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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동물 중 가장 짧은 시간의 짝짓기를 하는 동물"
새들의 짝짓기 행동은 허무할 정도로 짧아
▲ 한번 날아오르면 10개월간 땅에 내려오지 않고 공중에 머물기도 하며 공중에서 먹고 자고 심지어 교미까지 하는 유럽칼새(Common swift).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백영규 시인은 영암의 산골에서 십자매를 기르며 목회를 했다. 백 시인은 교회 정원에 나들이 온 새들과 십자매와 사이좋게 놀게 하고 싶었다. 새장 안에서의 십자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려는 시인의 넉넉함이다.
하지만 십자매는 새장 밖의 자유 함을 누리려 하지 않았다. 새장 문 앞 50cm 정도에 모이 그릇을 두면, 십자매는 모이를 먹곤 곧장 새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백 시인은 십자매가 숲을 날다 석양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자유의 꿈을 꾸었다.
반년에 걸쳐 꾸준한 노력은 계속되었으나, 50m정도의 새장 밖에서 모이를 먹고 곧장 들어가는 것이 고작 이였다. 거기에 숲속의 새들이 십자매를 공격하기도 했다.
새는 집에서 기르는 새, 물에 사는 물새, 산에서 사는 새, 도심 속에 사는 새로 구분한다. 물새는 영하의 날씨에도 발이 동상에 걸리지 않는 자연의 신비를 타고 났다.
새는 세계적으로 8500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396종이 살고 있다. 새는 날면서도 노래를 할 수 있는 건 폐가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새는 기초대사량이 높기 때문에 매일 밤마다 체중의 10%를 잃고, 깨어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는다. 인간이 새와 같은 비율로 먹으려면 매일 큰 피자 27판을 먹어야 한다.
새들은 여행을 즐기려는 본능이 있다. 이렇게 작은 몸짓으로 굶주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300km를 날수 있다.
유럽칼새(common swift)는 한번 날아오르면 10개월간 땅에 내려오지 않고 공중에 머물기도 한다. 공중에서 먹고 자고 심지어 교미까지 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봉쇄’의 시간이 있었다. 이로 인해 잠시나마 도시가 조용해 졌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봉쇄기간 중 새 소리크기가 30%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리가 들리는 거리도 두 배로 늘어났다. 도시가 조용해지자 생태의 환경이 달라진 결과도 있다. 미국의 테네시대학교(1794년 개교. 테네시 주 녹스빌 위치) 생태·진화생물학과 엘리자베스 데리베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5년 4~5월과 2016년 샌프란시스코와 교외 지역에서 수집한 수컷 흰정수리북미멧세 소리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봉쇄조치가 시행중이던 2020년 4~5월에 같은 장소에서 녹음한 소리와 비교할 때 새들의 소리가 현저하게 조용해 졌다. 1954년의 차량이 적었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도시의 소음은 약 7데시벨 가량 낮았다.
봉쇄 조치 후 새들의 소리는 30% 낮아진 것은 물론 새소리가 부드럽게 노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2020년 9월 24일치)지 자료다.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북미지역 도시인근의 새들은 조용해진 분위기에 짝짓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류 학자들에 의하면 광화문 전신주나 가로수에 집을 짓는 까치들의 소리는 숲속에 사는 까치 보다 소리가 크다. 특히 광화문의 까치들이 집을 짓거나 먹이를 가지고 싸우는 경우 비원에 사는 까치 보다 두 배 이상 소리가 크다.
이런 결과를 보면 광화문광장 근처 까치 소리는 인간이 만드는 시위의 소음과 비례한다. 여의도 주변 샛강은 철새들의 출입이 많은 곳이다. 전국 주요습지는 200여 곳이다. 여의도 한강을 비롯한 철새도래지를 이용하는 겨울 철새는 147만여 마리다. 이중 기러기는 28만 7천여 마리다.
2월은 새들의 짝짓기 달이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도 모든 새들이 교미할 짝을 찾으러오는 날에서 유래 됐다.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1343~1400)의 시, 한 구절에도 인용하고 있다.
