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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하_Future Entertainment & Religion.pptx
원기 100. 12. 2. 수요공부방_이도하 교무님
<종교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설 법 : 이도하 교무님
타이핑 : 김지원, 배성해, 윤성권
반갑습니다.
저는 이도하 교무입니다. 저는 교단에서는 처음으로, 외부기관에 직업을 가진 교무입니다.(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대종경 서품에 출가자도 직업을 가지라는 말씀이 나오는데, 제가 첫 번째 사례입니다. 미래 엔터테이먼트(Future Entertainment)와 종교가 오늘 주제입니다.
오늘 세 가지 화두에 대해 말씀드리겠지만, 제가 거기에 대해 답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좋은 질문을 가슴에 품을 수 있으면, 웬만한 답변보다 더 나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강연을 통해 여러분들이 좋은 질문을 마음에 품을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어떤 시대가 오고 있는가”입니다. 대종사께서 시대에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대종사께서 시대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시대가 오고 있는 걸까요?
두 번째, “융합”입니다. 저는 원불교인들이 융합에 대한 DNA 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융합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융합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세 번째, “원불교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수많은 종교들 틈에서 20세기에 왜 새 종교를 만들어야 했느냐. 종교가 권위를 갖지 못하는 시대에 왜 원불교가 탄생해야 했는가 입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세 가지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면 생소하실 수 있겠지만, 엔터테인먼트는 오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문화활동입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면 다 엔터테인먼트 영역 안에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영역이 많이 커졌고, 지금은 제조업보다 규모가 큽니다.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고, 이 엔터테인먼트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하든 즐겁게 하면, 그것에 대해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라는 용어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즐겁게 받아들이면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Information+Entertainment) ”라고 하고, 교육을 즐겁게 하면 에듀테인먼트라고 하죠. 저는 라이프테인먼트라는 용어를 즐겁게 쓰는데, 삶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 외에도 예술과 결합하는 엔터테인먼트, 종교와 결합한 엔터테인먼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종교와 엔터테인먼트는 거리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종교는 엄숙하고 진지해 보이는 반면, 엔터테인먼트는 밝고 즐겁게 현재의 삶을 즐기고, 오락을 즐기는 것이고, 가벼워 보입니다. 종교는 본질을 추구하고 무거워 보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엔터테인먼트가 점점 종교의 영역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보시겠습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학생들이 엔터테인먼트 전시회에서 선(禪) 체험 부스를 선보였습니다.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종교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기어라는 제품을 착용하고 20분동안 명상을 체험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에 20분 명상체험 그래프를 출력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이 그래프를 잘 해독은 못하지만 여러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양인들에게 이러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무작정 좌선과 명상을 하라고 할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서양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 젊은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위 그림은 일본 Sony에서 만든 닌텐도라는 게임기입니다. 특히 wii-fit라는 제품은 요가, 스포츠, 밸런스 운동을 할 수 있고, 밸런스 운동 중 마지막이 좌선입니다. 아이가 제품 위에서 좌선을 하고 있습니다. 좌선상태에 따라 초보자인지, 숙련자인지 알려줍니다. 좌선하는 동안 몸 중심이 잘 잡혀 있으면 숙련자이고, 몸이 흔들리면 초보자입니다. 게임기로 좌선을 하는 것이지요. 2008년도에 이 제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미국 사람들이 이것에 얼마나 열광하는지를 보았습니다.
2010년도에 MS에서 키넥트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의 모토는 당신이 컨트롤 하라는 것이죠. 키넥트 센서가 몸의 모든 움직임을 받아들여 캐릭터로 움직입니다. 몸이 게임기로 들어간 셈입니다. 앞으로는 마음도 들어갈 것입니다.
저는 원기 100년이라는 시간이 변곡점이라고 느껴집니다. 100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특별한 감정을 갖게 합니다.
