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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04
1. 존경각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
선준 서가에 책을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그 앞에 서는 발.
선준 보면 윤희다.
선준 의아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다른 책을 뒤적이며---
윤희 : 그 약조, 유효합니까?
선준 : (책을 뒤적이던 손 멈칫한다.. 윤희 돌아보진 않은 채다)
윤희 : (...어려운 .. 말이지만.. 결심한 듯) 내게 빚진 신방례 소원
선준 : (천천히 윤희 돌아본다)
윤희 : 무엇이든 들어 준다-- 약조 하지 않았소.
선준 : (보다가) 내가 한 약조는 지키리다. 무엇이든.
윤희 : --- 서재로 가 주겠소?
단호한 표정의 윤희, 그런 윤희가 뜻밖인 선준.
마주 선 선준과 윤희.
2. 용하방 (아침)
궤에서 술병 하나, 육포, 한과 등을 꺼내는 재신.
그런 재신의 이마에 손을 대는 용하.
용하 : 자네 어디 아픈가--?
재신 : (별.. 용하 손 치우는데)
용하 :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법이 어딨나? 노론이라면 치를 떠는 걸오 문재신이..
그것두 노론 영수의 아들 이선준과 한이불 아래 뜨거운 밤을 보냈다는게.. 말이 되나, 말이?
재신 : (용하 보다가 술병 들이키는데)
용하 : (술병 잡고, 진지해진) 왜지? 왜 이선준만 무사통관가?
재신 : (술병 당기며) 통과는 무슨!!
용하 : (보면)
재신 : 두고 보는 거다. 그 노론자식, 한방에서 -- 얼마나 더, 날 버텨낼 수 있는지.. 두고 보는 거라구.
술병을 들이키는 재신.
3. 존경각 (아침)
마주 선 윤희와 선준의 팽팽한 시선.
윤희 : 약조는 지켜줄 것으로 믿소. 이선준 상유, 서재로 가 주시오.
선준 : (윤희 보다가) 그 얘기라면-- 이미 끝내지 않았소--
윤희 : 끝이 안 날 것 같아 하는 말이오. 그쪽이 서재로 옮겨가기 전까지는.
선준 : (본다)
윤희 : (선준 보다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오. 장의 하인수.
선준 : --
윤희 : 그 자와 맞서면서까지 그렇게 지켜야할만큼 대단한 원칙이 대체 뭐란 말이오--
선준 : (윤희 물끄러미 보다가)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윤희 : (본다)
선준 : 난 그저 단순하고 명료한 원칙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오. 그것이 잘못이오?
윤희 : --
선준 : 적어도 이 성균관 안에선-- 그 누구도 당색만으로 나뉠 수 없다. 내가... 틀렸소?
윤희 : ---
선준 : 다수라는 이유로,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무조건 저들에게 굴복해야 옳다--, 그리 믿소?
윤희 : (보다가) 장의도 다른 유생들도.. 아무도.. 그쪽 진심 같은건 관심도 없소.
선준 : (단호한) 저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소. 내겐 익숙한 일이니.
윤희 : (선준 본다)
선준 : 내가 궁금한 건-- (윤희 똑바로 보며) 상유 김윤식. 그대 생각이오.
진지한 눈빛으로 윤희를 바라보는 선준.
윤희 차마 답하지 못한다. 그러다 안되겠는지 결심한듯.. 다부지게 말한다.
윤희 : 이 성균관에서 대과급제도 관직도 다 필요없소. 난... 그저 있는 날까지 무사히 잘 버티다 나가는 것만이
내 원칙이고 법도고 소원이오.. 그러니 .. 약조는 지켜줬으면 좋겠소. (일렁인다)
윤희를 주시하는 선준.
윤희, 선준의 시선을 피하듯 몸을 돌려 존경각 밖으로 나간다.
선준 표정 굳어지는데.
그때 서가 한켠에서 책에 가렸던 고개를 빼꼼 내미는 임병춘 설고봉,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4. 장의방 (아침)
임병춘 설고봉, 하인수 앞에서 호들갑이다.
설고봉 : 정말 대애단 하십니다.
임병춘 : 어떻게 김윤식을 미끼로 이선준같은 대어를 낚으셨습니까?
강무 : (하인수 보며) 헌데 오겠습니까- 이선준은 자존심이 있는 놈입니다.
하인수 : 그러니 올게다.. 지가 한 말엔 책임을 진다-- 이선준에게 자존심이란 뭐.. 그런 웃기는 걸테니. (비웃는 하인수)
5. 존경각 (아침)
책을 보려던 선준, 창 쪽을 바라본다. 마음이 복잡한듯 보인다.
6. 존경각 앞 (아침)
무거운 걸음으로 나온 윤희. 마음이 좋지 않다. 존경각을 돌아본다.
그때 들려오는 소리.
복동E : 조보요~! 조보!
윤희 의아한듯 고개 돌려 보면 한손에 조보뭉치를 든 천동과 복동 유생들에게 나눠주며 오고 있다.
천동 : (윤희에게 조보 주며) 간밤에... 홍벽서가 나타났답니다. 글쎄.
윤희 : (...) 홍벽서--?
7. 편전 (낮)
홍벽서를 쫘악 펼치는 손, 용상에 앉아 애체를 끼고 벽서를 읽는 정조.
정조 : 금등지사라--
그리고 그 앞에 이정무 병판 대사성 등 노론과 문근수 등의 소론.
채제공 등 남인 당색별로 선 중신들.
정조 : (홍벽서를 읽는) 선왕의 유지를 훔친 자는 무도한 신하요, 피 묻은 진실을 외면하는 이는 비겁한 군왕이라.
이정무 : --
병판 : ---
정조 : (애체 너머로 노론계를 바라보며) 경들은 혹- (떠보듯) 금등지사를 아시오?
병판 : 저언하!! (뭔가 말하려) 그 무슨(하는데)
이정무 : (자르며) 혈족이신 전하께옵서 모르시는 선대왕 마마의 유지를 어찌 저희와 같은 한낱 신료들이 알겠사옵니까-
채제공 : --
문근수 : --
정조 : --
대사성 : (정조 한번 이정무 한번 눈치 보는데)
이정무 : 받자옵기 민망한 책망은 거두어 주십시오. 전하.
정조 : (응시하다가 서서히 미소 지으며) 이런.. 이런 진실을 외면하는 비겁한 군왕이라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에--, 책망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이정무 : ---
정조 : (짐짓 떠보듯) 홍벽서를 잡아들이세요. 병판.. 그를 잡아들인다면 모든 의혹이 풀리겠지요. (여유롭게) 그렇지 않습니까? 좌상.
