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고등학교 축제에 다녀왔어요.
원래는 10월 말에 치러질 예정이었는데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면서 급작스럽게 연기가 되었는데요.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한 축제라 취소는 하지 않고 지금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동절기라 강당에 조촐하게 축제의 장을 열었는데요....마을학교에도 참여 요청이 들어와서 괴산책문화네트워크 이름으로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마을학교 교사로서, 또는 지역의 어른으로, 선배로 우리 지역 청소년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서 무엇으로 참여할까 고민하다 "글쓰기 및 진로 상담소"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지않는 시대라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관련 업계로 진출하고 싶은 학생들은 있겠지요. 적은 숫자라 하더라도 그 친구들과 만남을 통해 작은 조언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요....막상 축제 현장에 가보니 너무 재기발랄하고 재미나게 꾸며진 부스들이 많아서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산책문화네트워크 대표로 참가한 쿠쿠루쿠쿠 임희선 님이 독립출판에 대해 상담을 하기로 하고요...저는 학생들의 시선도 끌고 참여도 유도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팝업북을 눈요기로 들고 나갔지요.
과연 몇 명이나 올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애초 목표로 한 참가인원 30명이 그럭저럭 채워졌으니 영 민망한 수준은 아니었네요. 그중에 몇 명은 정말 진지하게 글쓰는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다는 친구, 책은 읽지만 글은 쓰기 어렵다는 친구, 소설도 써보고 웹으로 연재도 해봤다는 친구, 출판에 관심있다는 친구....적은 수지만 이런 친구들이 우리 부스를 찾아 주었어요.
관심은 없지만 마을학교 부스를 돌면서 도장도 받아야 하고...ㅎ....남는 시간 재미난 것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는 간단 크리스마스 팝업카드 만들기를 했어요. 이게 아주 호응이 많아서 아예 이런 체험으로 부스를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지요.
저도 부스를 한 바퀴 돌면서 살펴봤는데요....어찌나 재기발랄하고 창의적인 부스가 많든지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재미나고 창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매일 교실에 가둬두고 국영수나 외우게 하고 있다니...하는 아쉬움이 한탄이 살짝 나왔지요.
그중 가장 돋보인 건 바로 요것...시니어 문방구였습니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이 괴산읍내 할머니들이 다니는 '두레학교'를 방문해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어르신들을 만났던 내용을 갖고 스티커, 엽서 등 여러 굿즈들을 만들고 할머니들 추천에 의한 괴산 여행 코스도 기획하고요. 영상물도 제작하여 이런 체험활동을 한 후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옛날 간식을 맛볼 수 있게 한 프로그램입니다.
내용도 결과도 모두 신박하고 좋았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청소년과 만난 어르신들도 너무 감격하고, 청소년들도 어르신들 살아온 이야기들 들으며 진한 감동을 느꼈던....과정이 정말 아름다웠던 프로젝트라고 소개를 받았어요. 정말 멋지네요.
역시나 페스티벌엔 이런 B급 클럽이 나와주어야겠지요?
힙한 음악을 틀어놓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힙스터들을 소개했던 즐거움이 넘치는 부스였습니다.
요즘 시대정신에 맞게 에코, 그리고 기후위기, 환경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이날은 괴산고등학교 친구들 뿐 아니라 학교 오픈하우스 및 설명회의 의도도 있어서 괴산 중학생 친구들에게 참여가 열려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괴산고 교육과정과 학습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부스가 바로 우리 옆에 있었는데요...TPO에 딱 맞는 코디 연출로 제 눈을 즐겁게 해주었네요.
차려진 부스들을 보고 급 반성했어요...ㅠ....
우리도 좀 더 열심히 부스를 화려하게 꾸몄으면 좋았는데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도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낸다고 테이블보와 앞치마를 크리스마스 버전으로 준비했지만....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참여해본 고등학교 축제. 그 젊고 활기찬 열기와 재기발랄함이 너무나 좋았어요. 비록 우리 부스는 재미없고 부족했지만 저로선 새로운 경험과 기분을 느껴본 좋은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