이것은 로봇 개입니다. 이게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원래 로봇은 균형에 매우 취약한데, 이 로봇개는 사람이 걷어차도 비틀거릴 뿐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하더라고요. “로봇개를 저렇게 발로 차도 되겠는가?”하는 식으로요. 이것은 더 이상 로봇이 아니라 생명체와 같이 느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정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다음은 “스마트 건강도시”프로젝트입니다. 학부모에게 학생의 식단과 건강에 대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인성검사입니다. 우울증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있는 학교 학생들에게 실험을 해보니 약 70% 정도가 위험군으로 나옵니다. 예술의 창의력인 게 보통 범주를 넘는 생각이다 보니 위험군의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모바일로 자신의 상태를 보고 대처할 수 있겠죠.
앞으로의 시대를 어떻게 부를 수 있을까요? 얼마전까지는 유비쿼터스의 시대라 불렀습니다. 유비쿼터스는 ‘무소부재’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종교적인 용어거든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장치로도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 모바일이 유비쿼터스의 전형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유비쿼터스 시대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IoT(사물인터넷) 시대라고 합니다. 그럼 유비쿼터스와 사물인터넷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물인터넷은 무엇이든 디지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탁자도, 책상도, 의자도 컵도 디지털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앉아 있는 책상에 내 건강 상태를 측정해서, 온도를 다르게 만들 수 있겠지요. 사물들끼리 소통하고 주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주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관찰하고 대화하는 것이지요. 마치 하인과 같죠. 유비쿼터스와 차이는 사물 인터넷은 스스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특별히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작동하는 게 사물인터넷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하죠. 다른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다던가, 오작동 될 수 있지요.
우리나라가 사물 인터넷에서 많이 앞서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빌게이츠는 유비쿼터스의 영역에서 한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인터넷의 영역에서 한국이 대단한 나라이지요. 잠재력이 있다는 거죠.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20-30년 후의 시대에는 맞춤 아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DNA를 조작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에 따라 피부색, 키 등 약 70가지 요인들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내 생각을 다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일지, 텍스트일지 어떤 방식의 기록일지는 모르지만 이제 비밀이 없는 시대가 오는 거죠. 선을 통해 완전히 비우지 않는다면 다 생각이 탐지되겠죠.
수명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중국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인이 3억을 들여 50년간 냉동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미래에 깨어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렇게 선택한거죠.
그리고 3D 프린터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도 멀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3D 프린터로 집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끔찍한 이야기 일 수 있는데, 로봇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이 발달되면 로봇이 스스로 로봇을 만들면서 인간의 손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이 모든 과학기술의 발달을 엔터테인먼트라 말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이런 물질개벽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대종사님께서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물질이 변하는 시기를 뼈저리게 느끼며 변곡점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미래 엔터테인먼트가 어떻게 될 것인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미래 엔터테이먼트의 영역확장
심신몰입 엔터테인먼트 – 몸과 마음이 소스로 활용 측정기반 엔터테인먼트 – DATA가 바꿔놓을 세계 오감확장 엔터테인먼트 – 가상과 현실의 조합 (VR AR MR) 초능력 엔터테인먼트 – 투시, 독심, 축지, 로봇, DNA 전일상 엔터테인먼트 – 일상과 비일상의 균형 |
심신몰입 엔터테인먼트는 몸과 마음이 소스로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만든 놀이기구 중에 토끼머리 모자가 있습니다. 기분 좋은 뇌파가 흐르면 토끼 귀가 일어나는 것과 같이 뇌파에 반응합니다. 뇌파에 반응하는 장난감입니다. 마음이 소스로 활용되는 시대가 된 것이죠.(뇌파를 마음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예전에는 뇌파를 읽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뇌파를 조절하고 훈련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측정기반 엔터테인먼트는 DATA에 대한 것입니다. 데이터입니다. 빅 데이터가 무서운 것이죠. 데이터가 가장 많이 흘러나오는 곳이 한국이랍니다.
오감확장 엔터테인먼트는 가상과 현실의 조합에 대한 것입니다. 유식학에서 전5식이 있잖아요. 가상의 색성향미촉을 통해 안이비설신을 자극하는 것이 가상현실(VR)입니다. 이것이 현실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증강현실(AR)입니다. VR을 써서 여러분들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어떤 것을 체험하는 것이 가상현실이고, 여러분이 보이는 상태로 어떤 것을 더 체험한다면 그것이 증강현실입니다.