이정무 : (담대한 표정)
그런 이정무를 건네다 보는 정조의 속을 알 수 없는 미소.
8. 도성 곳곳 (낮)
- 장터 곳곳에 홍벽서의 용모파기가 나붙는다.
- 주택가 담장에 나붙는 홍벽서의 용모파기.
- 성문 앞, 반촌 앞. 나장들 홍벽서의 용모파기를 들고 검문중이다.
그 한켠에서 관군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던 병판의 매서운 눈매.
병판 : (관군대장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홍벽서를 잡아 들인다. 만일 금상의 장용영 군사에게 홍벽서를 내준다면
네놈 목숨을 내줄 각오도 해야할 것이다.
관군대장 : (얼어붙은) 네 대감.
병판 : 아무래도 놈이 반촌으로 사라진 일이 계속.. 거슬린단 말이야.. 반촌과 성균관에 대한 경계 또한 허술해서는 안 될 것이다.
9. 성균관 일각 (낮)
어느 후미진 일각, 조보를 읽고 있는 윤희. 그 위로
FLASH BACK> 3회 홍벽서와 만나는 윤희, 위기의 순간.
조보를 접는 윤희.
윤희 : 홍벽서란 말이지.
곰곰 생각하는 얼굴의 윤희.
용하E : (불현듯) 맞다! 김윤식-
10. 용하방 (낮)
용하, 덥석 재신의 얼굴과 목을 더듬는다. 큰 일이라도 난듯.
용하 : 자네 괜찮았나?
재신 : (귀찮은듯 보면)
용하 : (딸꾹질 흉내) 간밤에.. (딸꾹) 괜찮았냐구.
재신 : (심드렁) 뭐 잘못 먹었냐?
용하 : 자넨 늘 계집과 함께라면 딸꾹질을 멈추지 않았어. 단 한번도 예외없이!! (믿기지 않는듯 재신 주물럭 주물럭) 헌데 괜찮았어?
재신 : (치대는 용하를 휙 걷어 치우며) 미친 놈. 여기 성균관이다!! 계집이라곤 버선 코빼기도 보기 힘든..
(눈 앞에 들이대며.. 한자 한자 힘주어) 성..균.. 관.
용하, 역시 윤희가 정말 남자인가? 싶어 갸웃 하는데
벌컥벌컥 술병 입에 대는 재신, 용하 그 술병을 잡는다.
용하 : 곧 수업이다.
재신, 보면 지금껏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진지한 용하의 얼굴.
그래도 술병을 들이키려는 재신인데.. 완강하는 용하.
용하 : 잊었어? 이번에도 낙제면.. 그땐 출재야. 그건-- 내가 용납 못해.
재신 : (보면)
용하 : (지지 않는 눈빛으로 쏘아본다)
재신 : (용하 귀에 스윽 다가와 나즉히) 얼굴 풀어라. 안 어울린다.
E종소리
11. 명륜당 (낮)
처마에 달린 풍경 같은 종을 치는 복동이.
복동 : (큰소리) 논어재~!! 논어재
12. 명륜당 일각 (낮)
명륜당으로 걸어가는 유생들. 우탁이 도현이와 신래 유생들.
그때 헐레벌떡 뛰어 와 그 앞에서는 해원.
해원 : (다급히) 구했(냐? 하려다 도현 보고) 소? 다들?
도현 : 뭘 말이냐.
해원 : 족보 말입니다. 족보..
우탁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애체 올리며)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을 일궈온 경주 김씨 가문 38대 손으로---
해원 : 그 족보 말고 (한심한듯 명륜당 가리키며) 오늘 일강 족보 말일세.
도현 : 있을 턱이 있나?
유생들 의아한듯 보면
도현 : 논어재 강사께선 이번에 처음 부임하신 분 아닌가?
해원 : 뭐 더 아는 거 없으시오? 점수가 짜다든가? 출제경향이라든가--
도현 : 글쎄.. 아마 홍문관 수찬 자리에서 (손으로 목 긋는) 됐다지?
유생들 : (다들 놀란) 왜~!
도현 : 부정부패라든가-- 뇌물수수라던가- 암튼 (손가락으로 돈) 엄청 밝혔다든데?
우탁 해원과 유생들.. 헉!!
13. 정록청 (낮)
한손에 턱턱턱 자료들을 올리고 있는 유창익, 그때 달랑 달항아리 들고 일어나는 정약용.
유창익 : 지금 뭐하는 겝니까?
정약용 : 아, 못 들으셨습니까? (싱글싱글) 수업종이 쳤습니다. 유박사님.
유창익 : 헌데 교안은 어딜 가고 그딴 요강 단질 들고 나서냐 이 말입니다.
정약용 : (항아리 들고 웃으며) 제 교안입니다.
유창익 기막힌데 정약용, 항아리를 정말 예쁜듯 쓰다듬는다.
14. 명륜당 앞 (낮)
책을 끼고 걸어가는 윤희. 그 앞에 늦은듯 달려 들어가는 유생들.
윤희도 달려가기 시작한다.
한켠에서 비질하는 함춘호 그런 유생들 귀여운듯 본다..
문 앞에서 멈춰선 윤희, 의관 정제히 하고 심호흡.. 결심한듯 문고리 잡아 열려는데
함춘호 : (비질하던 빗자루 떨어 뜨리며) 에에~!! 어쩐 일이랍니까.
윤희 그 말에 돌아보면 재신, 건들건들 걸어오고 있다. 빈손으로.
함춘호는 신기한 구경이라는 듯 재신 주위를 돌며 난리다.
함춘호 : 살다 살다 처음입니다. 걸오 유생께서 제 발로 수업엘 다 들어오구.
대사성 영감께서도 포기한 일을 해낸 양반이 대체 누구랍니까.
재신, 함춘호 시끄럽다는 확 째린다..합!! 하는 함춘호.
이번엔 고개 돌려 윤희 쪽을 건네다 보는 재신.
윤희 : (긴장한 채로 우물) 저도 같은 수업이라.
재신, 문 앞으로 가면 저도 모르게 비켜서는 윤희.
재신, 쓱 문을 열고 들어선다. 윤희 들어가려는데 쿵 닫히는 문.
윤희, 뭐 저런게 다 있나 싶다.
