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도시 시안(西安)
이영호
즐거운 여행을 하려면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시간이 있어야 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건강이 뒤따라 주어야 한다. 이 세 가지에 하나 더 추가하면 젊을 때 여행을 다녀야지 늙어지면 힘들어진다.
나는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형편에 맞추어 여행 계획을 세워, 가끔 여행을 떠나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4년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중국 시안에 가기로 결정. 이번 여행은 같은 학교에서 퇴직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는 김현식 선생하고 같이 떠나기로 했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국인 진나라를 비롯해 한나라, 당나라 등 중국 고대 역사의 황금기에 수도였던 시안! 진시황과 양귀비의 사랑과 천년고도 의 역사를 간직한 중국 문명의 중심지인 서안을 만나본다.
첫째 날 출국을 위해 김 선생과 약속 장소에서 여유가 있게 만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안 국제공항까지 2시간 30분 만에 도착, 입국심사 후 버스에 탑승 군왕 왕조 호텔로 이동 첫 밤을 보냈다.
둘째 날 아침 호텔 식사 후 버스로 이동, 팔로군 병사 기념관에 도착하였다. 이 기념관은 공산당 설립 이전부터 항일전쟁 전후까지 현대사가 연루된 역사적인 곳이다.
주은래, 주덕, 등소평 등 공산당 간부들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항일전쟁 당시의 비참한 중국의 상황을 담은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삼서성 박물관으로 이동, 시안에서 제일 큰 박물관이다. 엄청나게 많이 진열되어 있는 유물들이 그 당시 문명의 대단함이 느껴진다. 삼서성은 고대 중국왕조의 본거지였다.
대안탑은 당나라 때 저명한 승려인 원종이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 건립한 7층 탑이다, 다음 코스는 와룡사 관음전도 관람하였다.
시안 성벽은 동서남북으로 각각 네 개의 성문이 있는 당나라 때 장안황성(長安皇城)으로 축조했던 성벽으로 높이 12m, 폭 15m, 총길이 13, 75km 둘레에 달한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도 있는데 우리는 전동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실크로드 지점으로 이동하였다. 시안은 옛 장안의 수도이자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자 종점이다. 동서양을 잇는 무역 무대이기도 하다. 회족 거리는 실크로드가 번성할 무렵 이슬람교도들이 이주하여 소수민족이 사는 회족들이다. 이슬람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는 거리다.관광객들과 오가는 사람 물결이 거리를 꽉 채운다. 김선생이 그냥 갈 수 있느냐며 양 꼬치를 한 접시 사서 맥주 한 캔씩 맛있게 먹었다.
시안의 중심 고루 광장은 종루(鍾樓)와 고루(鼓樓)로 시간을 알리고. 교통의 중심, 여행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셋째 날 섬서 역사 박물관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고대의 예술작품과 유물을 비롯해 중국의 발전과 변화를 보여준다.
병마용 박물관으로 이동,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발견된 병마용 파편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0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릉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진시황의 장례를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병마용 갱은 병사, 말, 전차 등의 모형이 있는 갱은 지금도 계속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한 무제 역사가인 사마천의 기록에 높이 70m, 야산 같은 무덤의 실체가 드러날 날이 올 것이다.
진시황은 살아서는 만리장성을 쌓게 하고, 죽어서는 자신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병마용 갱과 지하 궁전을 짓게 했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천하를 두려움에 떨게 한 시황제 였지만 불로장생의 명약, 자신의 영원한 존재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로초를 구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인명은 재천이라고 결국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넷째 날 화청지로 이동, 당나라 6대 황제 현종과 양귀비의 잘못된 사랑 무대였던 화청궁에는 당시 현종이 사용했던 연화탕, 양귀비가 사용한 해당탕이 있다, 당나라가 멸망한 이유는 현종이 양귀비에게 눈이 멀어서 정치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녁에 화청지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공연이 있었는데, 화청지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마루에 배경과 조명시설을 설치하여 화려한 무대를 연출, 안녹산의 난으로 희생된 양귀비의 비극적인 최후를 시인 백거이의 장편 시로 표현한 ‘장한가(長恨歌)’의 멋진 공연을 마지막으로 여행 일정이 끝났다. 호텔에 돌아와서 그냥 잠자기가 뭣하고 해서 김 선생과 함께 한잔하면서 그동안 바쁘게 관광차 지냈던 며칠간을 돌아보면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 진시황제, 당 현종의 삶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채 무지몽매(無知蒙昧)함의 극치가 아닐수 없고, 황제의 도시 시안에 얽혀있는 허망(虛妄)한 역사가 미련으로 남는다.
2014.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