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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the love(사랑의 힘)-06
“자. 그럼. 지금 나갑시다. 가 볼 곳이 있습니다. 나와 쟈스가 함께 안내하겠습니다. 이건 워키토키요. 필요한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차에 놓아 두셔도 좋오.”
그는 말을 마치자 의자 뒤편에서 가죽으로 된 빽쌕을 꺼내 어깨에 매고는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10.
그의 차는 오래된 검정 브로험이었다. 쟈스가 옆에 타고 있었다. 그의 차가 움직일 때 지선경은 초조한듯 운전석 문을 열고 천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았어. 내 사랑. 지선경. 우린 저 브로험을 따라가면 돼.”
지선경이 옆 자리에 타면서 그제서야 웃으며 물었다.
“저 차가 브로험인지 어떻게 알았어요? 차 뒤에 통상 붙어있는 브랜드나 차 이름 등이 하나도 붙어 있지 않았잖아요?”
“당신은 어떻게 알았어?”
“아니. 저는 몰랐어요. 당신이 말씀하셨으니 아마도 차 이름인가 보다 생각하였어요. 맞아요?”
“역시… 그래. 맞아. 내가 십 수년 전에 호주에서 생활할 때, 저 차는 가장 타고 싶은 차 중 하나였어. 결국은 14년된 낡은 차를 1000불에 구했는데, 뒷 자석이 낡아서 바닥에 구멍이 뚫어졌어. 그래서 반으로 접히는 장기판을 구해서 꺼꾸로 펴서는 그 곳을 막고 카펫으로 덮은 채 호주를 일주 한 적이 있어. 그러니 내가 금방 알아 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야? 그 때 생각이 갑자기 난 거야. 그리고 그 이름도 생각나고.”
“당신은 참 알다 가도 모르겠어 요. 멍청한 것 같으면서 똑똑한 것 같고. 이 지선경을 실망시키려는 찰라, 곧 감동시키곤 해서 늘 긴장을 풀 수가 없어요. 그것이 내 사랑. 당신, 천지수예요.”
“뭐야. 지선경. 칭찬이야 빈정대는 거야.”
“됐네요. 그런데 얼마나 가야 돼요?”
“자동차로 3시간 정도. 와이카바씨와 싱할라마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에머데우스 강의 북쪽에 가부에카탕카(죽은 자의 휴식처)란 돌산이 있고 그 중간쯤 절벽에 큰 바위 3개가 기대어 있는데, 그 중간 바위를 밀면 동굴이 나올 것이며. 그 동굴을 그들은 ‘쏘울나들목’이라고 부르며 인간과 영혼의 경계로 신성시하여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하였어. 상향으로 비스듬히 난 그 동굴 입구로 들어가면 장방형의 공간이 나오는데, 그 공간은 가로 6미터 세로 4미터 높이 3미터 정도되며 들어 온 입구의 벽 위쪽 천정과 닿는 곳에 남쪽으로 농구공 크기의 반원형 구멍이 있어. 밖에서 보면 110도 경사진 절벽의 한 곳에 반원형 구멍이 뚫려져 있다 하였고, 내부는 건조하고 모래가 수천년 동안 굳어서 만들어진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짐승이나 뱀 등이 거처를 하지 못하고 비 바람에도 변하지 않고 풍화작용도 없어서 잘 보존되어 있다 하였으니 생각보다는 깨끗한 동굴일 것이야. 그곳을 그들은 ‘쏘울나들목’이라고 부르며 그들 세계에서는 가장 신성시하는 곳이고, 영으로 또 다른 세계를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한 단다. 아마도 울루불루 추장은 싱할라마에 의하여 그 곳을 우리에게 보여 줄지도 몰라. 우리는 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하게 될 수도 있어. 이건 당신의 영혼이 맑고 깨끗하여 선택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 정말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옆에 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아마도 정신 이상으로 미쳤을 거예요.”
“그래. 나도 그랬을거야. 그렇지만, 누구든 혼자였으면, 이런 경우를 겪지는 않아. 그래서 당신도 나도 멀쩡한 거야.”