15. 명륜당 (낮)
살짝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희, 강단 위에는 이미 와 있는 정약용.
정약용, 눈을 감은 채고 그 옆에는 항아리도 보인다.
자리를 찾는 윤희 시선에 2인 1조의 책상 자리가 꽉 차 있다.
오직 빈 자리는 선준 옆 자리와 재신 뿐.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윤희 그래도 뒷자리인 재신 쪽이 나을까 싶어 그 자리로 가는데
그때 재신 그대로 길게 누워버린다. 당혹스럽다.
정약용 : 어이쿠 우리 장수생께선 노구를 이끌고 왕림하느라 고단한가 보이. (윤희에게) 어이 자네.
모든 유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윤희에게 집중된다.
윤희 난감하다.
돌아보는 선준, 굳은 표정의 두사람의 시선이 만난다.
정약용 : (윤희에게 선준 빈자리 가르키며) 이리 오시게.
JUMP> 한 자리에 어색하게 앉은 윤희와 선준.
정약용 : 이 시간은--
김우탁 : (톡 나서는) 논어재 시간입니다. 스승님
정약용 : 이번 학기 동안 논어재 강의를 맡은 정약용이다.
김우탁 : (자르듯) 성적처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해원 : (우탁 옆구리 치며) 첫날부터.. 성적은?
김우탁 : (이해 안 간다는듯) 왜? 그럼 뭐가 중요해..
김우탁 서탁 앞으로 온 정약용. 그 위에 단지를 올려 놓는다.
정약용 : 맞는 말이다. 내 수업시간에 불통이 다섯이면 낙제! 수업이든 활동이든 성균관에서 낙제가 셋이면
출재와 동시에 청금록 영삭인건 알고들 있을테고--
유생들 : ---
정약용 : 그래서 준비했다. (빈 단지 들어 보이며) 성의껏들 채워주기 바란다. (유들유들 웃으며) 내 성적에 적극 반영하지.
정약용, 단지를 돌리기 시작하고 선준은 그런 정약용을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본다.
윤희도 의아하고 재신은 비웃듯 바라보는데
돌기 시작하는 단지에 쌈지 돈을 넣는 해원, 망설이다 금반지를 넣는 김우탁.
안도현, 호박단추를 뚝 떼어 넣는다.
16. 대사성 집무실 (낮)
헉 놀란듯 돌아서는 대사성. 그 앞에 함춘호, 고장복.
대사성 : 그게 무슨 소리야? 수업시간에 촌지를 걷다니!!
함춘호 : 너무 놀라 달려 오는 길입니다. 영감.
고장복 : 제 버릇 개 준답니니까? 뇌물수수 부정축재로 좌천당한 양반이.. 한탕 제대로 할 모양이네요.
대사성 :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촌스런 짓을 해?
함춘호 : 사헌부 감찰계에 보고 해야겠습지요? 영감
대사성 : (버럭) 미쳤어? 누구 옷 벗는 꼴 보고 싶어? (소리 죽이며) 절대 이 사실을 아무도 알아선 안돼.. 알았나?
함춘호 : 네.. 영감.
대사성 : 헌데 (춘호에게 다가와 은근슬쩍) 값 나가는 물건은 좀 들어 왔다던가? (호기심에 눈이 반짝인다)
17. 명륜당 (낮)
항아리에 들어 있는 금반지며 호박 등등 보는 정약용.
정약용 : (싱긋 웃으며) 감동적일세.
윤희 : --
정약용 : 누군가에게 이 항아리는 요강으로 보일걸세.
선준 : --
정약용 : 누군가에게 이 항아리는 그릇으로도 보이겠지
유생들 : --
정약용 : 모자로 보는 이는--- 없겠지?
유생들 : 하하하하
정약용 : 내 눈에.. 이 항아리는-- 화수분일세.
윤희 : (혼잣말) 화수분--?
18. 몽타쥬 (낮)
- 정약용이 마술을 부리듯 항아리에서 밑도 끝도 없이 나오는 색색의 비단들을 꺼내고 있다.
- 정약용, 다음은 항아리에서 불을 만들어 내자 유생들 화들짝 놀라고
- 이번엔 항아리에서 약과를 꺼내 유생들에게 던진다.
박수치는 유생들, 경탄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윤희.
선준은 못마땅한 기색이다. 재신은 이 모든 과정이 심드렁한듯 보고 있다.
19. 동 장소 (시간경과/낮)
정약용 : 가만 있자~ 다음엔 뭐가 있었더라. (주머니 속에서 꼬기작 서양어로 된 컨닝 페이퍼를 꺼내는데)
선준 : 그만 두십시오!!
정약용 : (선준 본다)
윤희 : (선준 보는데)
선준 : 지금은 논어재 시간입니다.
정약용 : 이~런!!. 못난 스승이긴 하나--- 나도, 그 정돈 알고 있네.
선준 : 헌데 어찌 서역의 잡기로만 귀한 상유들의 시간을 탕진하십니까.
정약용 : (안타까운듯) 재미 ... 없었나?
윤희 : 재미있습니다 (홀린듯) 재밌습니다. !!
유생들 : 재미있습니다... (웅성댄다)
정약용 : (윤희 보며 싱긋 웃는) 고맙네.
선준 : 실학을 중시하는 까닭에 경학과 고전은 필요 없다 여기시는 겝니까.
정약용 : 그럴리가!! 자네도 말하지 않았나? 지금은 논어재 시간이라고.
선준 : (보면)
그대로 항아리를 바닥에 떨어 뜨려 깨뜨리는 정약용.
놀라는 선준 윤희 유생들과. 여전히 심드렁한 재신.
와장창 깨진 항아리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 놀라는 유생들.
윤희도 선준도 정약용을 주시한다. 지금까지의 장난스런 모습과는 사뭇 다른 표정의 정약용.
정약용 : 논어 위정편- 군자불기(君子不器) -에 대해 강했네.
선준 : ---?
정약용 :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다. 진리를 탐하는 군자라면 갇혀 있는 그릇처럼 편견에 치우쳐선 안된다-- 강했네.
윤희 : --
정약용 : 서역의 잡기에선 배울게 없다는건 무슨 고약한 편견이며
정약용이란 놈이 서학을 좀 했다 해서 고전을 싫어 할꺼란 무지몽매함은 참--- (쓴 웃음) 용감하기도 하군.
