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경허선사가 방에서 정진을 하고 계시는데 혜 월스님이 문을 열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선사께서 이미 간파하시고 물음을 던지셨다.
"목전(目前)에 고명(孤明)한 한 물건이 무엇인고?"
이에 혜월 스님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 섰다가, 다시 서쪽에서 걸어와 동쪽으로 가서 섰다.
"어떠한 것이 혜명(慧明)인가?"
"저만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천성인(一天聖人)도 알지 못합니다."
경허선사께서는 여기에서,
"옳고 옳다."하시며 혜월 스님을 인가(認可)하셨다.
그 후 1902년 경허선사께서는 혜월 스님에게 전법게(傳法偈)를 내리셨다.
付 慧 月 慧 明(부혜월혜명)
了 知 一 切 法(료지일체법)
自 性 無 所 有(자성무소유)
如 是 解 法 性(여시해법성)
卽 見 盧 舍 那(즉시노사나)
依 世 諦 倒 提 唱(의시제도시창)
無 文 印 靑 山 脚(무문인청산각)
一 關 以 相 塗 糊(일관이상도호)
水 虎 中 春 下 澣 日(수호중춘하한일)
萬化門人 鏡虛 說(만화문인경허)
해월혜명에게 부치노라
일체법 깨달아 알면
자성에는 있는 바가 없는 것
이같이 법성을 깨쳐 알면
곧 노사나 부처님을 보리라
세상법에 의지해서 그릇 제창하여
문자 없는 도리에 청산을 새기니
고정된 진리의 상에 풀을 발라 버림이로다.
임인년 늦봄에
만화 문인 경허 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