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물회로 유명한 맛집은 몇군데 있습니다만, 보목포구의 어진이네에 대한 소문은 어디보다도 참 많이 듣고 있어온지라 꼭 가보아야지 한 게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제주에 살다보면 적응도와 비례해서 활동반경은 좁아집니다. 그러다가 결국 자기사는 동네 안에서만 머물게 되면 그것은 제주에 대한 적응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고 보아도 지나침이 없는 판단이 되죠. 이 집을 이제서야 찾게 된 것도 사실 그런 이유때문입니다. 제주에 내려온 작년에는 줄기차게 서귀포를 왔다갔다 했는데 해가 바뀌니 산을 넘어 내려가는 일에 귀찮음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일을 만들어서야 넘어간 기회에 어진이네를 들러야겠다 마음을 먹고 이제서야 찾아보게 되었죠.
보목포구 바로 옆에 보이는 어진이네는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습니다.
바닷가가 바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메뉴를 봅니다. 이날은 생한치물회만 가능하다더군요. 생한치로 만든다는 것에 상당한 강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들른 시간은 마침 저녁이었어요. 테이블 바로 아래의 바다를 보고 어스름이 깔리는 수평선을 보며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자연을 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자연속에서 한끼 해결하는 것은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르겠어요. 포구 끝자락의 낚시꾼들은 직접 한치를 잡아올리려 하고 우리는 바로 앞에서 사먹고 있군요.^^
서귀포 앞바다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곤 합니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꽁치 한마리가 잘 구워져 나옵니다.
그리고 밑반찬들.. 평범하다는 평을 해 보구요.
드디어 한치물회가 나옵니다. 2인분의 분량이네요. 투명한 한치살이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회에 들어가는 한치의 선도는 이 집을 따라올 곳이 없을 듯 합니다. 깻잎과 실파, 오이, 무채, 그리고 이 집만의 남다른 육수에 참기름과 깨소금이 들어가 있는데 국물은 마치 고기육수같은 진득함이 있고 참기름때문인지 텁텁함이 있습니다. 맛에 있어서는 만족감이 가득합니다.
개인 앞으로 나온 그릇에 국자로 가득 떠서 공기밥과 함께 한그릇 뚝딱.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좋았을 것을 운전때문에 참아내고 먹으면서 이렇게 어두워져가는 바다를 감상합니다.
이 집이 왜 그리 유명한가에 대한 답은 바로 맛이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저의 마음엔 공천포식당의 물회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 집 역시 만족스러운 맛과 신선 그 자체의 한치로 이 집만의 물회를 선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다만, 식당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지친듯 해 보였습니다. 수많은 손님들이 지나쳐간 탓인지 약간의 매너리즘과 과민증이 느껴지고 곳곳에 이렇게저렇게 해달라는 호소문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사람에 치여 지쳐버린 집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만 아니면 이곳은 바다를 바로 내려다보며 맛있는 물회를 한 그릇 뚝딱하고 기분좋게 비울 수 있는 훌륭한 집이었습니다. 먹고 난 후의 텁텁한 입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입구에 설치된 자판기 커피도 있지만 바로 옆에 two weeks라는 아담한 커피집이 있으니 그곳에서 보목포구 앞바다를 감상하며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집 커피는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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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멋진 풍경과 함께 먹는 한치물회 끝내줄거 같네요~
둔촌동에 있는 제주아줌마네라도 가야될거 같습니다
지금 배가 무지 고픕니다 흑
물회 아주 시원하겠습니다.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면서 먹는다면... 한치물회에 국수말아 먹어도 맛난데요~~ 지난 여름 먹었던 매콤하고 기름진 한치물회가 생각나네요!! 잘보고 갑니다! 근데 회는 안파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