선준 : (쓰게 입술을 깨문다)
정약용 : 논어 학이편 - 학즉불고(學則不固)에 대해 강했네. 지식이 협소한 사람은 자칫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 잡혀
완고한 사람이 되기 쉬우니 학문을 갈고 닦아 유연한 머리로 진리를 배우라 강했네- 왜??
윤희 : --
재신 : --
정약용 : 너희는 더 이상 사부학당의 신동도-- 사랑채 책벌레도 아닌-- (힘주어) 국록을 받는 성균관 유생들이다!
선준/윤희 : --
재신 : (그제야 비로소 몸을 반듯하게 일으킨다.. 호기심이 인다)
정약용 : 백성의 고혈로 얻어낸 학문의 기회다. 부지런히 배워서 갚아라. 이 땅, 백성들의 더 나은 내일,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건
제군들의 의무다!!
윤희 : --
정약용 : 우리 제발 밥 값들은 좀-- 하면서 살자!!
선준 : ---
재신 : (피식 웃으며 혼잣말) 꼰대, 제법이네.
정약용 : 오늘 수업의 성적을 발표하지.
성적이란 말에 귀가 솔깃한 김우탁. 배해원, 안도현. 윤희 그리고 선준과 재신의 긴장한 표정 위로..
정약용 : 김우탁, 불통. (울상 짓는 김우탁) 배해원 불통 (해원--) 안도현 불통. 김윤식 불통 (윤희 표정) 문재신 불통. 이상철 불통.
이선준.. (보다가)
선준 : --
정약용 : 통.
선준 : (의외다)
해원/우탁 : (왜 저 인간이 통이야. 웅성웅성)
재신 : (피식-- 흥미로운데)
윤희 : (굳은 표정, 몰입해서다) 헌데 스승님-- 어째서 입니까?
정약용 : (본다)
윤희 : 수업 내용에 반대하는 이선준 유생에게 왜 통을 주신겁니까?
선준 : ---
정약용 : 그래서다. 이 엉터리 수업에 불만을 제기한-- 유일한 학생이니까.
윤희 : ---
정약용 : 지혜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항아리 조각 하나 줍고는) 내가 너희에게 보여준 세상은 사라졌다.
선준 : --
윤희 : --
정약용 : 스승이란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존재들이지. 허나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돼 있다.
그것이 이선준이 통인 이유다.
윤희 : (본다)
선준 : ---
정약용 : 논어가 뭔지 아나? 김윤식 상유?
윤희 : 공자의 어록입니다.
정약용 : 그래, 공구라는 고지식한 늙은이와 똘똘한 제자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박 터지게 싸운 기록들이다.
윤희 : (본다)
정약용 :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한 학기 동안 우리도 박터지게 싸워보자!! (유생들 둘러보며) 수업 끝!!
문 밖으로 나가는 정약용.
재신, 피식 웃고 선준, 충격이었다.
논어 책의 표지를 쓸어 보는 윤희.. 엷은 미소.
20. 대사성 집무실 (낮)
정약용의 맨손을 뒤집어 보는 대사성. 어..없다. 자꾸 뒤적인다.
대사성 : 아니.. 항아리는 어쩌고 맨손입니까? 정박사.
정약용 : (그제야 생각났다) 아!!..이를 어쩐다.. 실은.. 제가 아직 --깨진 항아리를 되살리는 법까진 미처 배우질 못했습니다.. 영감.
대사성 : (영문을 몰라) 뭐..뭐 요?
21. 명륜당 (낮)
배해원, 김우탁과 유생들 웅성웅성 선준 쪽으로 다가온다.
아직까지 수업의 충격으로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선준.
윤희는 책들을 챙기는데.
해원 : 참 대단하다.. 이선준.
선준 : (보면)
해원 : 느이 아버지, 좌상대감의 그 번쩍번쩍한 이름 값!!
선준 : 무슨 뜻이지-
우탁 : 오늘 일강 성적표. 설마 자네 실력이라 믿는건가.
선준 : (답답하다)
해원 : 정박사는 뭐로 매수 했냐? 홍문관 복귀라도 약속한게냐-
단호히 일어나 해원우탁과 마주 서는 선준. 씁쓸하다.
선준 : 부친의 이름 값이라 했나? 썼다면 좋았을 뻔 했군. 허면 느이 같이 비겁한 놈들--
지금처럼 나랏 밥 먹고 헛소리하게는 안뒀다!! 절대로!!
해원 : (선준의 멱살을 잡으며) 뭐야?!
우탁 : (팔 걷어 부치고) 이 자식이 진짜!!
윤희 : (해원 말리며) 왜들 이러시오.
도현 : 유생 상호간의 다툼은 감점 5점일텐데..
해원 : 까짓거.. 뭐 나만 감점인가.. 끝장을 보자구 오늘.
그때 들리는 재신의 휘파람 소리.
해원, 손에 힘이 확 풀려서 돌아보면 재신이 어슬렁어슬렁 그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겁먹은 해원, 우탁 도현 그리고 윤희.
선준 불쾌한듯 옷매무새를 다잡는다.
쓰윽 한번 보는 재신, 긴장하는 윤희. 해원..
그러나 재신은 그대로 앞문으로 나가 버린다.
휘유.. 안도하는 모두들.
해원 이내 재수 없다는 듯 선준 야린다.
해원 : 너 이 자식, 운 좋았다..
도현 : 자.. 우리 2차는 탁주 한동이씩 앞에 놓고 하는게 어때들?
(자글자글한 얼굴로 웃으며) 노땅들 다 빼구 참신한 우리 신래들끼리!!
해원 : (침 꼴깍 삼키며) 형님 말씀이니..그럼....
도현 : (선준에게 사람 좋게 웃으며) 함께 가시게--
선준 : 취미 없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술 기운으로 덮는 건 딱!! 질색입니다.
도현 : (웃음기 싹 가시며) 그럼- 말게나.
해원 : 저...저봐. 저 인간이 저렇게 재수가 없다니까.. 에에이.. (침 뱉는 시늉)
와와 몰려가는 신래 유생들, 그러나 선준은 고집스레 책을 챙긴다.
윤희 그런 선준이 어쩐지 신경 쓰이는데 와락 윤희의 목에 도현이가 헤드락을 건다.
도현 : 이보게, 대물- 같이 가자구.
윤희 : (목이 붙잡힌 채 켁켁 끌려간다)
해원 : 자네두 저 자식한테 불만 많았지? 저 재수 없는 자식 안주 삼아서 오늘 진탕 빨아 보는거야..
