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나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싫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난 그때 별 볼일 없는 까까머리에 말라깽이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프로입단을 희망하는 풋내기 축구선수가 어디 나뿐이었겠는가?
수십,수백 명의 학생 중에서 계산 빠른 프로축구단의 감독이나
스태프의 눈에 들려면 뭔가 남들과는 달라도 분명히 달라야 했다.
키가 크거나 체격 조건이 좋거나, 그것도 아니면 공격이건 수비건
여하튼 특별히 잘하는 장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난 그런 조건 중에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외모도 평범하고 성격도 내성적이라
좌중을 휘어잡는 스타성마저 없었으니
그들이 탐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대학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관동대, 동국대할 것 없이 다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명지대학교 김희태 감독님 눈에 들어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까지의 내 인생은 늘 그랬다
남들 눈에 띄지 않으니 '깡다구' 하나로 버티는 것이었고
남이 보든 안 보든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인 줄 알고 살았다.
난 그렇게 보잘것없는 나의 조건을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 정신력 따위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미국 골드컵 때라고 기억된다.
나는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어 시합에 나가지 못해 텅 빈 탈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여야 할 그 중요한 때에
하필이면 부상을 당했나 싶어 애꿎은 다리만 바라보며 맥이 빠져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히딩크 감독님이 통역관을 대동하여 나타났다.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신 감독님은 영어로 뭐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지 몰라 통역관을 바라보았다.
통역관이 하는말...
'박지성씨는 정신력이 훌륭하다네요.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룡한
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네요. 절대 포기하지 말라 하십니다'
그 말은 내 심중을 꿰뚫고 있었다.
정신력,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일지라도 오래전부터 내가 믿어왔던 것은
죽는 한이 있어도 버티겠다는 정신력이었다.
초등학교 땐가 중학교 때 축구부 감독님이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선수들에게
자신이 올 때까지 팔굽혀펴기를 하라고 지시하곤 휑하니 가버린 일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을 때도 나는 감독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며 자정이 넘도록 팔굽혀펴기를 했다.
비록 술에 취해 한 말일지언정 감독님의 지시라 따라야 한다는 고지식한 성격에다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겨 했던 일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나는 평발이다.
한 병원 의사는 내 발을 보고 평발인 선수가 축구를 하는것은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라 말하기도 했다.
난 그렇게 보잘것 없는 나의 조건을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 정신력 따위를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당장에 눈에 보이는 현란한 개인기와 테크닉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여드름투성이 어린 선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정신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해주셨던 것이다.
그 말은 다른 사람이
열 번 스무 번 축구의 천재다, 신동이다 하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내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칭찬만 듣고 자란 사람은 칭찬 한 번 더 듣는다고
황홀감에 젖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 칭찬을 듣는 순간
머리가 쭈뼛 설만큼 나 자신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월드컵 내내 그날 감독님이 던진 칭찬 한마디를 생각하여 경기에 임했다.
내 정신력이면 분명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공을 몰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달렸다.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달갑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감독님이라면 어디선가 또 나를 지켜보며
조용한 눈빛으로 격려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다...
200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이적
PSV 에인트호벤 네덜란드리그 우승
팀 유럽챔피언스 리그 4강 등극
2005년 7월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
' 아버지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유명한 스타가 되는걸 원하지 않아요
10분 뛰는 것에도 만족할 것이고, 그 다음엔 20분, 그 다음엔 전반전만 뛰는
선수라도 만족할 겁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다 보면 언젠가는 저도 반니스텔루이나 웨인 루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뛸 날이 오지 않겠어요?'
박지성은 아시아에서 온 우리팀 티셔츠 판매원 - 영국 축구팬-
박지성은 계속 벤치나 지키고 있을 것이다 - Nems of the world -
유망하지만 돋보이지 않는 아시아의 작은 선수일뿐 -영국 BBC-
모두가 반대한 이적이지만 난 도전한다.
그리고 불가능이란 없다....................
왜냐하면.............
난 투혼으로 무장한 한국의 태극전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이 인정하시기에
하나님 앞에서 한발 한발!! 즐겁게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