MR은 VR과 AR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초능력 엔터테인먼트는 초능력이 구현되는 것이죠. 우리가 초능력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엔터테인먼트로 구현되는 것입니다. 저 벽을 뚫어서 투사하는 것이죠. 실은 아주 간단한 현대기술로도 가능합니다. 밖에 카메라를 붙이고 제 쪽에 모니터를 붙이면 다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 헬기나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게 투시이지요. 독심은 뇌 로그를 보는 식으로 가능합니다. 축지도 로봇 등을 통해 상당히 구현이 되었죠. 기술이 이런 식으로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고 있죠.
제가 생각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는 전(全)일상입니다. 이건 제가 쓰는 용어인데, 엔터테인먼트가 일상에서 다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금은 엔터테인먼트가 비일상입니다. 영화를 본다든가 모바일을 보는 것이 일상은 아니죠. 일상과 격리되어 있죠. 하지만 앞으로는 일상의 콘텐츠가 지배적이게 될 것입니다. 비일상 콘텐츠는 사실 제한적입니다. 오락과 정보 제공에 그치죠. 하지만 일상 엔터테인먼트는 삶을 바꿀 것입니다.
삶의 패턴도 재택근무 등으로 보편화 될 것입니다. 요즘 유연근무제라고 해서 대기업에서는 근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있습니다. 업무의 내용만 주고 어디서 일하든 관계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집에서도 일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면 “도대체 왜 그런 걸 만들고 있지?”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에게 도움도 안될텐데” 라고 말하고 싶으신가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흘러 갑니다. 그래서 대종사님께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하신 겁니다. 저는 이 말씀이 구원처럼 들리는데, 저를 포함한 원불교인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질이 개벽되고 있으니 정신을 개벽하여 물질을 항복 받아야겠다”라고 생각하시는데, 물질 개벽을 모르면 정신을 개벽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질 개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을 잘 활용하고 선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과제들은 거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고, 물질개벽도 중요한 과제라 보고 있습니다. 어떤 시대가 올까요? 즉, ‘물질개벽의 시대’입니다. 물질개벽을 이해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두 번째 화두는 <융합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대종사님은 과거의 성자들과 달리 현실적이고, 대중적인 종교를 만드셨습니다. 현실에서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여러 일화도 있습니다.
통합 : 물리적 결합 A+B=A+B 융합 : 화학적 결합 A+B=C 통섭 : 생물학적 결합 A+B=A+B+C |
지금이 융합의 시대라고 하는데, 얼마전만해도 통섭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정권에 따라 용어도 달라지는 것 같은데, 요즘은 통섭보다는 융복합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고 있습니다.
통합은 물리적 결합이라고 합니다. 이질적인 것을 붙여놓은 것에 불과하고 어떠한 화학적 결합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융합이라는 것은 핵융합과 같이 A와 B가 만나 원래의 속성을 잃어버리고 C라는 새로운 물질로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화학적 결합이라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통섭은 그것과 다른 생물학적 결합입니다. A와 B의 부모아래 A, B가 남아있고 새로 C가 태어나서 ABC 라는 것이 태어난 것이죠.
원불교의 교리를 보면 융합이 아닌 게 없고 조화나 균형이 아닌 게 없습니다. 신왕과 수행이 그렇고, 사실 일원상 그 자체부터 그렇죠. 제가 교전 안에서 융합과 관련된 말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보았습니다.