도현에게 끌려가지만.. 선준 쪽을 돌아보는 윤희. 그러나 선준은.. 책만 챙긴다.
윤희 어쩐지 걱정스런 얼굴이 된다.
22. 은행나무 앞 (낮)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선준. 복잡한 표정이다.
재신E : 어이 노론!
소리 나는 쪽을 올려다보는 선준.
나무 위 재신 훌쩍 뛰어 내려와 선준 앞에 선다.
청금단령과 유건을 갖춰 입은 단정한 선준을 위 아래로 훑어보고, 꼬놔 보는 불량한 눈길의 재신.
재신 : 하나만 해라!
선준 : --
재신 : 사람처럼 굴든지, 노론처럼 굴든지 ... 하나만 하란 말이다.
선준 : 무슨 뜻입니까?
재신 : 신래들은 다 반촌으로 가던데--
선준 : 몰려 다니며 잡담이나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재신 : (기막힌듯 보다가) 너.. 여기 성균관에 왜 왔냐?
선준 : 그야 응당 학문을 하기 위해--
재신 : (피식 웃으며) 그런 새빨간 거짓말, 자꾸 하면 습관된다.
선준 : (보면)
재신 : 학-문? 돈 있는 놈이 독선생을 붙였어야지. 머리 좋은 놈이니.. 책만 팠어도 도가 텄겠다.
선준 : --
재신 : 여기.. 성균관 그러라고 있는거다. 젊은 유생들-- 패거리 지어 몰려 다니라구!
천상천하 유아독존, 여긴-- 너 같은 놈, 필요 없어!
재신, 선준을 스쳐 지나가려는데.
선준 : ...선진께서도 그 같은 성균관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재신 : (피식 웃으며) 들켰군..
선준 : (보면)
재신 : 나야 언제고 여길 뜨면 그만이지만 넌 다를텐데 --
선준 : (보면)
재신 : 대과를 보려면 원점이 있어야 하고 출사한 뒤엔 인맥이 필요하겠지. 니가 성균관에 있는 진짜 이유다, 똑똑히 기억해둬라.
선준 : --
재신 : (싸늘해진 얼굴로) 결국 넌.. 니가 그렇게 엮이기 싫어하는 노론 놈의 자식들이랑, (눈 가까이 들이대며) 아주~ 똑같애.
선준 : --
재신 : 그러니까 다시는 내 눈 앞에서 알짱 거리면서, 당색을 없애니 뭐니-- 사람인척, 개수작 부리지 말라구--
나 같이 머리 나쁜 놈, 헷갈리니까!!!
싸늘하게 돌아서 가는 재신.
남아 있는 선준은 씁쓸한데.
효은E : 뵙고 싶은 도련님께.
23. 병판집/효은방 (낮)
서안 위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효은,
언제나처럼 무릎까지 올라온 속바지에 배꼽티 같은 속적삼을 입고 댕기 머리도 쫑긋 묶은 채다.
방안에는 이미 여러번의 파지를 낸듯 쓰다만 편짓장들이 한가득.
효은 : (탁 붓 내려 놓으며) 아냐.. .. 이건 너무 식상해.
와락 파지를 던져 버리는 효은. 버들이는 주우러 가고.
효은 : (다시 붓을 들고) 연모하는 도련님께. 이건 너무 없어 보이쟎아.
와락 파지를 던지고 보료 위로 누워 버리는 효은.
버들이 : 어머 애기씨, 눈가에 잔주름 는 것 좀 봐요..
효은 : (벌떡 일어나 손거울을 보며) 어머..어머 그동안 팍 늙었네. (심각한) 나.. 한 스물은 넘어 보여? 응?
(하다가, 반짝 눈을 빛내며) 버들아!!
24. 세책방 (낮)
놀란 눈을 똥그랗게 뜨는 황가.
황가 : 연서를... 대필하시겠다구요?
효은 : (끄덕끄덕)
황가 : (빈 종이에) 그래..어떤 내용을 원하시나.
효은 :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늘 만나 온 것 처럼 친근하고, 내 설레는 마음을 담되 절대!! 없어 보여선 안되네.
만나고 싶은 뜻을 비치긴 하지만 강요하는 느낌이면 곤란하고 또 글씨체는 정숙한 여인처럼 보이나 노숙한 느낌은 싫고
생동감이 있으면서도 이지적인 분위기..
황가 : (가지가지 한다 싶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효은 : (천진난만하게) 되겠나?
황가 : (반색하며) 에이그.. 애기씨, 여긴 조선입니다. 안되는게 어딨습니까? 석냥이면 다아 됩니다요.
효은 : 고맙네.
황가 : 마침 요 앞에 성균관 유생들이 나와 있으니 곧 해결해드리죠.
효은 : (반색) 성균관 유생들이라고 했나?
25. 반촌/주점가 (낮)
작은 막사발들이 탑을 이루듯 쌓여 있다. 그 위에 막걸리를 부어내리는 도현.
유생들 틈에 윤희 이게 무슨 광경인가 눈만 말똥말똥 뜨고 구경하고 있는데.
도현 : 혼돈주 제조의 달인 안도현의 필살기! (맨 위에 진도 홍주 부어내리며) 진도 홍주. 받으시오. 받으시오~~
막걸리에 고운 빛깔의 홍주가 섞여드는 폭탄주가 된다.
경탄의 박수를 보내는 유생들, 윤희는 여전히 어리둥절하다.
JUMP> 한잔씩 유생들에게 돌리는 도현. 우탁도 해원도 윤희도 받는다.
도현 : (윤희에게 주며) 첫잔은 무조건 한입털길세!!
윤희 : (처음 듣는 말) 한 입 털기요?
도현이 보라는 듯 턱짓하면 우탁, 원샷하고 머리에서 턴다!!
해원도 원샷, 털고 다음은 윤희 차례다.
도현 : 들어는 봤나? 혼돈주의 전설!
윤희 : 예?
도현 : 동기생 단합대회에서 한입털기를 거절한 유생은 반드시 성균관에서 출재 당하고 청금록에서 영삭 당한다는 슬픈 전설.
윤희 마시라는 듯 슬쩍 보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윤희.
그런 윤희가 귀여운듯 보는 도현. 꿀꺽 약사발 들이키듯 마시는 윤희.
유생들 : (윤희 보며 다함께) 지화자.
쓴 입맛을 다시는 윤희 머리에 잔을 털어낸다.
술잔을 바라보는 윤희. 뭐 먹을만 하네 싶은 표정.
