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나 담페조에 도착한 우리들은
7년 전
이 곳에 왔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에 바빴다.
편의시설과 버스터미널이 가까운 중심가에
호텔을 정했다.
중심가에 있는 호텔들은
오래된 건물들 이라서 에레베이터가 없는 곳도 있다.
설령 엘리베이터가 있다해도
두사람 겨우 탈수 있는공간 이고
속도 또한 엄청 느리기 때문에
유럽을 여행 할때는
짐가방을 줄여서 다니는 것도 요령이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일은
짐이 곧
짐이 되기 때문이다.
호텔 옆에 바로 있는 입소문이 난 식당에는
예약도 받지 않고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맛집의 줄서기는 기본이라
줄을 서서라도 맛집의 맛을 보고 가야지..
역시
맛집의 음식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문을 나서는데
눈 앞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우리들을 환영해주고..
다음 날에도
우리는 이 식당을 다시 찾았다.
Tre Cime로 들어가는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호텔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택시를 예약해
아우론조 산장으로 출발하고 ..
로카텔리 산장이 혼잡해
점심을 제대로 못할 것을 예상해 아우론조 산장에서
콜라와 샌드위치등 행동식을 준비하고
Cadini Misurina 로 향했다.
Cadini Misurina 는
7년전에는 알지못해
이번 돌로미테 일정 중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Tre Cime는 알아도
지척에 있는 Cadini Misurina는 잘 알려지지 않아
가는 사람이 매우 드문 곳..
가는 길이 좁고 천길 낭떠러지 길이라
길에 집중을 하고 가야만 했다.
긴장이 되는 길이기도 하지만
웅장함과 스릴이 있고
눈 앞에 펼쳐지는 믿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이곳이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
절벽 같은 스릴 넘치는 이 길에
누군가는 길을 만들어
이런
아름다운 뷰 포인트를 선사해주고..
길이 좁고 협소해서
한 사람씩 올라가
기념 사진을 찍고 내려 와야 했다.
아슬아슬하고
매력적인 Cadini Misurina를 뒤로 하고
본격적인 Tre Cime 하이킹 길로 들어선다.
지천에 널린 야생화들과
맘껏 자태를 뿜어 대는 하늘의 구름 향연에
너도 나도 쏟아져 나오는 감탄..
매력 덩어리이고
환상적인 이 곳을
두고두고 기억하리라..
때마침 일요일이라
트레치메 산길에 있는 작은 성당에서 주일미사가 진행중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지만
천주교 신자인 나로써는 너무도 큰 행운이었다.
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성가 소리와 성체를 영할 수 있는 순간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벅찬 시간들이었기에
나는 남편의 손을 꼬옥 잡고
무언의 감사와 존경을 보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시간에
두발로 걸어서
이곳 까지 무사히 올 수 있음을
나의 신께 무한 한 감사의 기도가
절로 ...
주님 !
이 감사를 무엇으로 갚아야 될런지요
이 이상 무얼 더 바랄까...
당신이 내려 주신 크나 큰 은혜에
모든 것 다 받쳐
감사의 기도 올립니다.
로카텔리 산장으로 가는 길을
다른 코스로도 가보고 싶어
일반인들이 많이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산 윗길로 접어 들어가 보았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길에는
걸어가는 사람들이 점으로 보이는 높이..
헤밍웨이가 1차대전 당시
어린 나이에 적십자요원으로 자원하여 활동중 부상을 입었던 곳이 바로 이 지역이고,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무기여 잘 있거라'가 발표되고,
이어서 영화로 나오며
헤밍웨이를 대스타로 만든 계기가 된 곳이라 한다.
1차세계 대전때 쓰였던 참호등
동굴과 쇠밧줄들이 나타나 잔뜩 긴장이 되고.
랜턴 없이는 앞을 볼 수 없는 구간도 있고
바짝 엎드려야만 통과할 수 있는 구간도 있었다.
전쟁터로 쓰였던 참호가
지금은
아름다운 사진 포인트가 되었고..
모험을 해 보자고 올랐던 이 산길은
짜릿함을 넘어
오금이 절여 드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관악산 8봉, 6봉 능선과
북한산 Y계곡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시도조차도 못했을 뻔. .
가는 길이
어마어마하고 위험 구간이 많아
맛보기만 해보고
오던 길로 다시 내려 왔다.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허전함과..
서운함과..
만족감이..
시원한 맥주 한모금과 함께
행복했던 설레임이
온 몸으로
기분 좋게 흘러 들어간다.
아우론조 산장으로 원점회귀.
미리 예약한 2대의 택시로
다시 담페초로 돌아왔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 간다는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허전한 마음.
또 다시 그리워질 그리움을
다독 거리고 ...
무탈하게 모든 일정이 끝나고
호텔 앞에서 공항버스를 이용해 베니스공항으로 이동해 귀국길에 올랐다.
.
.
잘 물든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가 그러하듯이..
15일간 꿈만 같았던 여정
남남들이 만나 10여년을 넘게 매주 산행을 하며
평생 동반자처럼 긴 해외 여행도 같이 할 수 있는 건
서로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일..
어려운 순간에도
마법같은 일이 일어 나
수호천사가 날개를 감추고 나타났나 하는
감사함이 절로 들고..
.
.
모든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해 준
나의 절친 푸르나님
진정 감사 합니다.
그대 덕에
세상의 천국을 만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