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트로트 기행
방송일 : 2019년 9월 16일(월) ~ 9월 20일(금), 516번
*다시보기->http://www.ebs.co.kr/tv/show?prodId=7225&lectId=20152422
트로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했을 뿐
트로트는 언제 어디서나 불려 왔다.
서러운 세월을 살아야 했던 어머니가 흥얼거리던 노래,
모질고 험한 일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아버지가 불렀던 노래,
고향이 그립고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불렀던 노래가 바로 트로트다.
일상을 위로해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북돋아 주었던
트로트에는 우리 삶, 그리고 우리 땅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구성진 트로트 가락에 실린 삶의 이야기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 기행을 떠나본다.
1. 목포의 눈물, 목포의 노래
우연히 듣게 된 ‘동백 아가씨’라는 노래 한 곡으로
트로트 가수가 된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로미나가 목포를 방문한다.
기차역에서 30여 분을 타박타박 걸어 도착한 것은
‘영달산’이라고도 불렸던 목포의 상징 유달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바로 목포에서 태어나 목포를 노래한 가수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유달산 정상에서 로미나가 부르는 ‘목포의 눈물’, 그리고 ‘유달산아 말해다오’
로미나는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역사와 한이 담긴 트로트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서럽고 애달픈 노래를 뒤로하고
다시 트로트 기행을 떠나는 로미나!
“애창곡이 뭐예요?”
“고향역” “터미널” “빈 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 가수여 가수!”
달리도의 가장 바깥쪽에 있어 붙인 이름, 외달도.
열여덟 가구, 서른 명 남짓한 주민들이 모여 사는
아주 작고 고즈넉한 섬이다.
아무리 귀 기울여도 파도 소리,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이곳에
트로트 기행이라니,
혹시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들려오는 구수하고 정겨운 노랫가락!
작은 섬마을, 외달 도에는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걸까?
2. 섬마을의 추억, 섬마을 선생님
가수 배호의 ‘비 내리는 인천항 부두’를 흥얼거리며
인천항을 찾은 사람은 신인 트로트 가수 노지훈.
존경하는 선배 가수의 발자취를 좇아
트로트 기행을 떠나는 그가 찾아가는 곳은
인천항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대이작도’
그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아주 특별한 추억 때문이다.
“이 노래를 부르면 지난 세월이 생각나서 마음이 찡해”
대이작도는 1967년에 제작된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
가수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은
이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하다.
당시 영화의 주요 촬영지였던 ‘계남마을’
마을을 찾은 이상 누구나 가족이라는 이장님을 따라
바다에서 자연산 홍합을 채취하기도 하고
깊은 바다 맛이 가득한 섭 탕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데~
막상 영화 촬영지였던 ‘계남분교’를 찾아가자
이장님은 쓸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노래에 담긴 사연은 무엇일까?
추억 가득한 섬마을의 노래를 찾아
대이작도로 떠나본다.
3. 그리운 나의 고향역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있는 작은 간이역, 양원역.
양원역 앞을 지나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간
울진 원곡 마을에서
정병일, 임영복 부부를 만났다.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은 지 8년.
아직은 초보 농사꾼이라며 겸손해하지만
밭 곳곳에 심어 놓은 고추와 옥수수, 메밀꽃이며 콩 농사가
부부가 꾸려가는 일상처럼
풍요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들여다보면 노래 가사에 삶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흥이 넘치는 부부는
얼굴만 마주 봐도 트로트 가락이 절로 흘러나온다.
오늘도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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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언제나 나를 기다려줄 것 같아요”
추풍령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
수십 년 전 여고생처럼 설렘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김영숙 씨를 만났다.
추풍령역에 여동생을 마중 나온 사람은 큰 오빠.
포도 농사를 짓는 오빠를 만나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남매가
함께 부르는 노래는 ‘추풍령’!
정겨운 남매의 추억과 구수한 노래가
가득 울려 퍼지는 추풍령,
그곳으로 찾아가 본다.
4. 흑산도 아가씨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오늘도 어김없이 바다로 나간다.
두려움 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거센 물살을 헤치며 미역을 채취하는 분들은
평균연령 70대의 흑산도 사리마을 할머니들!
“흑산도 아가씨가 이제 나이 먹더니 흑산도 할머니 됐어, 할머니”
미역을 가득 담은 망사리를 배 위로 올리고 나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꾸라질 듯
배 위로 올라오는 할머니들.
그러다가도 또 크게 숨 한 번 들이쉬고는
바다로 뛰어든다.
그 힘겹고 거친 삶을 위로한 노래는 다름 아닌 ‘흑산도 아가씨’
이름을 불러주고 노래해 준 그 노래 한 곡 덕분에
오늘의 힘든 하루를 위로받는다는
사리마을의 할머니들을 만났다.
“물에 들어가면 수심이 깊으니까 숨이 막 꿀떡 꿀떡 해요.
그러면 사람 곁에 가서 있어야지, 안 그러면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힘들어요”
바다에 나갈 때면 늘 함께한다는
이금진(70), 문복심(57), 이춘란(58) 어머님.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결코,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물질이다.
파도가 높게 치는 바다로 향해 가면서도
서로를 마주 보며 흥겹게 노래하는 해녀 삼총사.
마음을 나누는 서로가 있고
함께 부를 노래가 있어
해녀 삼총사는
오늘도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든다.
5. 브라보! 아빠의 청춘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바람 불면 불어오는 바다 냄새를 따라가다 보니
멀리서 꽤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어부, 그리고 무명의 트로트 가수인 문지현 씨.
그녀에겐 바다와 배가 무대고, 아버지가 관객인 셈.
아버지와 함께 하는 배 위에서
지현 씨의 콘서트는 시작된다.
“하루의 힘들었던 일들 다 스트레스 해소되고 좋아요, 그냥”
서울에서 생활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고향을 내려온 지현 씨.
평생 바다에 기대어 살았던 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바다에 나가길 고집했고
위험한 바다 일이 걱정돼 딸인 지현 씨가 동행한 것이
5년 전의 일이다.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서러운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애창곡은 ‘기러기 아빠’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딸이
제 꿈을 접은 채 고향에 내려온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아빠를 곁에서 노래하며 위로하는 딸 지현 씨,
많은 사랑을 주고 아낌없이 주었으니
미안해할 것 전혀 없다며
아빠를 위한 노래를 부른다.
부녀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바닷길을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