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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81) 여포의 배신
얼마 후, 소패성(小沛城)에서는 상 장군 여포에게 수하 장수 하나가 달려와 아뢴다.
"장군님! 서주성의 조표가 우리에게 투항해 왔습니다."
"조표?"
여포는 옆에 있던 진궁을 쳐다 보며,
"사촌 처남인데... 어서 들라 해라!"
하고 진궁과 장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초주검이 된 조표가 여포앞에 나타났다.
조표는 여포를 보더니 대번에 땅바닥에 엎어지면서 울음 섞인 말로,
"매형! 너무 억울합니다. 엉~엉..."
하면서 울부짖는다.
그러자 여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처남! 무슨 일이냐?"
그러자 조표가 여포에게 장비에게 당한 억울한 사정을 낱낱이 호소했다.
"장비란 놈이 술에 취해 가지고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촌 매형의 얼굴을 봐서라도 살려달라고 사정했는데, 사촌 매형이 누구냐고 묻기에, 상장군 여포라고 했더니, 갑자기 지랄 발광을 하면서 매형보고 도둑놈에 후레자식이라고 하면서 매형 대신 너를 때린다고 하며 죽도록 매질을 해댔습니다. 으흐흑 .."
"에잇! 보자보자하니까, 장비 이놈이! 번번히 내게 모욕을 하는구나, 내 이놈을 이번에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여봐라!"
"옛!"
"방천화극을 준비해라!"
"옛!"
"잠깐!"
진궁이 여포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봉선, 봉선! 진정하시오."
하고 말하면서 조표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감싸면서 물었다.
"말해보게, 장비가 자네를 왜 때린건가? 무슨 군령이라도 어긴건가?"
그러자 조표가 억울한 심정을 담은 어투로,
"장비가 억지로 술을 마시라고 하기에 술을 마시지 못 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진궁이 고개를 흔들며,
"이해가 안 되는군. 장비가 왜 자네에게 술을 강요한건가?"
"유비가 장비에게 군령 삼 조를 하달했는데, 첫번째가 음주금지였습니다."
그러자 진궁이 놀라며,
"뭐라고? 유비가 장비에게 금주령을 내려?"
"네."
"왜지?"
"지금 유비는 남양을 정벌하러 갔기 때문에, 성에는 장비 뿐이라 사고를 칠까봐 금주령을 내리고 간겁니다."
"유비가 출정을 갔다구? 그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어제 출발했습니다. 관우와 조운도 함께요."
"관우와 조운도 함께 갔다구? 그런데 서주성 성벽에 어째서 관우와 조운의 대장기(大將旗)는 그대로 걸려있는가?"
"그거야 위장막이죠, 지금 성안에는 노병(老兵) 오 천명하고 장비 그놈 뿐입니다."
조표의 말을 여기까지 듣던 진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포를 향해 돌아서며,
"하! 잘됬군. 봉선! 때가 왔소! 하늘이 서주성을 내린다는데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하늘의 뜻을 저버리는거요."
그러자 여포는 단숨에 대답한다.
"좋소이다. 그러면 내가 직접가서 해치우겠소."
"아니오! 서주성은 매우 견고해서 안에서 돕지 않으면 난공불낙이오. 조표! 공을 세울 마음이 있나? 이번 일만 잘 되면, 조정에 상주하여 자네를 중랑장에 봉하고 작위를 내릴 것이네."
"하겠습니다!"
"좋아, 자네가 할 일은 지금 서주성으로 돌아가 오늘 밤 자정에 횃불이 보이면 남문을 열어놓게."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꼭 시키는대로 하게, 가봐!"
소패에서 서주까지는 사십 여리 밖에 안 된다.
여포가 적토마를 달려 팔천 철기와 일 만의 군사를 몰고 서주성에 도달한 것은 밤도 새어가는 사경이었다.
성루에 나부끼고 있는 관우와 장비, 조운의 대장기(大將旗)를 한눈에 알아본 진궁이 여포에게 말한다.
"하하하, 과연 위장막이군! 서주성은 지금 텅 비었소."
그러자 여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명한다.
"신호를 보내라!"
그러자 명을 받은 장수가 남문 앞으로 불화살을 쏘아 날렸다. 성루에서는 신호를 알아보고 조표의 군사들이 두말없이 굳게 닫힌 서주성 남문을 열어제쳤다.
"우~와! ...."
여포를 선두로 그의 군사들이 노도와 같이 성안으로 몰려 들어가며 취해 쓰러진 장비의 군사들을 눈에 띠는대로 모조리 칼과 창으로 찔러 죽였다.
그야말로 대항없는 싸움이었다.
이때 장비는 술에 대취해서 세상모르고 코를 골고 있었다.
