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일(화)Negreira에서 Olveiroa까지 33km
7시에 일어나 사과와 햄 치즈를 넣은 빵 반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8시에 출발하다.
공원묘지에 완전히 둘러 쌓인 두 개의 성당을 보기도 하고 시골동네를 돌고 돌며 때로는 차도도 만나고 숲길, 밭과 밭 사이로 가며 산등성이도 넘는다.
점심때 카페에서 인천교대 출신의 윤군과 두산회사를 그만두고 걷는 이양을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다.
15시55분 33km를 걸어 목적지 Olveiroa에 도착했다. 숙소의 관리인은 저녁 6-7시경에 돌아온다는 메모를 써놓고 1층 2층 빈 침대를 차지하라고 한다. 한방에 14명씩 모두 28명이 잘 수 있는 방. 다행히 몇 자리 비어 있다.
독일에서 일본은행에 근무하다 60이 되어 퇴직을 앞두고 길을 걷는 일본여인이 상점이 없는 이곳에서 과일등을 파는 자동차가 도착해서 물건을 판다고 알려주어 가서 저녁과 내일 먹을 빵과 과일을 사왔다. 값이 약간 비싸다.
한국의 이양과 윤군이 준비한 감자 햄 국으로 같이 식사하자고 하기에 바에 들려 포도주 한병을 사고 배낭의 치즈 믹스후르트를 꺼내서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5월12일(수) Olveiroa에서 Finesterra까지 33km
간밤 빗소리가 요란하드니 7시07분 출발 즈음에 비도 그치고 10여분 걸어서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산등성이에 도착했다.
10시45분 오늘은 은행원 출신의 일본 아주머니와 동행하며 산등성이를 넘고 바다가 보이며 주위의 산들은 노란색 꽃으로 물들여져 있다. 바닷가의 어촌은 빨강 기와지붕에 하얀 벽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다.
일본인 아주머니의 남편이 피네스테레까지 독일에서 마중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면서 갈 길을 서두른다. 모처럼 일본어 연습도 하면서 산길 홀로 걷는것 보다 좋지만 남편이 기다리는데 한국남자와 동행하며 일본인 남편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니 별로 유쾌할것 같지 않아 먼저 가라고 하고는 오렌지를 먹으면서 쉬었다.
10시58분 처음으로 야생 여우를 보다. 검은색과 약간 노란색이 섞인 귀여운 여우가 길을 건너 숲으로 뛰어간다. 고양이 보다는 약간 크다. 바닷가 마을도 멀지않은 이곳에서 야생여우를 보는 것이 신기하다. 그동안 야생동물들을 별로 보지 못했는데 숲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동물들이 살아서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려는 듯하다. 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날 좋은 선물이 되었다.
11시10분 바닷가 마을 첫 카페에서 맥주와 빵을 먹다. Camino Chanas마을이 아직도 15km남았다.
12시34분 바닷가 마을 성당에서 순례길 화살표를 못 찾고 대충 내려와 일반도로로 화살표시도 없는 길을 3km정도 지그재그 찻길을 오르니 산길을 통해서 오는 순례길과 마주쳤다. 작은 실수가 큰 고생. 다시 배운다.
13시40분 멀리 등대와 피네스테레 어촌을 를 바라보면서 비를 맞으며 빵과 바나나를 시멘트의자에 앉아 먹었다.
14시10분 하얀 백사장과 솔밭 사이로 널따란 돌을 깔아놓은 길에 들어서다. 숙소까지 3km가 남았는데 검은 현무암을 백사장에 징검다리처럼 깔아놓아 운동화에 모레도 들어가지 않도록 만든 길은 주위에 꽃향기도 그윽하고 소나무와 흰모래 푸른 바닷물. 여름에는 많은 인파로 해수욕장이 만원일것 같다. 주위의 식당과 펜션은 문을 닫았다. 순례길의 마지막 해변길이 아름다워 이 길을 걷지 못하고 차로 구경만 했다면 후회 될 뻔 했다.
14시50분 피네스테레의 버스정류장 뒤편에 있는 공용 알베르게 숙소에 도착했다. 이 숙소에는 버스를 타고 온 순례자들은 숙박이 금지되어 지난번 렌트카를 타고 왔을 때는 이곳에서 자지 못했는데 오늘 이곳에 들어서니 순례증명서를 보고는 십자가의 예수와 조가비, 검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그림이 그려진 순례종료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미리 도착해 있던 영국 사람이 포도주와 치즈를 내밀며 도착을 축하해 준다. 포도주에 취해 한잠 자고나니 한국의 윤군과 이양도 도착해 있다. 순례길 종료 축하파티를 하자고 5유로씩 참가비를 받는다. 항구식당의 맛좋은 빠예야를 먹고 싶었지만.....서양남자들의 부산한 요리경연대회 마냥 생선을 찌고 고기를 굽고 파스타를 삶고 셀러드를 만들고 신들이 났다. 한국인들은 밥을 짓고 나는 설거지나 해야지.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여정. 산티아고에서 피네스테레까지 3일간 88km. 이로써 나는 100% 완전무결한 순례자가 된 셈이다. 1주전 렌트카를 타고 와서 등대까지 3km를 걸어서 파코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고 소원서를 태우며 순례길의 마지막 행사를 이미 끝냈기에 오늘은 비도 오고 생략해도 된다.
<일어나 걸어라 내가 새힘을 주리니 일어나 너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후렴 구절을 흥얼거려 본다. 마지막 작별을 아쉬워하는지 온종일 이슬비가 내린다.
Negreira 소도시의 거리에 세워진 순례자 조각상
두마리의 소와 여인의 대리석상.
체코에서 온 청년은 코펠과 버너를 가지고 다니면서 손수 식사를 해결.
88km의 피네스테레 길을 걸으면서 잠 잘 왔다고 생각되었다.
시골마을의 성당 주위에 있는 무덤들.
손수제작한 수레에 텐트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숙식을 해결하는 독일부부 모습
가축의 분뇨를 실은 탱크차가 푸로펠러를 돌려 분뇨를 밭에 뿌리고 있다. 숨도 쉬기 힘든 지독한 냄새.
곡식 저장창고 가 지나는 농촌 주택옆에 세워져 있다.
푸른 바다와 연초록의 초목들. 한가로이 젖소들이 누워있다.
독일의 일본계 은행에서 일하다 60을 맞이해 퇴직을 앞두고 걷고 있는 <신코 헤이스>여사.
스페인 산등성이 마다 하얀 은빛 삼각날개의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산에서 바라본 어촌 마을.
서쪽끝 마을 피네스테레가 보이며 3km 더가서 작은 등대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하얀 백사장을 끼고 소나무 사잇길로 돌로 잘 다듬어진 길이 아름답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라 걸어온 백사장과 소나무 사잇길을 아쉬움속에서 촬영.
피네스테레의 숙소에서 순례자들이 만든 만찬용 생선찜
5유로씩 내서 서양남자들이 마련한 만찬은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