병진(96건) : 함께 앞으로 나아감 ∥ 삼학, 자타력 병진 쌍전(41건) : 모두 완전함 ∥ 영육 쌍전 일여(38건) : 완전히 하나가 되어 나눌 수 없음 ∥ 동정 일여 병행(30건) :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한꺼번에 행함 ∥ 이사 병행 겸전(23건) : 완전하게 모두 갖춤 ∥내외겸전 통합(22건) : 둘 이상을 하나로 모아 합침 ∥ 모든 교리를 통합활용 병용(1건) : 한결같이 포용함 ∥ 청탁 병용하시는 포용 통섭(1건) : 서로 다른 것을 한대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 ∥ 종교 진리 통섭 융합(1건) : 서로 섞이거나 조화되어 하나로 합쳐지다 ∥ 원중 융합
활용(136건) : 이리저리 잘 어울림 ∥ 실생활에 활용, 불법 활용 운용(30건) : 쓰임새에 따라 부리어 씀 ∥ 육근 운용 선용(11건) : 알맞게 쓰거나 좋은 일에 씀 ∥ 물질(과학)문명 선용 |
병진, 영 등 조금씩 용어는 다르지만 계속 나오죠. 이런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을 말하는 교리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불교인들에게는 융합의 DNA가 있다” 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융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전자를 획득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불교인들이 종교 연합에서 특정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도 융합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어떨 때 일여를 적용할 것인지, 어떤 때 병진하고, 어떤 때 쌍전해야하는지 디테일을 살릴 수 있으면, 앞으로의 시대에 원불교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최재천 교수님이 구분하셨던 것과는 다른 측면이고, 일원상이라는 본래의 속성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원불교 교전에 또 많이 쓰인 단어가, 활용 운용 선용입니다. 원불교는 특징이 뭔가 하고 생각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지요. 융합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종사님께서는 계문 안에 담지 못할 사람을 제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을 이걸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되겠죠.
원불교가 신앙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불교 신앙은 기독교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수행 안에 신앙이 있습니다. 신앙과 수행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삼학 안에 사은이 있고, 사은 안에 삼학이 있습니다.
정전 수행편에 나오는 구조입니다.
결국 원불교 공부법은 앎과 실천이라는 구조이고, 원불교 교리의 귀결은 무아봉공입니다.
융합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서두에 꺼냈는데, 원불교인이라는 것은 이미 이런 DNA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융합이라는 것은 어떤 트렌드가 아닙니다. 원래 융합이었던 것이, 서구 학문에서 나누어졌지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누어졌던 것이고, 이제 다시 합쳐진 것입니다. 그것의 가장 구체적이고 핵심적 실천방안은 교리에 다 나와있습니다.
[2부]
제가 내년에 중국에 가서 하고 싶을 일 중 하나가 한중 공동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제목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문명의 설계자들’입니다. 대종사님은 문명을 설계하신 분이지요. 또 그 자신이 설계하신 문명안에서 실천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중국이 상당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요.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문명으로 21세기를 만들어야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우리 백년성업 기원문에 보면 ‘문명의 원천이 되고, 문명 건설의 중심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구호인데, 중국에서는 이게 업무입니다. 문명을 끌어갈 것인가가 일상 업무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바로 옆에서 문명의 중심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는데 원불교도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질개벽 정신개벽’ ‘융합의 DNA’ ‘누구나 할 수 있음’의 등의 교리와 경륜으로요. 앞으로의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게 유학이 될수 있고, 마오 사상이 될 수도 있고, 신좌파 사상, 시장자유주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상적인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불교가 할 말이 있어야 합니다. 종교를 넘어선 종교로써 말입니다.
중국이 종교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종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렵지만, 문화적으로, 사상으로 원불교가 논쟁의 장에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가 ‘문명의 설계자들’이라는 한중 공동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춘추전국 시대 등 중국에서 문명을 설계했던 사람들, 한국에서 문명을 설계했던 사람들, 현대의 지식인들과 함께, 앞으로의 문명을 어떻게 끌어가야하는가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제가 이런 것을 구상하면서, 원불교의 100년 역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원불교가 영광이라는 궁촌벽지에서 태어나 100년의 역사를 맞지 않았습니까. 이 100년의 역사를 보면, 인류 역사의 모순이 응집돼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테크노피아, 또는 자본주의에 의한 낙원들을 꿈꾸면서 20세기가 시작이 되었죠. 자동차가 대량생산되고 비행기가 날던 세상입니다. 그래서 정말 살만한 세상이 오겠다. 싶은데 비행기가 폭격기로 바뀌고 자동차가 군수물자를 나르며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이 변질되었지요. 지금 교황이 세계 제3차대전을 언급할만큼 아직 20세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테러가 일어나고 있지요. 20세기가 여전히 재생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20세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서양의 기본적인 과학의 기초와, 일원상을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일원상이라는 것이 보여주는 본질적인 요소와 과학이 어떻게 만났는가를 비교하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만들 무렵에 원불교가 태어났거든요.
