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찬희가 30대 중반을 넘어선 청년이 되었다.
나의 베프 행수는 이제 아들까지 짝지워 보내니 날개를 달았다.
뉴욕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니 아들은 그야말로 해외동포다.
사돈댁이 청담동의 잘 나가는 사모님이라고 외모부터 비교 불가라더니 내가 보기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친구의 안사돈에게 풍기는 외모에서 찬 기운이 느껴지는 게 별로다.
내 친구 행수는 편안하고 따신데.
친구 남편도 삼성의 이사 출신이고 성공한 사업가다.
우리 남편과 동갑내기인 행수남편은 성품도 외모도 짱이다.
말수는 적으나 모든 면에서 절제도, 자기관리도 뛰어나다. 거기다가 유머도 수준급이다.
아들, 딸도 잘 키웠다.
사실 대대로 청담도 의사집이라는 사돈댁보다 꿀릴 건 없다.
행수 안사돈의 친구라는 청담동사모님들이 한 다스로 왔다.
꾸민 모양새가 돈 칠갑이다.
의상은 혼인 예식에 하객으로 온 것이 아니라 카니발 축제나 무도회장에 온 차림새다.
현대의학의 힘을 빌린 얼굴들이 무섭기까지 하다.
오죽했으면 내동생이 그 모습들을 보고 자기 시어머니 봤으면 한 말씀 하실 거란다.
어디 남의 예식에 가면서 자켓도 안걸치고 간다고 흉보실 거란다.
결혼식을 괜찮은 호텔로 해도 될텐데 사돈댁의 요구로 롯데타워 76층의 시그니엘 인 서울로 잡은 것 부터 좀 그렇단다.
예식장 꽃값만도 3천만원이라는데 꽃의 종류나 규모로 보니 그정도는 되겠다 싶다.
음식도 미슐랭 3스타 셰프의 파리지앵 메뉴란다.
내동생 말로는 1인당 식사비가 30만원이 넘는단다.
이름표가 있는 좌석에 앉으니 정해진 사람들이 식사 시중을 든다.
정찬이어서 그런지 포크도 3개씩이나 된다. 스푼도 5개나 된다.
나는 내 맘대로 아무거나 썼다.
갓 구운 바게트 빵을 덥썩 잡아 베어 무니 옆자리에 앉은 내동생이 누가 빵을 입으로 뜯어 먹냐며 흉본다.
손으로 조금 뜯어 버트나이프로 버터를 조금 발라 먹는다나.
흥
칫
뽕
내맘이다 왜.
결혼식의 백미는 친구 남편의 주례사다.
간결한 메세지와 유머, 애드립은 완전 멋있다.
퇴직한 동기 이사들이 내 앞에 쭈루룩 앉았는데 다들 친구남편의 면모에 대해 덕담처럼 한 마디씩 한다.
행수네와 이웃에 살았던 내동생 이 말한다.
''형부는 여전히 멋져! 찬희도 너무 귀엽고 듬직해. 행수언니가 혼자서 그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뎌낸 은총이야.''
''행수야, 축하해.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