“천지수! 정말 우리가 한국에 돌아가기는 가는 거예요?”
“왜. 겁나? 이곳에서 살자 할까 봐. ㅎㅎㅎ. 그런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내 사랑 지선경.”
“어휴~ 됐어요.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안심이네요. 어서 저 앞 차나 잘 따라 가주세요. 또 불안하면 운전사 바꿀 거예요.”
사막이었다. 뜨겁게 내리쏟는 폭염속을 두 대의 차는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었다. 차라리 낙타를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간간이 언덕 아래 그늘에 무리 지어 자라고 있는 유카리 나무 군락속의 그늘에는 켕거루와 타조들이 있었다.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도 폭염이 만든 것이다. 와이카바씨는 쟈스가 옆자리에서 입에 넣어주는 빵과 햄 그리고 물을 계속 씹어 먹고 있었다. 쟈스는 충실하게 자기의 할 일을 잘 하고 있었다. 지금 달리는 길은 길이라 불러 줄 사람을 처음 만나고 있었다. 그들은 길을 만들며 달려가고 있었다. 타이어가 열기에 녹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앞서가던 브로험이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원래 이 곳은 자동차 길이 없었다. 천지수는 놀라 먼지가 아직 가라앉지 않는 방향으로 조심하며 차를 몰았다. 평지에서 앞 쪽은 언덕이었다. 그 언덕위에서 천지수는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브로험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잠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브로험은 오른쪽에 있는 붉은 띠를 따라 서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붉은 띠는 폭이 20미터쯤 되는 강이었다. 상류 어느 곳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음이었다. 강변에 푸른 잎과 누른 잎을 달고 살아있는 나무들이 나타났다. 그 개체들은 점점 많아졌다. 곧 작은 숲을 이루었다. 포레스트 옼(forest oak), 히코리 와를(Hickory wattle), 리버바틀브라쉬(River bottlebrush)등 큰 키 나무들과 원색의 꽃을 활짝 피운 무수한 꽃과 꽃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강가를 끼고 길은 서북쪽으로 나 있었고, 브로험과 펠콘은 그 길을 따라 속력을 줄여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천지수. 무더운 사막인 이곳에 이렇게 큰 강이 흐르고 있어서 참 묘한 기분이 들어요.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고요.”
“사막을 지나와서 보게 되어 큰 강 같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아 지선경. 그렇지만, 이 강은 에어즈 록 북쪽에서 붉은 흙을 거쳐 지나오며 만들어져서 붉고, 하구로 갈수록 점차 강수량이 적어지며 또한 맑아지는 거야. 이 강 이름이 에머데우스야. 이 강이 흘러서 서쪽 카라타까지 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실치는 않아.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작은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를 지나서는 절벽이 되어 새로운 작은 강이 되어 서쪽으로 계속 흐르는 거야. 우리는 그 다리를 넘어 북쪽으로 가는 거야.”
“천지수! 당신, 언제 이곳에 와 봤어요? 어떻게 이곳에 와 본 것같이 그렇게 잘 알아요?”
“아니. 와 보지 않았어. 그러나 에어즈 록이니 카라타는 지나갔었 어. 지도를 펴놓고 살 길을 찾아 헤매 이든 경험들이 그렇게 알도록 해 주었어. 그리고 현대 문명이 침투하지 않은 곳들은 변화가 거의 없기에 그 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그 자리에 그 것들이 그대로 있을 거야. 그래서 내 생각이 거의 이런 것에서는 틀림없이 통 한단 말이야. 이건 경험에 의한 추정의 확실성 문제이야.”
그 때 워키토키에서 와이카바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지수! 제대로 따라오고 있오?"
워키토키로 와이카바씨가 궁금해서 물었다. 워키토키에서 나오는 그의 목소리도 역시 지옥에서 암흑을 헤치며 나오듯 차가운 소리는 여전히 소름 끼쳤다.
