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천지
김미순
우리집에는 화초가 많다. 꽃을 보이지 않는 고무나무, 갈참나무, 인삼 벤자민, 극락초, 녹보수, 개운죽, 연화죽 이름을 알지 못하는 다육과 선인장도 십여 개다. 아주 아주 가끔 부끄러운 듯 피는 풍란과 보춘화도 있다. 일년 내 꽃을 피우는 기린선인장, 몬타나, 만데빌라, 제라늄, 베고니아, 안슈름도 있다. 여름에만 피는 구문초도 있다. 이밖에 테이블야자, 호야, 스킨답서스 워터코인, 땅콩야자, 이름을 모르는 물을 좋아하는 외국 이름 화초도 서넛 된다
그런데 오늘 친구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꽃을 주었다. 일단 집에서 키울 것 한 상자와 시골집 마당메 심을 것 두 박스~
다 싱싱하고 푸릇푸릇 하였다. 알부카, 몬스티라, 나비란 등 외국 이름을 가진 꽃들이다. 내가 꽃박사라 부르는 친구라 예상했지만 좁은 집과 작은 시골집 마당에 과부하가 생길 지경이다. 혹여 잘 키우지 못하고 죽여버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소중한 애들이 눈에 밟히면 어쩌나~~
엊그제 명예퇴직을 하고 나를 만나러 온 친구가 있다. 25년 전에 만나 지금까지 주욱 만나온 사이다. 서로 지향하는 바가 거의 같았고 서로에게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랄까? 어쩌면 내가 더 그녀에게기대고 의지했다. 여수와 순천이라는 가까운 듯 먼 거리에서도 항상 서로의 생활에 관여했다.
그런데 문득 오겠다는 거다. 반가운 마음에 약속장소를 잡고 만났다. 변함없이 밝고 씩씩한 모습!
그러나 그가 내게 꺼낸 말은 정리하자는 거다. 아아~~ 명예퇴직을 하고 대전으로 간다는 것, 그리고 이제부턴 딲히 중요한 일이 아니면 연락하지 말잔다. 방만한 인간관계를 정리해야 할 나이란다.
사실 나는 알고 있는 사람이 참 많다.전화번호 책를 보면 300백명이 넘는다. 그러나 실지 자주 연락하고 반갑게 얘기하는 사람은 식구틀 빼고 서른 명 정도 밖에 안 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먼서 지내야 치매도 안 걸리고 노년을 건강하게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솔직히 그 친구 말대로 내 전화번호책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이 꽤 된다. 내게 상처준 사람, 무관심으로 일관한 사람, 형식적으로 인사만 나누는 사람 등~~ 어떤 사람일까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살피고,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걸까 세심히 고민하면서 내게 고통을 주는 건 아닐까~ 사실 두렵다. 그 두려움을 감당하기에 내가 약해진 것이다. 그대신 마음편히 지내는 사람과 평온함을 이어가고 싶다.
오늘 꽃으로 꽃천지가 된 우리집이 계속 이어갈지, 꽃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나눠줘가며 하나하나 정리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더이상 꽃을 새로 들이지는 말자. 아무리 예뻐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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