"장군! 장군! 큰일 났습니다! 적들이 쳐들어 왔습니다!"
부하들이 황망히 달려와 장비를 깨웠으나, 여간해서 깨어날 장비가 아니었다.
"장군! 장군! 큰일 났습니다. 여포가 군사를 이끌고 성안으로 노도와 같이 쳐들어 왔습니다!"
장비는 취중에도 여포라는 소리를 듣자, 벌떡 일어나며,
"뭐야? 여포가 왔어?"
"네, 여포의 군사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난동을 치고 있습니다!"
"으잉? 여포가 어떻게 성안으로 들어 왔단 말이냐?"
"조표가 내통한 모양입니다."
"뭣이? 조표 그놈이..."
장비는 이를 부드득 갈며, 갑옷을 나는 듯이 추려 입고 밖으로 나왔으나, 이미 술에 대취한 그의 발걸음은 정상이 아니었다. 장비가 바라본 성안은 이미 여포군에의해 아우성치는 도가니에 빠져 있었고, 장비를 발견한 여포가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장비는 여포를 맞아 싸웠으나,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아서 여포를 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에라! 이럴 때에는 36계 줄행랑이 먼저다!)
장비는 부장 십여 기만을 거느리고 동문으로 달려나갔다. 유비의 가족들은 성안에 그대로 남았으나 구출할 도리가 없었다.
"이 비겁한 장비놈아! 어디로 도망을 치느냐!"
적병들이 맹렬하게 추격해 오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하여 돌아다 보니, 앞장 서서 추격해 오는 장수는 다름 아닌 조표였다.
"이놈! 네놈은 조표로구나!"
장비는 되돌아서서 백여 기에 달하는 추격군을 모조리 후려갈기고, 장팔사모를 휘둘러 조표 조차 두 동강이로 베어 버렸다.
장비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기 시작하여, 성밖으로 도망쳐 온 군사들을 수습해 가지고 유비가 출정한 회남(淮南)을 향하여 면목없는 새벽길을 달렸다.
한편, 서주성을 완전히 점령한 진궁은 유비의 가족들이 성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수하 장수의 보고를 받고,
"명이다! 병사들을 시켜서 유비의 가족들을 철저하게 감시케 하며, 출입을 제한하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
하고 말하였다.
이날 새벽, 여포는 본색을 드러내어, 사실상 자신의 은인인 유비를 배반하고 서주를 빼앗아 버렸다.
그러나 그는 계획적으로 유비를 배반할 만큼의 의리를 모르는 악인은 아니었다.
일시적인 욕망에서 서주를 빼앗기는 하였지만, 속으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심정조차 없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서주성을 점령하게 되자, 이내 방문(榜文)을 내걸었다.
방(榜)!
나는 오랫동안 유비 장군의 은혜를 입어 왔다.
내가 이제 서주를 점령했다고 해서 배은망덕(背恩忘德)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성중(城中)의 사투(私鬪)를 진정시키고, 적을 이롭게 하는 도배를 내쫓은 뒤에 전후의 화근(禍根)을 제거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백성들과 관리들은 속히 평소의 생업으로 돌아가, 나의 치하(治下)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도록 하라.
상 장군 여포.
여포는 이와 같은 방을 붙이고 난뒤 부하들에게 엄명하였다.
"포로로 남아 있는 부녀자와 어린아이에게는 함부로 손 대지 마라!"
유비의 사가(私家)에는 그의 가족들이 모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여포가 그 집을 찾아가 보니, 유비의 노모를 비롯하여 젊은 부인 둘과 어린 아이들이 방에 모여 앉아 근심에 싸여 있었다.
"그대들은 현덕의 가족인가?"
여포가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모두들 겁에 질려 아무 대답도 못한다.
"하하하하...."
여포는 큰소리로 웃고 나서,
"그대들은 안심하시오. 나는 그대들과 같은 부녀자와 어린이를 함부로 죽이는 무자비한 사람은 아니오. 그러나 그대들의 부하는 주인의 가족조차 구하지 아니하고 도망을 쳤으니, 무슨 면목으로 현덕을 만날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이오."
여포는 사뭇 거만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난뒤, 부장을 불러다가 이렇게 명령하였다.
"병사 백 명을 데려다가 현덕의 노모와 처자를 보호하도록 하라.아무도 함부로 이 집에 드나들게 해서는 안 된다."
현덕의 노모와 부인들은 마치 여포의 말을 못 들은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안심하시오. 이만 했으면 안심이 되겠죠?"
여포는 생색을 내느라고 거듭 말했지만, 노모와 부인들은 바위처럼 덤덤히 앉은 채 얼굴조차 수그리지 않았다.
