10주기가 가도 기억하는 활동은 계속되는 것. 별품사의 5월도 4월 못지않게 바빴답니다. 늦었지만 별품사의 5월 활동을 간략하게 정리해 봅니다.
5월 별품사 모임
일시: 5월 20일(월) 오후 1시 30분
장소: 울림 교육장
참여자: 성이, 숙경, 혜정, 창아, 명선, 현경, 화숙, 참관 주리. 8명
내용: 책 『기억하는 소설』 읽고 이야기. 10주기를 보낸 소회와 이후의 기억활동에 대한 의견 나눔.
『기억하는 소설』 은 "왜 재난은 끊임없이 발생하는가?" 질문하는 소설집입니다. 어떻게 재난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8개의 단편 소설이 재난을 기억하고 돌아보게 합니다. 지나간 참사들을 다시 이야기로 읽는 건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괴롭지만 다시 직면해야 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니까요. 별품사는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최은영의 『미카엘라』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안전공원 6월 예배에서 함께 한 기도문을 옮기며 별품사의 마음을 적어봅니다.
별품사 모임 말고도 별 이야기로 가득한 5월이었습니다. 세월호 엄마들의 노란리본 극단이 그동안 했던 작품을 5월에 주말마다 한 편씩 다시 올렸잖아요. '그와 그녀의 옷장',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장기자랑', '기억여행', 그리고 '연속, 극', 5편 중에 별품사는 두 번째 작품을 함께 보았습니다. 봄비가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오던 5월 11일(토) 보노마루에서 현경, 숙경, 창아, 성이, 화숙이 별들과 함께 했답니다. 올해 새로 들어온 성이샘과 오랜만에 얼굴 보는 현경샘을 환영하며 밥도 먹고 수다떨고 헤어졌답니다.
엄마들 연극으로 별품사는 혼자라도 함께라도 시간될 때 가서 보았습니다. 5월 17일 '장기자랑'엔 명선, 창아, 성이 세 별품사가 함께 했고요. 특히 다섯가지 이야기 중 마지막 작품 '연속, 극'이었죠. 처음보다 이야기가 더 풍성하게 보태져서 가장 긴 작품이었습니다. 작품만 아니라 엄마들 연기 실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게 보였어요. 연기만이 아니죠. 슬픔에 머물지 않고 새 삶을 사는 엄마들의 목소리와 삶 자체가 작품이었습니다. 저마다 삶을 재구성하고 확장된 자아로 사는 모습에 눈물의 박수를 보냈어요.
세월호참사 10주기에 나온 장편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도 놓칠 수 없었겠죠. 스페셜 상영에 초대받아 별품사는 몇몇이 뭉쳐 보고 또 볼 수 있었답니다. 5월 22일(수)엔 CGV에서, 5월 25일(토)엔 롯데시네마 센트럴락에서. 숙경샘과 같이 사는 짝꿍님도 예비(?) 별품사로 열렬히 환영했답니다. 김세윤 작가의 진행으로 선물같은 GV도 좋았지요. 신경수 감독, 박원상 배우, 우미화 배우, 병헌 배우가 그들의 세월호 이야기를 했고요.
<목화솜 피는 날>은 다른 세월호 관련 영화들과 좀 다른 영화였습니다. 상업영화란 점이 다르지만, 세월호 선체를 직접 보여주는 게 특별했습니다. 녹슨 세월호 내부 장면은 세트장이겠지 했어요. 허락해주지 않아서 몇 년 전엔 월호에 못 들어가고 돌아온 경험이 있거든요. 그러나 금방 세트가 아닌 걸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GV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선체에 들어간 소감을 들려줬고요. 영화 촬영 후 다시 선체 진입이 금지되었다는군요.
기억하는 소설저자강영숙,김숨,임성순,최은영,조해진출판창비교육발매2021.05.21.
『기억하는 소설』을 강추하며, 그 중 최은영이 쓴 『미카엘라』 에 나오는 한 문장 인용해 봅니다.
"세상은 참으로 빨리도 그 일을 잊어버리고 없던 일로 덮어 두자 했다.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가 “지겹지도 않냐.”라는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을 때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130쪽
6월에도 별품사는 재난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합니다.
첫댓글 우와~~ 별품사가 함께한 활동들 한눈에 볼 수있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