그때 도현,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린 세발낙지를 윤희 입으로 밀어 넣는다.
입술에 들러붙는 낙지들. 윤희 끔찍한데.
도현 : 사내 보양식으론 이게 최골세!! 그 유명한.. 영암산 세발 낙지!!
윤희 : (잔뜩 찡그린 윤희)
해원 : 뭐야 이 자식. 사내자식이 계집애처럼.
그 말에 얼른 우걱우걱 씹어 먹는 윤희.
그때 저만치 앞에서 윤희를 향해 손짓하는 황가..
헉!! 놀라는 윤희.
26. 세책방 (낮)
윤희와 황가 툭탁 거리며 들어선다.
윤희 :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는 법이 어디 있소?
황가 : 잊으셨소? 선금을 두둑히 드린 걸로 아는데--
CUT TO
서가 사이로 서 있는 쓰개치마 쓴 효은, 윤희와 내외 하느라 얼굴은 채 보이지 않는다.
그 앞에서 황가와 윤희는 흥정중이고 곱상한 윤희얼굴에 흥미를 보이는 버들이.
황가 : 연서는 연서되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고 만나고 싶은 마음은 전하지만 없어 보여선 곤란하고.. 에 또
윤희 : (자르며) 그러니까 사내가 좋아 죽겠는데 들키고 싶진 않다. 그 말 아니오?
효은 : (저게~ 싶은데 차마 얼굴을 내밀 순 없고)
윤희 : 뭐,,노력해 보리다.
버들이 : 헌데... (효은 살피며) 유생분들 중에 이선준 도련님은 안 오셨습니까?
효은 : (솔깃, 쓰개치마에서 귀만 쏘옥 나오는)
윤희 : 그 인간은... 왜 찾소.
버들이 : (다른 몸종과 다르다는 듯 잘난 척) 그야--신언서판. 그러니까 (헛기침) 몸 신, 말씀 언, 음-- 편지 서.. 음..
(판은 잘 모르겠다) 판! 판!
효은 : (윤희에게 챙피하다 책꽂이 사이로 버들이에게 소곤) 널빤지 판~
윤희, 그런 효은이 어이없어서 보면
효은은 흠. 도도하고 새침한듯 고개를 돌린다.
버들이 : 좌우지당간. 워낙 훌륭한 분이라 소문이 자자해서 그러죠.
윤희 : (흥..) 신언서판. 다 갖춘, 너~무 훌륭하신 나머지 이런 자린 절대 안 올 위인이오.
27. 존경각 (낮-저녁 무렵)
책을 펼치고 앉은 선준. 책장을 넘기는 복잡한 심경이다.
INST >4회 22씬.
재신 : 너 니가 엮이기 싫어하는 노론놈의 자식들이랑 아주 똑 같애!!
책장을 탁 덮는 선준. 여전히 꼿꼿한 표정이다.
28. 반촌/주점 (저녁)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술동이. 그리고 안주꺼리들.
이미 술에 취해 쓰러져 자는 유생들도 보인다.
꽤나 불콰해진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는 해원 우탁 도현 유생들은 유건도 삐뚜룸.. 청금단령도 흐느적거린다.
여전히 단정한 옷차림의 윤희. 술자리이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것.
해원 : 결국 우린 성균관에서도 내내 이선준 들러리만 서 주다 말꺼라고 (술잔 들이키는) 제엔장~!!
우탁 : 성균관에서만? 조정에 출사해서두 이선준은 노른자위를 다 차지 하겠지.
도현 : 어린 놈의 자식이 위 아래두 없구, 경우는 더 없어!!
해원 : 봤지? 마지막에 결국 즤 아버지 어쩌구 하는거, 잘난 척은...
잠자코 술만 마시고 있는 윤희.
29. 반촌/주점 앞 길 (저녁)
주점 앞에 서 있는 선준, 술 마시며 즐거운 듯 보이는 유생들과 윤희.
저 혼자 이방인 같은 느낌에 차마 들어서지 못하는 선준.
30. 반촌/주점 (저녁)
해원 : (윤희 보며) 대물- 너도 한 마디 해봐 시원하게!!
윤희 : (술잔 탁 내려놓으며, 술기운에 더 호기롭다) 비겁한 놈!!!
해원 : 옳거니!!
윤희 : 한심한 놈!!
우탁 : 내 말이!!
윤희 : 치사한 놈!!
도현 : 동감이오!!
윤희 : (손가락으로 해원 우탁 도현 쫘악 가리키며 약간 취기가 올라) 니들이 더 나빠--- !
해원/우탁/도현 : ????
윤희 : 그 재수 없는 자식 이선준도 이런 비열한 짓은 안 해. 사내자식들이 하나같이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는!!
야.야.. 부끄러운 줄들을 알아라!!
해원/우탁/도현 : (저게 미쳤나?)
윤희 : 성적에 불만이면 정박사를 찾아 갔어야지. 아니 나 같으면 존경각엘 갔겠다.
이선준이든 정박사든 실력으로 코를 납작하게 눌러줘야지. 그게 이기는거지!!
해원 : 야.. 김윤식. 너두 이선준 싫어 했쟎아.
윤희 : 싫지!! 니들은 상상도 못할만큼 그 인간이-- 싫어. 그래도 이건 아냐. 이선준은 오늘 잘못한게-- 없어.
그리고 그건 누구보다 니들이 더 잘 알아.
해원/우탁 :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싸아 해지는 분위기)
도현 : (이 분위기 풀어주며) 자자.. 우리 윤식이가 또 대물답게 배포 한번 크구만.. 자.자 술이나 들게.
31. 반촌/주점 옆 길 (저녁)
소피를 보고 있는 우탁,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개를 흔들거리는데
그 시선에 들어오는 선준, 담장너머로 유생 일동을 보고 있다.
우탁 : (취해서 대수롭지 않게) 이선준이네.
그러다 술이 확깬듯 고개 도리짓하고 또 봐도 이선준이다!!
으어헉 비명을 지르며 헐레벌떡 주점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우탁.
32. 반촌/주점 (저녁)
헐레벌떡 바지춤을 쥐고 달려 들어오는 우탁.
해원 도현 윤희 놀란듯 우탁을 바라본다.
우탁 : 이선준.. 이선준이 왔다구!!
해원 : 취했구만. 헛걸 다보구!! 귀신은 안 보이냐?
우탁 : 진짜..진짜라니까.
윤희 정말일까? 믿기지 않는 표정.
