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독신을 추방한 마음씨 착한 며느리 석존께서 사바타국의 기원 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서 독약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가업(家業)으로 하며 유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악한 행동을 미워하여 누구 한 사람 그와 교제하는 사람도 없었고 해독이 두려워서 접근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세월이 흘러서 이 집에도 사랑하는 아들이 성년이 되어서 식구들은 그에게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해 주려고 사방으로 물색을 했다. 그러나 자기의 귀여운 딸을 며느리로 주려는 사람은 있을 리가 없었다. ‘강도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힘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쪽이 더 강하면 죽지 않는다. 저 집에서는 독약으로 사람을 죽인다. 아무리 힘이 장사라도 죽음을 면할 수 없다. 저 집이야말로 악한 것중에서 최고로 악한 것이다. 결코 상대를 해서는 안 된다. 아들은 이 때문에 대단히 고민하고 괴로워하였다. 늙은 부모는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만 리나 떨어진 먼 나라에 사람을 보내서 며느리감을 구했다. 그 보람이 있었던지 어쨌든 큰 부자가 며느리를 구한다고 하므로 아주 가난한 집의 딸이었지만 아름답고 마음씨가 착한 처녀가 며느리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윽고 부자인 신랑 집에서는 많은 혼숫감을 신부 집으로 보내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신부를 맞아들여서 집안은 기쁨이 넘쳤고 부부의 금실도 좋아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화복(禍福)이란 언제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으로 며느리가 들어온 다음부터는 일마다 모두 꼬여서 하루하루 손재수가 겹쳐서 재산이 자꾸 축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시부모는 서로 귓속말로 의논을 했다. “이렇게 재난이 계속된다면 애써 모아놓은 재산이 없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멀지 않아 온 식구가 굶어 죽게 되겠다. 그렇게 되기전에 변통을 해야겠는데 다행히 지금 며느리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으므로, 며느리에게 일러서 돈 많은 나그네를 독살하도록 합시다.” 시부모는 며느리를 불러놓고 엄하게 말했다. “이것이 오래 전부터 우리 집 가업인 것이다.” 며느리는 비로소 시집이 무서운 줄을 처음 알게 되어 공포에 떨며 원망과 비통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저의 친정은 부모를 위시하여 모두가 인자하여 사람을 해치는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일은 못하겠으니 제발 용서하여 주십시오. 제가 죽으면 죽었지 사람을 독살할 수는 없습니다.” 시부모는 며느리를 타일러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위협을 하고 욕도 해 보았지만 끝끝내 말을 듣지 않으므로 자기 집을 수호하는 독신(毒神)에게 부탁하여 며느리를 못살게 굴었다. 독신은 독사로 변신하여 며느리에게 공포감을 주었다. 일어나면 친정에 나타나고, 앉으면 방바닥에 나타나고 밥그릇 속에도, 화장도구 속에도, 손에 잡는 물건에도 며느리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서, “사람을 독살하기 전까지는 나의 무서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며느리를 들볶았다. 며느리도 이제는 절체절명 기진맥진하여 음식도 넘어가지 않아서 하루하루 몸이 야위고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당행히 본국에서 아는 사람이 와서 그녀의 가엾은 모습을 보고 걱정을 하여 묻자 며느리는 그간의 사정을 모두 털어놓고 은밀히 데려가 주도록 부탁하였다. 그 사람은 급히 돌아가서 사태의 위급함을 친정 부모에게 낱낱이 이야기하였다. 친정 부모는 오싹 소름이 끼쳐서 비탄에 젖었지만 울고만 있을 때가 아님을 깨닫자 아버지는 황급히 마차를 몰아 딸을 데리러 왔다. “딸의 어미가 너무나 오랫동안 보지 못하였으므로 적적해서 밤낮 울고만 있습니다. 한 번 딸을 데리고 가서 만나게 해 주면 다시 기운을 차릴 것입니다. 잠깐 동안이니 친정으로 가게 해 주십시오. 며칠 후에는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럴싸하게 그들을 속이고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 사람을 시켜서 이렇게 전갈을 했다. “당신들 집에서는 독약을 쓰는 것을 가업으로 삼고 있다던데 나의 딸을 그런 무서운 집에 둘 수 없으므로 데리고 온 것이다. 만약 싸울 의지가 있으면 나라에 법도 있으니 정정당당히 싸워도 좋지만 그러면 당신의 집은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외 간의 정이 좋은 것을 이혼시키는 것은 딸에게도 못할 노릇이므로 만약 독약을 사용하는 것을 맹세하고 중지한다면 다시 딸을 돌려 보내겠다.” 사위 집에서는 아들은 자기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헤어지는 극력 반대하였고 그의 부모도 며느리가 얌전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것을 생각해서 차마 이혼시킬 수는 없었다. 생각하던 끝에 시부모는 독약을 버리기로 일대 결심을 하였다. “이후로는 절대로 독약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집의 독신도 오늘 추방하겠습니다.” 이렇게 맹세를 하고 며느리를 다시 맞이하였으므로 그 집은 비로소 화기애애한 행복하고 평화로운 집안이 되었다. 이것은 사람의 선심을 해치는 탐욕, 진에(노여움과 근심), 어리석음의 세 가지 어리석음과 수행(修行) 의 방해가 되는 번뇌, 오음(五陰) 천(天) 사(死)의 네 가지 마(魔)를 버리고 선법(善法)을 얻는 것에 비유한 ’불설독유경‘(佛說毒喩經)에 있는 이야기다. 〈생경 제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