기쁘다거나 고맙다는 표현보다는 원한에 사무친 시선으로 여포를 노려 보기만 할 뿐이었다.
한편, 유비는 서주에서 이런 변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적장 기령과 싸우다가, 그날은 우이에 진을 치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조운(趙雲 :조자룡)이 진지의 경계병으로 부터 진지 외곽의 수상한 움직임의 보고를 받고, 부하들 몇을 거느리고 현장으로 말을 타고 달려나갔다.
그곳에는 남루한 차림의 거대한 사나이 하나가 감히 이쪽을 쳐다보지도 못한채 웅크리고 있었다.
조자룡이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
"거기 누구냐?
그 사내는 자룡이 두,세번을 불러서야 간신히 고개를 돌렸는데,
"키~잉! 킹!... 아,흐흑...꺼이 꺼이~..."
세상이 모두 망한 듯이 서럽게 울면서 돌아보는 사내는 다름 아닌 장비가 아닌가?
깜짝 놀란 자룡이 물었다.
"장군님! 어찌된 일입니까?"
...
"아,흐흑...키~잉! 킹!...끄이 끄이 ~..."
조자룡의 손에 이끌려 유비와 관우앞에 엎드린 장비는 계속 울어댔다.
한참을 듣다 못한 유비가 한숨이 섞인 낙담한 어조로 말한다.
"이제 그만 하게. 서주는 처음부터 우리 것도 아니었지만, 이제와 잃었다고 크게 슬퍼할 일도 아니지...그러고 보면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겠지."
그러자 관우가 장비를 향하여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장비! 형수님들과 조카들은? 그리고 어머님은?"
장비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간신이 대답한다.
"성안에 계십니다...."
그러자 관우가,
"떠나기 전에 그리도 당부를 했건만 어찌 그리 경솔했던 것이냐! 성을 잃은 것은 그렇다쳐도, 어머님을 비롯하여 형수님들과 조카들을 적들에게 넘겨주다니, 도대체 무슨 낯으로 여길 온거냐?"
하고 힐난의 말을 하였다.
그러자 장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룡의 칼을 뽑아 자기 목으로 가져간다.
"으이,이~ 이 못난 놈, 아예 죽어버릴래요!..."
그러자 유비와 관우가 달려들어, 장비의 손에서 황급히 칼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지며 유비가 소리쳤다.
"셋째! 우리가 도원에서 결의할 때, 비록 한날 한시에 태어나진 않았어도, 한날 한시에 같이 죽기를 원한다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또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한다면 그땐 이 형도 함께 죽을 것이야!"
"예엣? 형님!... 으흐흐흑."
장비는 유비를 붙잡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과 큰 형의 고마운 대답에 감동하여 펑펑 울었다.
그때 수하 장수 하나가 군막으로 뛰어들며 아뢴다.
"주공! 원술의 대장 기령이 십오 만 병력을 이끌고 십 리밖까지 접근했습니다!"
그러자 유비가 뒷짐을 지고 하늘을 올려다 보며 독백 하듯이 말했다.
"으음!.... 앞에는 원술 대군이, 뒤에는 배신자 여포라....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로군. 진정 하늘이 나를 버리려는가 ...? "
그 말을 듣고 관우가 담담한 어조로 유비에게 말한다.
"형님, 기령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유비가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자네가 용맹하다 하나, 이미 서주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영내에 퍼졌을 것이니,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닐걸세. 그렇다면 처음부터 싸움에서 승기(勝氣)을 잃게 되니, 어려운 일이 될 걸세."
자룡이 묻는다.
"그럼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서주로 간다."
"예엣?"
유비의 대답에 묻던 자룡도 놀라고, 관우는 물론이고 울던 장비도 놀랐다.
관우가 유비에게 다시 물었다.
"서주가 이미 여포의 수중에 들어갔는데, 가신들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유비는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담담한 어조로,
"서주로 돌아갈 생각은 없네, 그럴순 없지. 하지만 내가 여포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오히려 잘못은 여포에게 있다고 할 것이니 분명 내 목을 원하지는 않을걸세. 서주로 가서 여포와 상의해 보겠네.
그래서 서주를 여포에게 주고 우리는 소패에 머무르면 되지, 소패는 과거에 도겸이 우리에게 빌려주었던 곳이고, 여포에게 내 준 것이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하는거야.
그렇게 우리가 소패에 머무르게 되면 여포에게도 이득이 되고 조조와 원술에게 맞설 수도 있지. 그러니 여포가 그렇게 인색하게 나오지는 않을걸세."
관우는 유비의 말이 끝나자.
"형님, 형님은 너무 선하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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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 유비....
도대체 뭐하시고 계시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