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뭉쳐야 산다

방송일 2019년 2월 25일(월) ~ 3월 01일(금), 487번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행(혼자 하는 여행)
‘혼자여도’ 행복하지만
‘혼자서는’ 괜찮지 않다는 이들도 있다.
가족이 있어서 친구가 있어서 또 이웃이 있어서
행복은 배가되고 슬픔은 반이 된다는 사람들.
비가 오면 함께 비를 맞고 걸어줄 수 있는 서로가 있어
세상이 살만하다고 믿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1부. [겨울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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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사람 도움 없이는
나 혼자서는
고생이고 즐거움이 없습니다.”
새해 첫날.
드디어 섬의 문이 열린다.
좀처럼 입도를 허락지 않는
남해 평산리 앞바다의 대섬(죽도)이
‘바래’를 위해 굳은 빗장을 풀어낸 날.
토박이 어른들과 고향마을 찾은 이웃 친척들이
차가운 겨울 바다에 손발 곱는 줄 모르고
손바닥만 한 해삼, 조개, 개불까지 신바람 나게 캐 올린다.
적막하던 바닷가 마을이 모처럼 들썩들썩.
이웃들 모두 함께여서 즐거운 마을은 올 한 해가 더욱 기대된다.
-
겨울 끝자락도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는 강원도 평창.
해발 700m 오지 산골에서 나고 자란 두 형제는
도시인으로 사는 것이 오랜 로망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산골을 벗어났지만
아버지 곁으로 다시 돌아온 형제.
“사람 사는 거 별거 있어?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돕고 상부상조하는 게 그게 좋은 거지”
해도 해도 일이 끝없는 아버지의 흑염소 농장 일꾼이 된 두 아들.
잠시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 아버지 잔소리에
때론 투덜대기 일쑤지만
하늘 가까이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산마루 위에 올라서면
쌓였던 피로도 묵혔던 설움도 단번에 날아간다.
제2부. [좋지 아니한가(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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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진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핑크빛 연애를 꿈꾸며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아버지에게
어느 날 날아든 날벼락 같은 소식.
고향으로 돌아오겠다고 선포한 딸이
아버지는 달갑지 않았다.
벌써 막내딸이 옆집 이웃이 된 지는 3년째.
고구마면 고구마, 감이면 감.
아직도 손만 대면 실패하는 ‘마이너스 손’을 가진 딸과
시골 일이라면 도끼질밖에 못 하는 어설픈 사위.
덕분에 아버지는 오늘도 목이 쉬어 터져라
대장 노릇에 진두지휘하기 바쁘다.
“첫째는 자주 보니까 좋고, 또 이렇게 챙겨주니까 좋고”
……
“아버지 옆에 와서 좋은 건... 마음?”
고집불통에 일 벌이는 걸 좋아하는 것만큼은
붕어빵처럼 판박이로 똑 닮은 아버지와 딸.
번듯하게 양철로 지은 작업실 지붕에
난데없이 볏짚 이엉을 얹겠다니
엉뚱한 딸의 고집을 누가 말릴까.
호언장담 호기롭게 지붕 위로 올라간 사위와 딸은
이엉 하나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허둥지둥.
막내딸에겐 언제나 두 손 두 발 들고 져주는 아버지가
결국 이엉을 얹는 법을 몸소 열연하며 강의를 펼친다.
제3부. [우리 집은 심심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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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대나무 숲이 병풍을 두른 전남 곡성 천덕산 자락.
전기가 들어온 지도 얼마 채 되지 않는 오지에
소박한 황토집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남편 김인수 씨가 아내 전선희 씨와 함께 8년 전 손수 지은 흙집은
여기저기 불편한 것투성이.
하지만 아궁이 불 지펴 방마다 온기를 더하는 아늑한 집을 아지트 삼고
볼 빨간 얼굴로 산이며 계곡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오늘도 쑥쑥 자란다.
“ 가족 없는 상상은 해본 적 없어. 해서도 안 되고.
난 그거 싫어. 가족 없이 사는 거”
아홉 번 반복하며 정성을 다해 구운 죽염을
직접 만든 커다란 용광로 화로에 쏟아붓고 화력을 높인다.