33. 반촌/주점 담벼락 (저녁)
선준, 차마 들어서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윤희E : 왔으면 들어오던가-
선준 돌아보면 윤희.
윤희 : 술 기운으로 해결하는 건 딱 질색이라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선준 : 딱!! 질색이오!! 허나 (멋쩍은 나머지 핑계를 대듯) 유생자치 활동엔 원치 않아도 참석해야 한다는 내 원칙을 어길 수 없어
(흠.. 겸연쩍지만) ..온 것 뿐이오!!
멋쩍어 하는 선준을 바라보는 윤희. 슬며시 미소.
유생들E : (다 같이)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34. 반촌/주점 일각 (저녁)
선준 앞에 놓여진 항아리에 찰랑찰랑 대고 있는 막걸리.
유생들 빙 둘러 서서 선준이 마시길 즐겁게 종용하고 있다.
도현 : 자네를 기다린 우리의 마음을 담았네. (눈 찡긋 하며)
술 항아리를 바라보는 선준, 암담하다.
윤희 : 첫잔은!! (선준 보며) 한입 털기요. 우린-- 이미 다 마셨소.
선준 : (망설인다)
윤희 : (그런 선준 보며.. 놀리듯) 겁나면 뭐.. 그만 둬도 좋소.
윤희 짐짓 선준의 술 항아리 치우려는 듯 하면 탁- 항아리를 잡는 선준, 드디어 결심한 듯 긴장한 얼굴이다.
해원 우탁 도현 빙글거리며 즐거운 구경하듯 선준을 바라본다.
윤희도 선준을 주시한다.
승부근성이 발동하는 선준. 주욱 들이키는 선준. 항아리를 잡는 선준의 손이 조금 떨린다.
지켜보는 유생들 어어어 대단하다.. 윤희도 제법이네 싶다.
탕 내려놓는 선준.
항아리를 뒤집어 흔들어 보이는 도현. 다 마신 걸 확인하자 유생들 와-함성과 박수소리 드높다.
그런 선준을 보는 윤희 싱긋 웃는데--
35. 모란각/국실 (저녁)
술잔을 들이키고 들이키고 또 들이키는 하인수.
임병춘과 설고봉은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임병춘 : 초선인 끝까지 못 나온다는 게냐.
섬섬 : (하인수 팔짱끼며) 초선 형님이 고뿔이 너무 지독하게 걸리셔서요.
앵앵 : 형님도 얼마나 안타까와하고 계신지 몰라요..
하인수 : (잔에 술을 넘치게 따르는데)
강무 : (그 손목을 잡으며) 형님.
하인수, 강무 뿌리치고 차갑게 일어나 나간다.
36. 모란각/초선 침소 (저녁)
경대 앞에서 예쁘게 단장하고 있는 초선.
용하E : 자네도 아직 멀었네.
초선 웃으며 경대보면 거울에 비친 용하. 보료 뒤에 기대 책을 읽고 있다.
용하 : 사내 자존심 건드려 무슨 좋은 일이 있다구.. 이렇게 고집을 피나--
초선 : (단장만)
용하 : 상대는 성균관 장읠세.. 병판대감의 아들이야. 신방례가 지나자 바로 자넬 찾았어. 그 마음, 모른다 하진 않겠지.
초선 : (단장 끝내고 돌아보며 빙긋이) 도련님께서도 아직 머셨습니다. 여림 도련님께선 제 마음을 아실 법도 하지 않습니까?
용하 : (책에서 고개 들어 초선 보면)
초선 : 사내의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있는 건 계집의 하룻밤뿐입니다. 계집의 마음을 사로 잡는 사낸-- (웃으며 말을 삼킨다)
용하 : (보면)
초선 : (윤희를 생각하듯 촉촉해지는 눈빛) 단 한번의 손길로도-- 평생을 기약하게 하는 법이지요.
기생년에게도 지키고 싶은 신의란게 있습니다.
용하 : (책 덮으며) 설마 자네... 자네 대물.. 아니 김윤식 때문인가- 그래서?
일어서 문을 여는 초선, 용하에게 그만 돌아가라는 뜻.
초선 : (알듯말듯한 미소) 그러니 도련님께서도 이만 일어나시지요. 배웅은 해 드리겠습니다.
37. 모란각 복도 (저녁)
문을 열고 나오는 초선, 발걸음 굳는다.
그 앞에 기대 서 있는 하인수. 상처 입은 자존심으로 일그러진 얼굴..
초선, 가볍게 목례를 하려는데 그 턱을 잡아채는 하인수.
하인수 : 니가 언제까지 날 거절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기생년 신의가 대단한지, 이 하인수의 힘이 더 대단한지..
(조소) 꽤 재밌는 승부가 되겠군..
하인수, 초선의 턱을 탁 내려놓고 나간다.
설풋 차가운 미소를 짓는 초선.
그때 막 방에서 나오는 용하 하인수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38. 성균관 정문 입구 (밤)
굳은 얼굴로 들어서는 하인수, 용하 임병춘 설고봉 강무.
함춘호 문 앞에서 외출자 명부를 대조하며 유생들을 확인하고 있다.
고장복 : (하품 쩌억 하며) 이제 신래 유생들만 들어오면 끝입니다.
임병춘 : 김윤식.. 이선준.. 아무도 안 들어왔는데요.
싸늘하게 미소 짓는 하인수.
하인수 : (고장복에게) 우리 신래들께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느라 좀 늦으시나 보네.
고장복 : (갸웃.. 무슨 뜻일까 생각하는)
하인수 : 다음부턴 실수 하는 일 없도록 제대로 통금에 대해 일러줘야겠어.
싸늘해지는 눈빛과 입꼬리.
용하 그런 하인수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39. 반촌 거리 (밤)
흥에 겨운 듯 노래를 부르고 어깨동무도 하고 반촌 거리를 활보하며 오고 있는 우탁 도현 해원 그리고 신래 유생들.
역시 술기운이 오른 윤희, 그들을 보며 웃다가 휘청하는데 그를 받아주는 선준.
윤희 뜻 밖인데 잠자코 걷기만 하는 선준.
어느새 저만치 앞서 걷기 시작하는 유생들.
윤희, 자세 가다듬으면 선준도 윤희를 놔준다. 어색한 윤희.
선준 : 신방례 소원.--- 내... 생각해봤소.
윤희 : (본다--)
선준 : 약조는 지켜야겠지.....(어려운 결단이다) 서재로 가겠소.