"잘 따라가고 있어요. 와이카바씨. 앞으로 얼마를 더 가야 하는가 요?"
기어박스에 있는 워키토키를 재빠르게 집어 들고 지선경이 응답과 질문을 하였다. 그러고는 제임스를 보며 미소 지었다. 제임스는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브로험을 보며 악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오른발의 힘을 조금 빼며 속도를 줄였다. 다시 워키토키가 말했다.
"다리를 건넌 후 북쪽으로 직진하여 30분 정도만 더 가면 됩니다. 당신, 지선경?"
"예. 맞아요. 미안해요. 천지수가 운전 중이라서요."
"나도 운전 중이오."
안색이 변한 지선경은 워키토키를 든 채 천지수를 보고 있었다. 양쪽 어깨를 들썩하고는 앞만 보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난감해진 지서경이었다.
“지선경의 목소리는 기계를 통해서 듣는데도 맑고 아름답군요. 아주 특별한 목소리입니다. 아주 좋아요.”
이건 와이카바씨 답지 않았다. 그제서야 지선경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칭찬해 주셔서. 와이카바씨.”
강물의 색깔도 점차 맑아지고 있었고, 푸른 숲들이 잡초들을 바닥에 깔고 제법 강변을 이루고 있었다. 그 숲사이로 철근과 시멘트가 모여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 다리는 좁아서 겨우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강폭이 좁은 곳을 택하여 만들었다. 다리의 길이는 약 50미터 정도였다. 5미터 아래로는 조금은 맑아졌지만, 아직도 옅은 황토색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다리를 지나기에는 그렇게 불안하지 않았다. H형 빔 철근 받침대가 보였고, 철근을 X자 모양으로 하여 난간을 만든 것도 아직은 튼튼해 보였다. 지은지 기껏해야 30년쯤 되었을 것 같았다. 왜 이곳에 이런 다리를 구축했는가 는 어디에도 설명하는 안내판이 없었다. 굳이 일부러 알려고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와이카바씨나 울루불루 추장은 알고 있을 것이었다. 다리를 건너자 길은 좌측과 우측 그리고 직진 길이 있었다. 좌측 서쪽으로는 카라타 우측 동쪽으로는 ‘에어즈록’이라는 막연한 나무 이정표가 있었다.
“천지수. 저기. 카라타 이정표가 있어요. 우측으로 가면 에이즈록도 갈 수 있다네요.”
지선경이 발견하였다. 기억력도 좋았다. 천지수가 말한 곳을 발견한 것이 그렇게 반가운지 놀라며 좋아하였다.
“아마도 카라타까지는 3-4일 걸릴 것이고 에이즈 록까지는 하루가 걸릴 것이다. 그래서 이정표에 거리를 표시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서부 중간 지점에 와 있는 거야. 여기서 길을 잃는다면, 그 순간부터 죽은 사람이야. 그러니 언제나 내 뒤를 잘 따라 다녀야 해. 걱정스러운 지선경님.”
“예.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더운 사막 같은 황량한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정말 살아 날 길이 없겠어요.”
“그럼. ‘부시맨’이나 ‘크로커데일 던디’라도 견디며 살아나기가 쉽지 않겠지.”
“부시맨이나 크로커데일 던디 가 뭐래요?”
“부시맨? 아프리카 오지에 생존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크로커데일 던디는 호주에서 찍은 영화 제목이야. 던디라는 사람이 악어하고 놀고 원주민과 친하고 이런 사막에서 살아 생존하며 영화에 나왔었 어. 그게 영화야. 착각하지 마.”
“ㅎㅎㅎ 알았어요. 저도 들은 기억이 나요. 저기 와이카바씨가 기다리고 있어요.”