어느새 시뻘건 불덩이가 되어
마그마처럼 터져 나오는 죽염.
차갑게 굳어 자줏빛 보석처럼 빛나는 영롱한 죽염으로 담근
올해의 된장은 과연 어떤 맛일까.
아궁이 숯불에 구운 대나무 통 삼겹살 앞에
둘러앉은 네 식구는 언제나 함께라서
세상 어떤 밥상도 부럽지 않다.
제4부. [아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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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산골에 어쩐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낯선 피자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고소한 치즈 냄새 유혹에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등장하는 의문의 비닐하우스.
마침내 문을 열면 펼쳐지는 신세계.
칠전팔기 실패를 거쳐 완성한 피자 화덕에
구들장 정자와 황토집까지 비닐하우스 안에는 없는 게 없다.
“부모님이 나이 드시면 보살피고 같이 사는 게 삶이지.
나가서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그게 다가 아니거든.”
예쁜 꽃으로 꾸민 정원에 물고기들 사는 자그마한 연못.
비닐하우스 안에 지금 없는 게 있다면 아마 새장이 아닐까.
아버지가 소년 시절 그의 친구가 되어주었듯
이젠 연로한 아버지의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아들.
아버지와 아들은 은계 금계가 훠이훠이 날아다닐
멋진 새장 짓기에 오늘도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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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완도의 바닷바람과 맞서 싸워온 어머니.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 아들이 돌아왔다.
오늘은 작년 가을에 부지런히 씨 뿌린 꼭지미역을 처음 수확하는 날.
올해의 미역 농사는 기다리던 풍년 소식을 과연 전해줄까.
“도시 어느 맛집을 가도
어머니가 끓여주는 미역국이 제일 맛있어요”
묵직하게 끌어올려 지는 줄마다
주렁주렁 싱싱하게 매달려 올라오는 꼭지미역.
작은 배가 가라앉을 듯
그득그득 올라오는 미역을 채취하느라 모자는 손발을 쉴 새가 없다.
여명이 밝아오는 바다에서 아침을 맞고 돌아오면
기다리는 것은 물먹은 미역을 널어 말리는 작업.
부드러워진 바닷바람에 검게 펄럭이는 미역이 모자의 노고를 위로한다.
제5부.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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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돌담 너머 귀여운 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강원도 원주 우명선 씨네 그림 같은 집.
모처럼 따끈하게 햇살 내려앉은 안마당에
아내와 두 딸은 하얀 솜이불 먼지를 탁탁 털어내고
줄줄이 빨랫줄에 널어 일광욕시키며
보송보송한 오후를 보낸다.
“나는 먹지도 않는데 가족들을 위해서 만들어요.”
담장이 무너졌다.
크고 작은 돌들의 아귀를 맞춰
혼자서 씨름하며 담을 쌓아 올리는 아빠.
외롭게 혼자서 작업하는 아빠를 위해 두 자매가 나섰다.
담장에 안성맞춤 돌들을 찾아
영차영차 실어 나르기 바쁜 어린 자매.
무너진 담장은 오늘 안에 다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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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둘, 여든아홉, 여든여섯.
나이는 달라도 진도 죽림마을에서 알아주는
단짝 중의 단짝인 할머니 삼총사.
꼬부랑 굽은 허리로 눈밭 헤쳐 가며 캔 향긋한 달래로
오늘도 막내 할머니는 입맛 까다로운 형님들
반찬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셋이 같이 다니는 이유? 별거 없어. 마음이 맞으니까”
최고령 할머니 삼총사가 드디어 떴다.
바닷물 썰물로 빠져나간 갯벌 한편에 나란히 주차된 유모차.
걷기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기어이 갯벌로 향하는 삼총사는
곱디고운 매생이와 싱싱한 자연산 김을 거둬내느라
안 그래도 꼬부랑 굽은 허리를 잠시도 펼 새가 없다.
구성진 아리랑 가락이 누구에게랄 것 없이 흘러나오고
가족보다 더 진한 우정이 오늘도 서로의 하루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