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3일 허브향 그림책방에서 나눔한 그림책 [할머니의 팡도르] 리뷰 입니다.
리뷰 보다 훨씬 더 풍성한 나눔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기록을 다 하지 못하여
제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간 리뷰라 그림책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되긴하네요.
혼자였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그림책의 세계를 허브향 그림책방이 있어서 그림을 보는 시선도, 표지의 중요성도, 종이의 질감도, 그림책이 은유하고 비유하는 의미도 생각해보며 그림책과 가까워지고 있어요.
저는 그림책으로 매번 저를 만나고 삶에 대해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림책 리뷰] 할머니의 팡도르/안나마리아 고치 글,
비올레타 로피스 그림, 정원정•박서영(무루) 옮김,
오후의소묘
삶과 죽음을 다루는 그림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그림책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만났을 때 당황스러웠다. 그림책은 늘 행복하고 즐겁고 평화롭고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림책에서 현실의 디스토피아를 표현하고 삶과 죽음을 다루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그림책을 보는 나의 시선이 그만큼 조금 자랐다.
⭐️팡도르pandoro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달콤한 빵으로 설탕과 버터, 달걀을 사용하고 바닐라 향이 풍부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빵
어느 날 죽음의 사신이 할머니를 찾아온다. 할머니는 사신에게 팡도르를 만들어야 하니 며칠 기다려 달라고 한다. 며칠 후 다시 찾아온 사신에게 팡도르 맛을 보여 준다. 사신은 팡도르의 맛도 보고, 달달한 아몬드의 맛도 본다. 그리고 그 달달한 맛에 취해 '누가'를 만들기 위해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 준다. 사신도 누가의 맛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사신과 함께 죽음의 세계로 가는 날...
할머니와 사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할머니의 팡도르에 나오는 죽음의 사신은 가오나시 같기도 하고 포대자루 같기도 하다.
뭔가를 담을 수 있게 생겼다.
사신을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생각해 보자는 은향쌤의 질문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그 의미를 함께 상상해 보았다.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자루 같기도 하고, 통로 같기도 한 사신의 모습.
결국 할머니는 이 자루에 담겨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 자루는 할머니를 담았지만 할머니 인생을 담은 것일까? 그리고 사신은 죽음으로 가는 길인데 그 길은 거기가 끝이 아닌 다른 세계로의 "길"은 아닐까?
그림책의 뒤표지에 할머니가 작은 통로를 통해 나 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결국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세계로의 연결이며 시작이다.
언젠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절친 언니가 가고, 오빠가 가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연이어 있었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닌 다음 세상에 대한 소망이 더 컸던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다음 세상을 기다리는 기다림이 더욱 간절해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 세상을 떠나 다음 세상으로 간 사람들이 늘어나고. 어쩌면 이 세상 보다 다음 세상에 내가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그날도 올 것이다.
그럼 거기가 정말 나의 고향이 되는 것은 아닐지!!
그래서 나에게 죽음은 그리움과 설렘 그 어느 즈음에 서있다.
죽음은 잘 준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디저트를 만드는 것처럼 나도 내 인생에 디저트를 만들어 간다.
어쩌면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황량해 보이기도 하는 할머니의 집.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빨간 구슬이 너무 달달한 딸기처럼 보이기도 했고, 빨간 사탕처럼 보이기도 했다.
할머니의 집과 마당은 할머니가 만들어낸 다양한 디저트들을 형상하는 빨간 구슬로 채워진다.
할머니의 볼도, 집의 대문과 창문도 그렇다.
전체가 빨강이 아닌데 빨갛게 보이는 착시!
그것이 인생이다.
그 빨강의 달콤한 디저트는 결국 내가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는 이 세상을 떠날 때 "그래도 삶은 달달했지"라고 말하겠지.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남기고 가고 싶다.
할머니가 디저트에 맛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지만 그 비법은 이제 아이들에게 있다고 말한 것처럼.
"무채색의 인생을 빨간색의
예쁜 디저트로 채우는 것은
너희의 몫이라고"
첫댓글 따뜻한 리뷰 잘읽었습니다. 은향샘의 질문,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누가'도 궁금하네요.ㅎㅎ 팡도르 '이름이 빵에 모습과 비슷한데, 금으로 만든빵이라는 뜻도 있네요. 금을 만드는 가오나시랑 얽혔어요. 팡도르~ 팡팡-도그르르^^
일시: 2025년 1월 23일(목), 저녁 8시 30분, ZOOM
참석: 꿈마 장성이 창아 전서연 문장혜 신은향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