새들의 짝짓기 행동은 허무할 정도로 짧다. 동물은 필요에 의해 골격이 진화된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수컷 새들의 돌출생식기는 오히려 퇴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새는 토끼의 5초 보다 더 짧은 10분의 1초, 1초를 열 개로 쪼갠 아주 짧은 시간 짝짓기를 한다. 동물 중 가장 짧은 시간 짝짓기다. 반면 가장 긴 짝짓기는 오소리로 장장 6시간이다.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사진=장건섭 기자
http://ecotopia.hani.co.kr/94018
새들은 어떻게 ‘남성’을 잃어버렸나
오리 등 물새와 타조 등 원시조류 뺀 97% 수컷 외부 생식기 축소 또는 사라져
배아 단계서 '세포 자살' 신호 작동해 생식기 '싹' 없어져, 암컷 통제 강화 위한 진화 설명
» 교미하고 있는 닭. 체내수정을 하는 일반적인 동물과 달리 닭 등 대부분의 새 수컷의 생식기는 흔적만 남았거나 아주 사라졌다. 사진=안드레이 스트로에, 위키미디어 커먼스
동물진화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의 하나는 대부분의 새 수컷에게 생식기가 없거나 아주 작게 축소됐다는 사실이다. 돌출한 생식기는 정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조류의 97%인 1만 종에 가까운 조류의 수컷에게서 외부 생식기가 사실상 없어진 것은 무엇 때문이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애나 헤레라 플로리다 대 생물학자 등 미국과 영국 연구자들이 이런 의문을 발달 단계에서 해명한 논문이 7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대부분의 새에서 수컷의 돌출 생식기는 완전히 퇴화했다. 그러나 닭, 메추라기, 꿩 등의 육상조류는 수컷의 생식기 축소돼 흔적만 남아있다.
반면 닭 등 육상조류와 분류학적으로 가까운 오리, 고니, 거위 등 물새류 수컷은 생식기가 완전하게 발달해 있다. 또 에뮤, 타조, 키위 등 일찍 분화된 집단도 잘 발달한 수컷 생식기를 지닌다.
» 조류 수컷의 생식기 비교. 왼쪽부터 닭, 메추라기, 오리, 거위. 닭과 메추라기 사진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돌기가 축소된 생식기이다. 사진=애나 헤레라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연구진은 수정란인 달걀과 오리알이 발달하는 과정을 자세히 조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닭이나 오리나 나중에 생식기로 자라날 부위가 처음에는 똑같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생식기의 ‘싹’이 오리는 정상적으로 발달하지만 닭은 며칠 안에 성장을 멈추고 곧 사라져 버린다.
연구진은 처음 생식기를 발달시키는 무언가가 오리에겐 있고 닭에게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어떤 단백질이 닭에게만 ‘죽음의 신호’를 내보냈던 것이다. 이 신호는 생식기를 이룰 부위의 세포가 자살하도록 이끄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그것이 뼈 형성 단백질 4(Bmp4)임을 밝혔다.
이 단백질은 세포의 죽음(아포토시스)을 일으키는 인자로 작용해, 나중에 생식기로 자랄 세포를 없애는 구실을 했다. 실험에서 이 인자 세례를 받은 오리의 알에선 생식기가 자라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 닭 배아(유정란)에서 수컷의 생식기로 자라날 부분(붉은색). 처음엔 오리와 마찬가지로 발달하나 곧 세포 자살로 사라진다. 사진=애나 헤레나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이번 연구로 수탉의 생식기가 ‘어떻게’ 축소됐는지는 밝혀졌지만 ‘왜’ 그런지 드러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논문은 여러 가설을 소개했다.
암탉이 생식기가 작은 수컷을 선택함으로써 수컷에 대한 통제력을 높였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돌출한 생식기가 없는 새들은 ‘배설강 키스’라고 불리는 교미 행동을 한다. 암컷과 수컷이 배설강을 맞대고 정액을 전달하는 짧고 어설픈 동작이다. 효과적인 짝짓기를 위해선 암컷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반면 돌출된 생식기를 지닌 오리는 암컷의 협조가 필요 없다. 일부 오리는 자기 몸보다 긴 포도주 따개처럼 구불구불하게 감긴 생식기를 지녔는데, 원하지 않는 암컷에게 교미를 강제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런 성 선택 가설 이외에 다른 설명도 제시했다. 생식기의 축소가 새들이 진화하면서 일어난 몸의 변화의 일종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깃털 형성, 이빨 상실, 부리 형성은 주요한 새들의 특징인데, 모두 Bmp4 단백질과 관련이 있다. 결국 3%를 제외한 대부분의 새들은 하늘을 나는 월등한 변화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수컷의 돌출 생식기를 잃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