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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찰옥수수
근래 들어 유명세가 한창 뜨고 있는 대학찰옥수수~ 옥수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 명성이 이미 익숙해진 이름으로 한번 맛을 본 사람은 다른 것을 찾지 않고 대학찰옥수수만을 고집한다.
낱알의 씨눈을 둘러싸고 있는 찰성녹말로 찰기가 뛰어나 일반 옥수수와는 전혀 다른 감칠맛과 높은 당도를 느끼게 할 뿐더러 옥수수 알이 8줄 또는 10줄로 외형은 일반 옥수수보다 통이 가늘다. 또한 껍질이 얇은 까닭에 먹고 난 후에도 치아 사이에 끼는 것이 없고 입 안이 깔끔하고 개운하다는 점이 가장 뛰어난 특징이다.
하필이면 왜 이름이 '대학찰옥수수'인가. 품종이름 치고는 낯설고 어색하지만 대학교수가 개발했다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괴산군 장연면 출신의 최봉호 박사(당시 충남대 교수)가 1991년부터 12년간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신품종이다.
한 때 뉴스의 촛점에서 각광을 받았던 김순권 박사(경북대 교수)가 슈퍼 옥수수를 개발하여 제3세계의 식량난 해결에 크게 공헌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최봉호 교수는 옥수수의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여 2002년 '연농1호'라는 이름으로 그의 고향인 괴산군 장연면에서 대학찰옥수수를 처음 재배하게 된 것이다.
괴산 대학찰옥수수의 원래 이름은 장연대학찰옥수수 이다. 정확히 말하면 "연농1호" 이다. 연농1호란 괴산군 장연면의 "연"자를 따고 장연면에서 시험재배하여 개발한 종자 중 제일 처음이라 해서 "연농1호"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당시 시험포에서 수확하여 장연면 주민들에게 먹어보라고 나누어 주었던 옥수수를 장연면 주민들은 대학교수님이 농사지어 나누어 주신 옥수수라 하여 기존 옥수수와 차별화하여 "대학찰옥수수"라고 불렀던 것이 인연이 되어 현재 대학찰옥수수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이다.
김순권 박사나 최봉호 박사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육종학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최봉호 교수의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 같다. 지방대학 무명교수라는 타이틀 탓이 아니었던 가 싶다. 국내에서 시선을 받지 못했으나 미국의 연구기관에서 그의 존재를 먼저 인정하고 연구원으로 모셔 가면서 특허권까지 차지해 버렸다. 인물을 알아보지 못한 우리의 우매한 눈과 귀를 탓해야 할까?
가난한 고향 사람들을 위해 그는 대학찰옥수수의 종자를 장연면에 처음 보내다가 괴산군 일원으로 확대하고 그 일부를 처가가 있는 전북 무주에도 보낸다. 따라서 대학찰옥수수의 산지는 전국에서 괴산과 무주 두 곳으로 한정된다. 대학찰옥수수는 특성상 그 이듬해 심으면 열성인자가 되어 잡종 옥수수가 되기에 매년 일정량의 씨앗을 미국으로부터 새로이 제공받아야 한다.
다른 곳에서 대학찰옥수수의 종자를 구해서 심는다고 해도 꽃가루받이를 할 때 근처에 다른 옥수수가 있으면 수정 능력이 강해 고유의 제 맛을 내지 못하는 잡종이 된다. 그러기에 괴산에서는 대학찰옥수수만을 대단위로 심어 대학찰옥수수의 순도를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반 옥수수가 한 포기에서 3~4개를 수확하는데 반해, 대학찰옥수수는 포기당 하나밖에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생산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출하시기가 7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지는 것은, 날짜의 간격을 두고 파종을 하기 때문이지 한 포기에서 두고두고 따내는 것은 아니다. 대학찰옥수수의 이같은 사연과 특성을 알고 먹으면 그 맛이 한결 소중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대학찰옥수수는 보관시 영하 4~10도의 기온에서 당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다만 삶아서 보관시는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음으로 수확 후 최대한 빨리 삶아서 냉동보관한 다음 알맞은 양을 전자렌지에 7~8분정도 데워들면 처음과 별 차이가 없는 맛(당도 13브릭스)으로 즐길 수 있다.
최봉호 박사 내외 최 박사가 개발한 품종 ‘연농1호’ 대학찰옥수수는 KBS종자의 혁명에서 소개되었다.
최봉호 박사는 충남대 재직시절 장연면 방곡리 골짜기에 몇몇 고향지인들의 땅을 빌리고, 주변에 다른 옥수수를 심지않아준 지인들의 협조로 5년여에 걸친 연구개발끝에 종자는 열성이지만 현재 세계옥수수시장에서 당도가 가장 높은 13브릭스를 웃도는 옥수수를 개발한 것이다.
현재 홍천 등 강원도 지방의 미백찰옥수수가 11브릭스 정도이고, 우리가 즐겨 먹는 포도가 12브릭스이니 대학찰옥수수의 당도가 어느 정도 높은 지를 알 수 있다.
대학찰옥수수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종자가 아니고, 찰옥수수의 교잡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인체에 무해한 천연종자이다. 다만 열성의 유전자를 갖고 있을때만 제 맛을 구현하므로 해마다 일일이 종자를 다시 개량하여야하는 단점이 있다. 즉 농가에서 대학찰옥수수의 씨앗을 올해 받아두었다가 내년에 심었을 경우 열성 유전자가 아닌 우성 유전자가 발현되어 기존의 대학찰옥수수가 나오지 않고 전대의 옥수수가 열리는 것이다. 이로인해 종자의 가격이 타 옥수수종자보다 높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또 새로운 대학찰옥수수를 심었더라도 가까운 곳에 타옥수수가 자라고 있으면 수분과정에서 대학찰옥수수의 맛이 나지 않는다.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는 대학찰옥수수의 첫 시배지이고 최봉호박사의 고향이다. 장연면 대학찰옥수수가 그 고유의 맛을 간직할 수 있는 이유는 타옥수수의 재배가 없고 모든 농가에서 대학찰옥수수만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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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찰옥수수의 마을 / 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
현재는 대학찰옥수수의 시험포가 장연면이 아닌 미국인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종자 연구는 홍농종묘와 서울종묘 등 대기업종묘화사의 연구비 등을
지원 받아 연구하고 있다. 연구비를 지원 받을 경우 연구 실적을 종묘회사와 공유하게 된다.
당시는 국내기업이었던 종묘회사가 미국 다국적 종묘회사로 흡수합병되어
미국의 종묘회사로 그 권리가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얼마전까지는 종자의 양이 많지않아
괴산군 중에서도 최봉호 교수의 고향이며 최초로 대학찰옥수수를 시험재배하였던
괴산군 장연면과 최 교수의 처가인 무주군 일부에만 공급되었다.
이제 대학찰옥수수의 우수성이 인정되고 세계적인 먹거리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내의 시험포가 아닌 미국의 오지 2곳에서 대량으로 종자생산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대학찰옥수수의 종자는 97년부터 전국적으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오픈된 옥수수종자로 거듭 나게 된 것이다.
첫댓글 그렇구나......
몇 년 전, 예새롬 사진동아리들이 여혜당 앞 시냇물에 발 담그고 먹던 그 대학찰옥수수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왕이면 찰옥수수 이야기를 쓴 수필 <그녀를 다시는 못 볼 것 같다>도 올려주심이....수고하셨습니다.
유원식 선생님, 그간 적조하였습니다. 건강 회복하시어 사진활동 하시는지요. 수필 <그녀를 다시는...>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