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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여사의 내조 방식은 철저한 실용성과 절제에 기반했다. 재벌가의 안주인답지 않게 평생 검소한 삶을 유지했고, 재봉틀과 장독대의 장항아리를 ‘집안의 가보’라고 여길 정도였다. 직원들에게도 메주와 김치를 직접 담가 나누어주며 현대가의 가족적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모습에 정 회장은 “내가 돈을 벌어도 모두 아내 덕택”이라며 그녀를 존경한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은 워낙 바쁜 사람이었다. 출장을 다녀오면 새벽이 되기 일쑤였고,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부족했다. 하지만 변 여사는 그런 남편에게 간섭하지 않았다. 그녀의 내조는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깊은 신뢰에 기반한 것이었다.
출처: 뉴스1
정 회장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변에서는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변 여사는 단 한 번도 남편의 결정을 의심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는 바깥에서 남자답게 일을 해야 맛이 난다’라며 묵묵히 그의 길을 응원했다. 그녀의 이런 태도는 정 회장에게 확신과 용기를 불어넣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추진력을 키웠다.
이러한 신뢰의 모습은 정 회장의 자서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내 아내는 패물 하나 가진 적 없고 화장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라며 “60년을 한결같이 살았고, 존경할 점이 없었다면 사랑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사업과 정치까지 아우르며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변 여사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변중석 여사는 현대가의 정신적 중심이었다. 그녀는 단순히 정 회장의 아내가 아니라, 가족과 기업 전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냈다. 그녀는 재벌가의 흔한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겸손함과 절제를 강조했다. 며느리들에게는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해야 하며, 남의 눈에 띄는 일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매년 직접 한복을 지어 선물하는 자상함을 보였다. 또한 범현대가의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하며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출처: 뉴스1
기업을 이야기할 때 종종 경영자의 혁신적인 리더십만을 조명하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변중석 여사와 같은 ‘조용한 힘’이 있었다. 그녀는 직접 사업을 운영하지도, 대중 앞에 나서지도 않았지만, 남편과 가정을 지키며 현대가가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은 “내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현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성공 뒤에는, 남편을 믿고 묵묵히 뒷받침한 변 여사의 내조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조용한 힘은 오늘날까지도 현대가의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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