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로스로드 설교서당을 다녀왔다. 강의도 좋았지만, 함께 소그룹으로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은 것이 세미나의 장점인 것 같다. 서로가 나누고 대화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다양한 목회와 삶의 지혜들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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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의 현실을 듣고, 함께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면서 '빈익빈 부익부' 라는 단어가 마음에 남았다. 토마스 피케티는 오늘날 부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결국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부자들이 더 많은 부를 가지는 이유는 오직 개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상황들이 맞어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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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총명하고, 순수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영혼을 사랑하는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많지만,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잘 소개되지 못하고 , 성도들은 또 모르는 교회를 갈 수 없으니 이름있는 교회를 찾아가는 형편이다. 이중직의 문제들도 이야기 했고, 목회의 부르심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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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 목회자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이중직을 해야 만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런 논의들을 심각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개척이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개인개척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시스템이 좀 더 원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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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당우리교회의 29개 교회 분립이 신호탄이 되어서 더 많은 교회들이 교회 분립과 개척에 집중하고, 행신교회 김관성 목사님의 예처럼 담임목회자가 다시 개척하는 형태들도 좋은 모델이 되는 것 같다. 또 이미 개척되어 있는 교회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 같다. 교회를 개척하고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주일학교나 부사역자를 세우고 싶은데 돈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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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부교역자를 훈련된 교회에서 파송하는 것도 좋고, 부교역자 사례를 지급해줌으로 좀 더 건강하게 교회가 세워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중요한 것은 정서 관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회 목회자가 행복하지 못하면, 성도들에게 행복을 전파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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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빌 하이벌스는 교회 지도자가 성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목회자 자신의 건강이다 라고 말했다. 목회자 자신의 행복을 빼앗기지 않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돈이 없고, 몸이 고생하고,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과 기쁨을 빼앗기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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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개척교회에서 고생한 시기는 준비의 시기이고 좀 더 교회 형편이 나아지거나, 교회가 성장하게 되면 개척교회 시절의 고생이 오늘을 위한 과정이었다는 식의 해석은 지양되어야 할 것 같다. 오늘의 고생은 내일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오늘 그 자체로 하나님 앞에 의미있는 기쁨의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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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진 피터슨은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에서 다윗의 첫 번째 일은 '사울의 종' 이었고 그 과정을 거쳐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고말하면서, 사울의 종이었을 때는 도제의 과정으로 회사의 CEO가 되기 위해 말단사원부터 연수를 하는 과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사람을 그렇게 준비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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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사울의 종'이었을 때도 섬김으로 다스리는 왕직(King's work) 을 수행했고 이스라엘을 다스렸을 때도 '왕직'을 수행한 사람이었다. 늘 섬김으로 다스리는 그의 일은 동일했지만 일의 형태만 종에서 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개척교회의 고생은 미래의 평안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오늘 그 자체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의미이며 기쁨이며 섭리안에서의 감사가 있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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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교회를 개척하고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월세가 밀려서 보증금을 다 잃어버리고 교회를 이전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고, 이정도 해도 안 되면 교회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많았다. 그렇게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늘 힘든 것만은 아니었고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과 기쁨을 그때 그때 누리면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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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이 기뻤고, 몇 사람 되지 않았지만 각 사람들에게 맞춰서 양육을 준비하고 직장 앞까지 찾아가서 사람을 양육하는 과정도 행복했다. 각 사람에게 각기 다른 내용들로 양육을 했기 때문에 몇 사람 되지 않았지만 늘 바쁘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하던 자매는 시간이 없어서 새벽 6시에 맥도날드에서 매주 양육을 하기도 했다. 새벽에 양육을 하러 나갔던 화요일 새벽시간은 당시의 힘든 현실 속에서도 소명을 확인하는 기쁨의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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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나님의 말씀을 나눌 때,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가 있다. 그리고 기도할 때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었다. 환경과 형편이 좋지 않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라는 바울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었으면 좋겠다. 환경은 아직 나아지지 않았지만, 오늘 내 삶에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을 누리기를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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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목회적 환경도 계속 나아졌으면 좋겠다. 개교회 주의에 빠져있는 현실은 영적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인 것 같다. 나라가 국민들의 경제적 파산을 걱정해서 정책을 펼치듯이, 개척교회의 현실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좀 더 연합적인 계획과 사역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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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결국 교회가 건강하려면 목회자가 건강해야 한다. 너무 환경적으로 힘들지 않도록, 또 정서적 영적으로 세워고 도와주는 관계성이 필요한 것 같다. 여전히 우리교회도 개척교회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멘토로 참가해서 대화를 나누면서 나도 함께 위로를 경험하고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한 교회를 너머 함께와 연합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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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흠 목사님은 외부사역도 하지 않고 오로지 교회에 집중한 목회자였다. 그것이 주는 좋은 장점도 많았지만, 한 교회의 성장이 아닌 모든 교회의 성장의 필요성에 눈을 뜨면서 교갱협과 한목협을 만드셨다. 그것이 어떤 열매를 거두었는지 또 다른 평가가 있어야 하지만 개교회의 성장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신 것은 모든 목회자들이 가져야 하는 마인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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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이다.
손가락이 아프면 온 몸이 아파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부족하지만 물질로도, 또 시간을 내서 몸으로도 함께 섬길 수 있는 일들을 하나님이 주신 일이라 생각하며 섬기고 싶다.
- 고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