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려서인지 경험이 모자라서 인지 제가 쓰고 싶은 담담하고 절제된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네요ㅠㅠ
휴,
제가 여기에 무슨무슨 음악 들어보세요- 해도 다 안 들어보시죠?
“왜곡, 축소, 확대, 변색, 변질.”
“.........”
“그리고 또 하나의 변수.”
“.........”
“여자의 질투.”
“........”
“알겠어? 왜 말을 함부로 전하면 안 되는지?”
“........”
“의도한 게 아니라면 그냥 모른 체 하는 게 좋아.”
“........”
“하지만 헛소문 내는 데 써먹을 거라면.......”
“.........”
“그것만큼 좋은 게 없지이.......... understand?”
다 늘어난 러닝셔츠- 일명 난닝구 또는 메리야스-와 헐렁한 트레이닝 수트를 바지로 입고 머리에는 까치집을 얹은 채로 한쪽 입 꼬리를 씨익 올려 웃으며 그가 말했다. 그런 그는 언뜻 비열해보일 법도 했으나, 차림새 때문인지 능글맞아 보였다. 얼레? 설탕이 없네? 하고는 뚜껑도 닫지 않고 설탕이 담겨있었던 통을 내팽개친 그는 위쪽 찬장부터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네 번째로 손잡이를 당긴 오른쪽에서 두 번째 찬장에서 무시무시한 설탕 봉지를, 아니 설탕 부대를 꺼냈다. 노끈 따위로 엉성하게 묶여진 매듭을 풀면서 바퀴벌레 없어라....... 하고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소망을 말한 그는 그 속을 뒤적거려 세제를 푸는 스푼을 꺼냈다.
“지금 그걸로 설탕을 푸겠다는 거예요?”
“응. 당연하지. 그럼 설탕 꺼내서 설탕 안 푸고, 소금 풀까봐?”
“그 세제 스푼으로?”
“걱정 마. 깨끗이 씻었으니까.”
누가 지금 당신 합성세제 먹고 죽을까봐 그러나, 그 전에 당뇨로 죽겠네.
“그걸로 설탕을 푸면 커피는 어디다 마셔요? 세숫대야? 세탁기?”
“No no, 걱정 마. 블렌드 채로 마실 거야.”
“뭐? 커피 메이커 채로?”
세상에 이렇게 야만적인 음용방식이 있었다니. 한 통에 천불이 넘는 비싼 외제 커피를 커피 메이커 채로 마신단다. 말뿐이 아니라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메이커를 입 언저리에 가져다 대고 후후 불었다. 어이가 없어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
“뻥이야.”
“.......”
“근데 그렇게 보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아니라고 말해.”
“.......”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잖아.”
“하.......”
그는 반대편 찬장에서 텀블러를 꺼냈다. 근데 또 이 텀블러도 그를 닮아서인지 일반 사이즈에 네 배는 되었다. 아니 뭐 이런 게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큰 그 텀블러는 큰 우유도 거뜬히 들어갈 정도였다. 두꺼운 투명 플라스틱 속에 흰 종이 위에 빨간 고딕 글씨체로 [SUPER SIZE COFFEE]라고 써있었다. 그는 커피 메이커에 담긴 커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텀블러 속에 담았다. 넘치기 직전 까지 찬 커피를 불지도 않고 훅 들여 마셨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가볼까.”
“..........”
“그 전에 하나 확실히 해줘.”
“.........”
“당신이 바라는 건 뭐지?
“........”
그는 말을 느릿느릿하게 끄는 특징이 있었다. 그 덕에 나는 에어컨도 없는 이 집에서 숨이 다 찰 정도였다. 다시 한번 크기만큼 무거워서 그의 구릿빛 팔뚝에 힘줄을 세우는 커피를 마시며 그가 물었다. 큰 눈을 천천히 깜빡이면서.
“그의 파멸이야 그녀의 몰락이야?”
“그의 몰락이요.”
“........”
“그가 무너지고 비참해 지는 꼴을 보고 싶지만, 결코 완전히 부서지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나는 그렇게까지 모진 사람이 아녜요.”
“........”
“그 사람이 모든 걸 읽게 해줘요. 자기 자신만 빼고.”
“.........흐응........”
