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신장암으로 수술 받으신 아버지가 결석이 생겨 다시 하나 남은 신장을 수술하셨습니다.
결석을 빼기 위해 기존의 방법을 다 사용해도 요도에 걸린 결석이 빠지질 않아 고민하던 병원진료팀이 다행히 새로운 기계를 도입한 인근 병원을 알아서 그곳에서 수술을 하셨습니다.
젊은 사람이라면 아침에 입원해서 저녁에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기계가 좋아져 신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술기법이라는데 여든셋이 되신 아버지께는 그것도 무리가 가셔서 며칠 입원하셨다 퇴원하셨습니다.
토요일 근무가 끝난 일요일 새벽, 아이들 깨워서 대구로 향했습니다.
밤새고 두시간 밖에 못 잔 울랑이 차를 몰고 전혀 자지 못한 저는 옆에서 눈 좀 붙이려 해도 잠을 못 자고 도착해서, 준비한 음식을 장만해서 아버지랑 애들이랑 함께 맛있게 먹고, 아버지께 수술 얘기랑 이런 저런 얘기들을 듣고 그러다 울랑은 사무실 보러 기차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점심을 먹는데 울랑이 몸에 무리가 많이 와서 물에 밥 말아 먹는 걸 보시고는 아버지가 "기차역까지 바래다 주라"라 하셔서 괜찮다 택시타고 간다는 울랑을 쫓아 나가 억지로 태우고 대구역엘 갔습니다.
도저히 볼 수 없어 인근 약국에 가서 몸살감기약 한방제를 사다가 먹이고, 올라가서 나머지도 먹으라 신신당부하고...
저도 쓰러질 것 같아 한 봉지 먹고...
저녁때는 울 아버지, 기분이 좋으셔서 애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신다며 외식하자고 하셔서 아버지가 모는 차를 타고 근 30분 떨어진 식당으로 가서 '전가복'과 '깐풍기'를 먹었습니다.
계산 서로 하려다 아버지가 넘어지실 뻔 해서 부축하는 사이 얼른 카드를 내시는 울 아버지...
여든셋 연세에도 운전도 잘 하시고, 한동안 잡숫질 못해 살은 좀 빠지셨지만 아직은 정정해 보이셔서 많이 안도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녁 먹고 집에 도착해서 쓰러져 잤는데 30시간 만에 눈을 붙였네요.ㅎㅎ
새벽에 일어나 부엌에 나가니 벌써 쌀을 씻어 밥 할 준비를 해두셨더군요.
엄마 살아 계실 때도 엄마가 안 계실 때면 손수 밥을 하시고 반찬도 하시던 아버지시지만 딸 년 왔을 때라도 좀 가만히 계시지...
그런데 울 아버지가 지으신 밥이 훨씬 맛있고, 울 아버지가 끓이신 된장이 훨씬 맛있으니....^^;
아직 결혼 안 한 둘째 언니랑 살고 있지만 밥 당번은 아버지시랍니다.
언니를 보며 "내가 자 때문에 산다. 나 죽으면 자가 어찌 하고 살지 걱정이다"라 하시는 아버지 땜에 울컥하곤 합니다.
피아니스트인 언니는 어릴적부터 집안 일이랑은 담 쌓고 살아온지라 아버지는 딸 걱정이 당신 걱정보다 앞서시나 봅니다.
그 덕분에 오~~~래 사시기만 바랄 뿐입니다.
아침 준비를 하는 제게 "너 밥 먹고 얼른 올라가라. 장서방이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 아픈 사람 혼자 오래 두면 안 된다. 니가 가서 수발 들어라"라 하시며 얼른 돌아갈 것을 독촉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새벽에 받은 전화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울랑은 "아버님 곁에 더 있다가 내일 올라와라."고 했는데....
얼른 쫓아내려고 등 떠미는 아버지 성화에 아침 함께 먹고 설거지 마친 후 올라갈 짐을 싸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니들이 와서 세 때 잘 먹었더니 몸이 훨씬 좋아졌다"라 하시는 울 아버지.....
어릴 적엔 왜 그리 아버지가 멀게 느껴졌었는지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제발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