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의 고장, 마산에 들어서다(마산 진전 - 마산 합포 28km)
4월 30일, 어느덧 걷기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있지만 힘찬 발걸음으로 아름다운 강산을 순례하는 우리에게는 알차고 보람된 달이다.
오전 8시, 양촌마을 숙소 앞 마당에서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함께 걸은 처제(김혜명)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일행과 헤어지게 된 것이다. 함께 걸은 아쉬움을 달래며 가는 이나 보내는 이들 모두 따뜻한 악수와 포옹으로 재회를 기약하였다. 이틀간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와 진주지방을 안내한 강호갑씨도 서울로 돌아가고.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어 걷기에 좋다고 여겼더니 출발한지 한 시간도 안되어 비가 내린다. 도로변의 정류장에서 잠시 멐춰 준비한 비옷과 우산을 펼쳐들고 다시 걷는다. 비는 오전 내내 쉬지 않고 내린다.
두 시간 쯤 걸으니 율티공단이 나오고 고개를 넘으니 진전면에서 진북면으로 들어서고 진동리해병대전첩비가 서 있다.거기에서조금 내려가니 휴식처가 있다. 10여분 쉬고 다시 한 시간 반가량 결으니 큰 동네가 나오고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예약한 식당에 들어서니 11시 45분, 점심메뉴는 수제비다.
손님들이 계속 밀려들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오후 걷기에 나섰다. 빗발이 약해져서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다시 긴 고갯길, 마산으로 가는 길이 이처럼 여러 고개를 넘는 줄 미처 몰랐다. 고갯길에 오르니 큰 바위들이 널려 있어서'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으니,,'의 노래가사가 떠오르는데 여럿이 넘으니 힘든 줄 모른다.
고개아래로 내려가서 다시 긴 고개를 넘으니 드디어 마산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3.15 기념공원 표지가 보인다. 마산은 1960년, 3.15부정선거에 항거하여 피를 흘린 곳, 1979년에는 부마항쟁의 불씨가 일어난 도시다. 마산수출자유구역으로 한국 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되기도 하였는데 창원시에 통합되었다고 옛 명성이 가려지는 일은 없으리라.
숙소에 가는 길에 항구를 지난다. 큰 모래사장이 있는 곳에 '마산개항 113주년 기념 가고파 축제'가 내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린다는 아취가 크게 세워져 있다. 지나는 길에 가고파라는 이름의 아파트도 보이고 숙소 앞의 여관이름이 가고파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마산을 찾은지 꽤 오랫만이다. 내 고향이 아니라도 누구나 가고 싶은 곳처럼 잘 가꾸어진 도시에 기쁜 마음으로 들어선다.
저녁식사 때 문경에서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5일, 공주에 찾아왔던 모텔사장 구계서씨 부부가 쑥떡과 막걸리를 한아름 안고 먼길을 달려온 것이다. 옛 정을 고스란이 간직한 그 정성과 호의가 고맙다. 이런 분들이 있으니 세상 사는 맛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어두운 밤길, 안전하고 평안히 잘 가시라.
남녁의 산야가 점점 짙푸르다. 내일은 걷기를 쉰다. 역사와 남만이 깃든 마산에서 좋은 날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