야릇한 콧소리를 낸 그는 뒤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설탕 포대를 찾아 한 스푼을 가득 담아 넣고, 또 반 스푼을 넣었다. 설탕소태다. 저러다가 뜨거운 커피의 용해도를 넘어가는 거 아닌지 몰라. 그리고는 또다시 찬장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그의 집에 있는 가장 제대로 됐을 법한, 즉 일반 사이즈의 자그마한 머그잔을 꺼냈다.
“텀블러....... 무거운가 봐요.......?”
“.......”
나름대로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본 건데. 무신경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아주 조금씩 김이 걷히기 시작하는 커피를 머그잔에 덜었다. 따르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기울어진 텀블러는 얼마나 확 세웠는지 그의 반대편 손등으로 커피 몇 방울이 튀었다.
“앗 뜨거”
“괜찮아요? 그렇게 확 세우니까 그렇지.”
“안 그러면 컵 타고 흐르잖아 커피가.”
양 손엔 머그와 텀블러를 들고 있어서 커피가 튄 손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그를 위해 나는 가방을 뒤적거려 물 티슈를 꺼냈다. 손수 그의 손을 닦아 주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내 앞에 뜨거운 열기와 함께 머그잔이 들이밀어 져 있었다.
“........”
“.........”
“뭐예요.......”
“........마시라고.”
“싫어요........ 이거 설탕 범벅이잖아요.”
“마셔여 마셔여 마셔여 나 손까지 데였는데.”
“에.........?”
“마셔여 마셔여 안 그럼 큰 잔 줄꺼예여”
“풋........하하.........”
“어, 진짠데. 빨랑 마셔여 마셔여 마셔여 마셔여 마셔어!”
“아하하하........”
키도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크고 덩치도 내 두 배는 될 법한 단단한 남자가 갑자기 일곱 살 먹은 철없는 사내애처럼 입까지 뽈록 해져 우기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그가 너무 귀여워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하하하 웃는 걸 보니까 갑자기 그가 미소를 씩 지으며 능글맞은 그 눈빛으로 말했다.
“여기 와서 한번도 안 웃길래,”
“으흠.”
“웃으라고 땡깡 한 번 피워봤어.”
“..........”
“마셔. 빨리.”
“..........”
그에게서 잔을 받아드는 데, 갑자기 손에 힘이 쫙 풀리더니 그만 컵을 놓치고 말았다. 덕분에 더 더러워질 곳도 없는 그의 집에 검은 얼룩하나가 추가되었다. 아, 미안해요. 정작 말은 했지만 어찌나 정신이 빠졌던 지 스타킹에 뜨거운 커피가 스며드는 것도 모르고 그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빨려들어 가는 것처럼 그를 바라봤다. 그가 어쩐지 천진한 목소리로 뜨겁겠네, 하며 식탁 의자에 걸려있던 자기의 남방을 가져가는 뒷모습을, 나는 눈으로 하나하나 사진을 찍었다.
이 더운 여름, 전 남자에 대한 복수를 의뢰하려 누군가를 찾았던 나는, 넓지만 매우 더러운 집에서, 연예인 뺨칠 만큼 몸이 좋지만 당분 섭취 과다로 인한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할 것 같은 남자를, 그러니까, 내게 큰 텀블러에서 작은 머그잔으로 내게 커피를 덜어 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첫댓글 믿어지지 않은데... 이글을 정녕 중학생이 썼다는 말인가. 초고가 아니라면 퇴고를 몇 번 했다면 문장을 조금만 더 쉽게 전달할려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면 미래가 대단히 기대되는걸... 베리 굿 ~ ^^*
적절한 대사 처리가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주는데... 음.
저런 남자 매력있죠. 키키.
저도 믿어지지 않네요. 중학생이 이정도까지 쓸 수 있다는걸요.(어린분들을 무시하는건 아니예요.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 마타리님, 외고 입시준비로 바쁘셔도 글은 계속 써 주시길 부탁드려요. 나중에 마타리님이 스토리를 차분하게 전개하는 장편소설(인터넷에 올리는것 말고 진짜로 원고지 700장 이상의 장편)을 쓰신다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일본의 80년대생 작가군(와타야리사, 시라이와 겐, 아오야마나나에,야마자키나오코라, 이쿠타사요,하다게이스케 등등..)을 뛰어넘는 한국의 젊은작가가 탄생할수도!!
과찬이세요ㅠㅠ 부족한 글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