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호두 1쌍의 감정가가 1억 원이라 하여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전남 장흥군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호도박물관에 진열된 7각 호두가 그것이었다. 호두나무는 경기 이남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실수다. 요즘은 기후 온난화 때문에 강원 중북부 지역에서도 더러 보인다. 호두는 기본적으로 자양강장 효과가 있으며 혈당 및 콜레스테롤 조절, 항암, 소염, 치매 예방 등에도 효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일정량의 견과류를 섭취하도록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호두나무는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같은 집안이면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나무가 있다. 가래나무과 가래나무속 잎지는넓은잎큰키나무인 흑호두나무가 그것이다. 흑호두나무는 높이가 20~30m에 달하며 흉고직경도 대개 1m를 넘는다. 나무껍질은 흑갈색 또는 회색이 도는 검은색으로 줄기에 세로로 골이 깊게 파 있다.
짧은 잎자루 끝에 달리는 잎은 30~60cm가량의 홀수깃모양겹잎으로 갈래잎은 15~23장에 달한다. 갈래잎은 중심부로 갈수록 크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고 잎 뒷면 주맥이 돌출되었다. 꽃은 암수딴꽃으로 한 나무에서 따로 핀다. 열매는 둥글며 황록색 털이 있는 목질의 껍질에 둘러싸인 견과로 2~3개씩 달린다. 열매 크기는 일반 호두보다 훨씬 큰 편이다. 견과 속에는 달콤한 데다 기름기가 많은 씨가 들어 있다. 열매 껍질은 염료재로도 이용된다지만 독성이 있어 옻을 탈 수도 있다고 한다. 흑호두나무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결이 고와 고급 가구재나 총 개머리판을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한다. 이 나무는 비교적 성장이 느린 편이며 250년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일부 육종가들이 미국에서 여러 품종을 도입하여 몇몇 품종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글/사진 : 정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