직진 길 언덕위에 브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펠콘이 언덕길을 올라 가까이 가자 브로험은 천천히 언덕길을 내려갔다. 내리막 길은 그렇게 경사진 것은 아니었다. 시야에 돌산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돌산은 강에서 북쪽이었다. 띠엄 띠엄 푸른 나무가 돌산에 자라고 있었다. 그 돌산 아래로 우거진 숲사이에 하우스의 지붕이 보였다. 둥근 꼬깔 모양이었다. 그 좌측으로 맑은 강과 숲이 보였다. 아마도 30분 이상은 더 가야할 것이었다. 태양은 그 쪽도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고, 바람은 없었다. 숲 속에 보이는 지붕만 6개였다. 아마 작은 하우스들이 더 있을 것이었다. 길은 구부러져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이 길은 그 동네로 향하는 유일한 길 일 것이다. 브로험을 부지런히 따라갔으나 가려진 숲에 의하여 놓친 것 같았다. 그러나 둘은 그렇게 걱정하지 안았다. 길은 하나였고, 거친 모래였다. 그 위에 찍힌 타이어 자국을 어찌 놓치겠는가. 십여 분쯤 타이어 자국을 쫓아 달려가자 다시 작은 다리가 나타났다. 주변은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다리는 나무 널판자로 바닥을 만든 5미터 길이에 폭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1미터 정도 높이의 난간은 다행히 부러져 나간 곳은 없었다. 물은 맑았다. 주변의 잡초도 푸르렀기에 이것이야 말로 크로커데일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개울 같은 휴로이나 크릭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 강의 본류는 에머데우스였다.
11.
작은 개울은 그 본류를 향하여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브로험은 그 다리 건너 잡초와 잔디가 섞여 있는 들 사이에 난 자동차 길이 끝나는 곳에 서 있었다. 다리를 지나서 1킬로미터는 될 것이었다. 그 좌측에 바랜 푸른 색을 띈 유카리 나무로 만든 1미터 높이의 상판위에 아이다호 인디언들의 천막 같은 고깔 모양의 하우스 3개가 있었다. 천지수는 펠콘을 천천히 움직여 브로험 옆에 세웠다. 브로험은 들어온 방향으로 앞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차에서 내려 보는 천막하우스는 웅장하였다. 앞의 두개 하우스에서 조금 뒤에 세워진 세번째 하우스는 더 컸다. 1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기둥을 아주 촘촘히 박아서 그 넓은 상판을 지탱하도록 하였다. 세개의 하우스는 그 상판위에 지어진 것이다. 지반 침하를 계산하여 얼마나 깊이 파고 내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정도면 그 들만의 건축 공학적인 설계를 기초하여 지어진 것이라 믿어도 틀림이 없을 것이었다. 유칼리 나무는 물속에서도 가라앉는다. 오랫동안 썩지 않으며 자체에 방부와 방충 메커니즘이 있어서 죽었지만, 살아있는 나무라 하였다. 10미터는 족히 될 듯한 높이의 고스트 검 트리 (ghost gum tree)나무들이 그 하우스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하우스의 벽은 유칼리와 고스트 검 트리로 하였고, 지붕은 캉가루와 워나비 가죽에 기름을 칠하여 덮었다. 중간부분에는 지름 20센티미터 크기 정도의 플랩이 달려 있었다. 포치(Pouch-현관)로 올라가는 계단은 역시 바랜 푸른색의 유칼리 통나무9개로 만들었다. 출입문 역시 무거운 유칼리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연결하여 만들었으며, 특이한 것은 정면 벽에 가로 세로 1.5미터 됨직한 통 유리로 창을 만들었음을 보았다. 천지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전선이 있었다. 전기가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천지수! 도대체 여기가 어디예요?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에 우리가 도착한 거예요?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차에서 내린 지선경이 펼쳐진 광경에 놀라워하며. 천지수 곁으로 다가 갔다. 그녀의 눈길은 세개의 고깔 천막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저기 보이는 돌산과 지나 온 사막과 옆에 함께하여 온 에머데우스 강 그리고 이 푸르며 촉촉한 초원과 원주민들이 지은 고깔 하우스와 그 하우스를 지탱하고 있는 통나무 마루. 이 모든 것들이 잘 조화되면서 우리를 이곳까지 지루하지 않게 끌어당긴 것 같아요. 그렇죠. 천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