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날 자연과 함께 말씀의 상념(想念)

[떠돌이]

(CJ, 2023. 10. 16. 월. 8:30am):깊어가는 가을날 아침,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늘은 우선 감나무 가지 끝에 달려있는 단감부터 따야지 생각하며 햇빛뜨락으로 출발했다.

또한 늦가을에 심어야 할 마늘과 양파밭을 준비하기로 작심하였다. 아내는 먼저 농협에 들려 퇴비와 원예 상토 등을 구입하자고 했다. 마늘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퇴비와 유박 등 비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햇빛뜨락의 텃밭에 도착하여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감나무 가지 끝에 달린 단감은 늘어진 가지를 뿌러트릴 것 같았다.

망태기를 옆구리에 차고 늘어진 가지의 단감을 조심조심 땄다. 곧 한 망태기 가득 넘치도록 땄고 어깨가 무거웠다.

뜨락카페의 탁자에 첫 수확한 일부의 단감을 펼쳐놓으니 40개가 넘었다. 늘어진 가지에 위태롭게 달려있는 단감부터 따고, 며칠 더 기다렸다가 다 모두 거둘 참이다.

*햇 단감과 커피 한 잔의 쉼!

뜨락카페 탁자에 햇 단감을 펼쳐놓고 물을 끓여 커피와 비스킷도 준비해 놓았으며, 햇 단감을 잘라 시식해 보았다. 단감은 아삭아삭하였고 달콤함이 생생하였다. 커피와 비스킷, 단감으로 즐거움을 아내와 함께 나누었다.

오늘은 늦가을에 심어 한 겨울 눈 속에서 자라는 마늘과 양파의 밭을 준비하기로 했다. 창고에서 쟁기를 챙겨 들고 가축퇴비를 밭가에 옮겨 놓았다.

먼저 가축퇴비를 뿌리고 유박도 덮어 뿌린 후에 쟁기로 뒤집어 갈았다. 차가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싸늘한 가을날이지만, 쟁기질을 하니 숨이 차오르고 땀이 솟고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침에 머리도 아프고 띵하며 어깨가 으슬으슬 조여 오고 기침과 재채기로 온몸을 긴장시켜 감기가 아닌가 했는데, 쟁기질하다가 온 몸을 달구고 땀이 솟더니, 몸도 가뿐해지고 상쾌해졌다.

턱까지 벅차오르는 숨을 헉헉거리며 쟁기질하였고, 어느덧 마늘밭 준비를 마치었다. 퇴비와 유박 등을 갈아 덮은 것이다.

굴고 커다란 지렁이가 꿈틀거리기며, "왜 들추어내서 못살게 하는 거요!" 항의하는 듯했다. 반가웠고 곧 흙으로 덮어 주었다. 가축분 퇴비 냄새도 쿰쿰하고 구수하였다.

*마늘밭 쟁기질을 마치고서!

쟁기를 거두고 마늘밭을 바라보니 마음은 흐뭇하였다. 은퇴 후 쟁기질도 해 보네! 새로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돌아보았다.

아내는 마늘종자를 준비하며 채소와 꽃밭 등을 조성하고 준비하였다. 생강도 캐오고 공심채도 한 봉지씩 따왔다. 자연은 생명에 필요한 식품을 풍성하고 끊임없이 나누어 주고 있었다.

감도 한 자루 거두고 생강도 공심채도 챙겨서 차 뒷트렁크에 싫고 집에 도착하여,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점심을 나누니 꿀 맛이었다. 이것이 일꾼밥이지,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아들들을 고대한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니"(롬 8:19)

나는 목회와 선교사로 활동하는 동안 인간영혼구원에만 몰두하였다.

그러나 성경말씀을 상고하여 볼 때, 하나님의 구원은 인간영혼만이 아니었다. 피조물, 온 우주만물의 치유와 구원이었다. 자연도 피조물도 하나님의 사람을 기다리고 찾고 있다. 하나님의 구원 계약은 인간뿐 아니라 "내 땅이 결혼한 것처럼 될 것이라"(사 62:4)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나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0)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치유와 구원 계획 속에 있으며, 구원은 궁극적으로 피조물의 치유와 구원이다.

성경의 예언자들은 하나님은 부르짖음을 듣고서 돌이키는 자를, "내가 고치리라"(사 19:22) 외치셨다.

"배역한 자 들아 돌이오라, 너희의 배역함을 내가 고치리라"(렘 3:22)

그들이 돌아올 때, 하나님은 "그들의 땅을 고치리라"(대하 7:14, 벧후 3:13) 말씀하셨다.

샬롬(Shalom)이란 말은 포괄적인 행복으로, 번영하는 땅에서 건강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하위드 A. 스나이더(Howard A. Snyder)는 지적하였다.(피조물의 치유인 구원, CLSK p16)

스나시더는 죄란 인간존재의 모든 부분으로 땅자체를 감염시키고, 자연을 오염시키며 쇠잔케 하는 인간의 도덕적인 질병이라 하였다.

"이 땅이 슬퍼하며 거기 사는 자와 들짐승과 공중에 나는 새가 다 쇠잔할 것이요, 바다의 물고기도 없어지리라"(호 4:1~3)

하나님의 치유와 구원은, "새 하늘과 새 땅"(사 65:17)의 약속을 이루는 것이다.

예수님도 자신에게로 돌이키면, "그들을 고치리라"(마 13:15) 선언하셨다. 복음은 믿음으로 칭의, 속죄, 용서, 그리고 거듭남의 신생에 대한 것으로 만물의 완전한 치유, 회복된 피조물로 샬롬이다. 생명나무는 "만국을 치료하기 위한"(계 22:2) 잎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롬 8:19)이라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성경말씀을 마음에 두고, 그동안 미루워왔던 말씀에 순종하여 자연 구원에 나선 것이다. 자연과 생명사랑에 참여하는 삶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인 것이다.

하나님 말씀을 거역하고 세상으로 향하서 죄악으로 세상의 포로가 된 인간들에게 주시는 말씀을 가슴에 담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조용히 즐기고 있다.

정년은퇴 이후 "거기서 살며 집을 짓고 텃밭을 만들어 그 열매를 먹으라"하신 말씀이다. 즉,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렘 29:4~5, 개역개정판)

깊어가는 가을날, 자연과 함께 하며 말씀의 상념(想念)이다!(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