프로이드가 1905년에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원후 1-4세기에 유식학이 보여준 성취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원불교가 가지고 있는 마음공부가 20세기 프로이트, 융, 라캉, 켄 윌버 등의 심리학 이론이 있는데 원불교와 어떻게 만나는지도 보고 싶습니다.
20세기는 테크노피아가 아니라 전쟁의 세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무장단체 IS가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상황 속에서 원불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은혜라는 것이 개인이 느끼는 은혜에 머무르면 안되고, 마음공부 또한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를 모두 통과하는 마음공부가 필요한데 아직은 그런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대공황 이전에 미국은 극단적인 풍요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1929년 대공황으로 자본주의의 결함이 드러나죠. 사요라는 게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고민과 논쟁이 필요합니다. 저는 20세기 역사를 돌아 볼 때, 일원상의 사은사요와 삼학팔조가 20세기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기 100년에 원불교는, 원불교 교도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마음공부는 지속성과 상승작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시와 상시가 만나서 계속 끊임없이 이어지며 정기가 상시에 도움이 되고 상시가 정기에 도움을 주는 연관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기론이지요. 제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비현실의 가능성을 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재미있게 일상과 비일상, 정기와 상시를 연결하는 콘텐츠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도구를 통해서, 마음공부의 지속성과 상승작용을 만들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무아봉공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를 눌러서 봉공하는 것이 아니라, 무아 이기 때문에 봉공 하는 것입니다. 우주와 떼어 놓은 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은의 공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좌선을 할 때 가장 좋은 기분이 공물감입니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으로 확장되고, 자연과 합일할 때 느껴집니다. 무아라고 해도 좋고, 전아라고 해도 좋습니다.
세포 하나하나는 모두 역사를 가지고 있고, 우리 모두다 그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여러분은 모두 동갑입니다. 공물감을 명확히 알아서 빌 공자가 공변될 공으로 느껴지는 것이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무아임을 전아임을 깨닫게 되면,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공(空) = 공(公) = 공(共)
최근 동국대 사찰최고위 과정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놀랬습니다.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왈 “원불교가 예전엔 불교 내부에서 활동했는데 지금 독자적으로 나가있는 게 아쉽다. 불교로 돌아와서 불교를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고 하시더라구요. 또 다른 분은 “저는 조계종이 아니라 원불종이었으면 좋겠다. 원불교가 불교를 인수해달라” 고 과격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다들 불교도이고 저만 원불교인이라 민망했습니다.
물론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이 다르지요. 안에서 보면 많은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불교는 원불교가 갖고 있는 힘이 있습니다. 교세가 약하다는 말은 변명입니다. 우리가 어떤 자세로 새로운 문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실천하는가가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질의응답]
Q.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사회의 약자들이 도움을 받고 있는 예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사례는 많아졌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상현실이 좀 다르긴 합니다만, 가상현실이 어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가상의 택시를 태우고 고향에 가는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상당한 치유적 기능을 제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Q. 인간 근로자가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요즘의 어려운 상황에서, 인간이 기계와는 다른 점은 무엇일는지요. 인간은 기계와 다른 어떤 점에 대해 노력해야 하겠는지요
A. 인간의 어떤 부분이 고유성이냐 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종교가 미래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로봇이 만연화되면 아마 그에 대한 피로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명상의 대가가 기계화된 문명에서 고통받는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이런 치유는 종교를 통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일 것입니다.
취업전문가가 한 이야기가 하는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일거리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의사 등 우리가 구획해놓은 기존의 직업군들은 상당히 사라지지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거리들이 늘어난다는 거죠.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고, 저도 좀 더 고민해 볼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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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참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