윤희 : (믿어지지도 않고 어쩐지 서운하기도 한) 정말.. 이시오?
선준 : (윤희 보지 않고) 뜻 밖이었소. 아까 유생들 앞에선 --
윤희 : 왜? 내가 편을 들어줘서 놀랐소?
선준 : (인정하긴 싫지만...) 논어재 내 성적에 불만이 많은 걸로 보였소만.
윤희 : (또랑또랑 신세계를 접한 설렘) 불만이 아니라 알고 싶었소. 무엇이 참인지, 스승님께서 말씀하시는 학문이..진리가 무엇인지.
다아... 너무너무 알고 싶었소..그 뿐이오.
선준 : (의아한듯 보면)
윤희 : 처음이었거든. (글이 죄가 되지 않는 이 생활이..너무 좋은 윤희)
선준 : (멈춰 선다-뭔가 이상한 기운이 시작되는)
윤희 : 난생 처음이었으니까. 수업이란것도 .. 스승님도.. 함께 공부하는 동학들도.
선준 : (윤희의 경이로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윤희 : (생기있는) 논어가 그렇게 재미있는 책인지..정말 오늘 처음 알았소. 뭐... 따지고 보면.. 다 (선준 보며 멋쩍은 듯)..덕분이오--
선준 : (무언가---울컥 치밀어 오른다)
윤희 : ..(머뭇대다) 오늘만큼은... 쫌.. 고마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내 생각해 봤는데...뭐.. (인심쓰듯) 꼭 서재로 안 가도 좋소.
선준 : (놀란듯 눈이 커진다. 읍!!)
윤희 : (겸연쩍어서 선준 눈 피한 채) 소원을 그렇게 써 버리기엔.. 좀 아까운 것 같아서.
슬쩍 선준 돌아보는 윤희.
선준 눈가엔 눈물이 맺히고 콧날이 시큰해진다. 입술은 실룩거린다.
그런 선준에게 놀라는 윤희.
윤희 : (의아해서) 내 말이.. 그렇게 감동적이오?
그 순간, 뒤돌아서는 선준 우욱-- 술에 약한 선준.
선준에게 달려가는 윤희.
윤희 : 괜찮소?
선준, 그대로 윤희 품으로 쓰러져 내린다. 헉!! 당혹해진 윤희 표정.
윤희 : 이 왠수!!
울상이 된 윤희 얼굴.
40. 중이방 앞 (밤)
헐레벌떡 통금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유생들, 청재로 들어간다.
임병춘 : 이 자식들... 통금을 어기면 어떤 벌을 받는지 아직 모르는 모양입니다.
설고봉 : 간만에 재밌는 구경 좀 하겠군요.
하인수 싸늘한 웃음.
윤희E : (다급한) 사람 살려~~
41. 반촌 거리 일각 (밤)
정신을 잃은 선준을 질질질 끌고 있는 윤희.
지나가는 신래 유생들에게 도움을 청하듯 애원하나 그저 지나쳐 가는 유생들.
윤희 : (도현 잡으며) 도와주십시오....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도현 : 미안하네, 통금시간을 어겼다간 끔찍한 얼차례라는구만.
윤희 : (놀라) 네에?
도현 : 이 나이에 허리라도 나가보게. (어깨 쳐 주곤) 할 수 있을 걸세.. 자넨 대물 아닌가?
윤희, 돌아버리겠다.
42. 반촌 거리 일각/윤희 몽타쥬 (밤)
- 땀이 범벅이 돼서 선준을 밀고
- 더는 안되겠는지 선준을 또르르 굴리고
- 기진맥진한 윤희 발로 선준을 차면서 오는데 그 위로 들려오는
E성균관의 통금 징소리!!
윤희, 선준을 두고 달려간다. 그러다 안 되겠는지 다시 돌아온다.
43. 성균관 입구 앞 (밤)
E통금 징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가까스로 달려들어 문을 통과하는 우탁 해원.
세이프 하듯 미끄러지는 도현, 환호성을 지르는 도현.
하인수 : (고장복에게) 닫지!! 통금이 지나질 않았나.
고장복 : 예에? 아직 못 들어온 신입 유생들이..
하인수 : 내가-- 번복 하는거 봤나?
고장복 : 그래도 오늘은 다들 취해서 늦을꺼라.. 지금까지.. 신래들의 (안타까운듯) 첫 외출은
하인수, 고장복 쏘아본다.
고장복 : (단호히) 첫 외출은... 기강을 확실히 잡는 게 옳습지요. 예..
문고리를 잡는 고장복.
44. 성균관 입구 밖+입구 안 (밤)
선준을 떠매고 낑낑대며 문 앞까지 다 온 윤희..
저 앞에서 문이 닫히려하자 선준을 냅다 던져 버리곤 달려오는 윤희.
쭈욱 뻗는 손. 서서히 닫히는 문.
-문 너머로 보이는 하인수와 윤희 시선이 컷컷컷 교차된다.
윤희 손과 문이 닿을락 말락 하는 그 순간. 철커덕, 문이 닫혀 버린다. 쿵--
사색이 되는 윤희.
45. 성균관 입구 안 (밤)
문을 닫는 고장복과 강무. 큰 빗장을 휙 질러 닫는다.
득의만면한 얼굴의 하인수.
46. 성균관 입구 밖 (밤)
쿵쿵쿵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는 윤희.
윤희 : 문 좀 열어 주십시오. 사정이 있었습니다..네? 한번만 봐주십시오. 다신. 통금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열리지 않는 문 ..
윤희 발로 냅다 쿵 질러 버리곤 옆을 보면... 한켠에 앉은 채 그림처럼 자고 있는 선준.
47. 중이방 앞 (밤)
문 앞에서 점호하듯 나와 서 있는 유생들, 우탁 해원 도현. 남명식과 소론유생들.
그 청재 마당에 서 있는 유창익, 하인수, 고장복 그 뒤에 서 있는 임병춘 설고봉 강무.
유창익 : 중이방 유생들은-- 오지 않은겐가.
하인수 보면 중이방 앞에 선준과 윤희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입가에 비틀어진 웃음을 웃는 하인수.
하인수 : 엄히 다스리겠습니다. 다시는 통금을 함부로 어기지 않도록.
유창익 : (마뜩치 않은) 문재신.. 김윤식과 이선준 -- 불통.
윤희E : 들어왔습니다. 저희.
놀란듯 돌아보는 하인수와 유창익, 그리고 임병춘과 설고봉.
방문을 열고 나오는 윤희, 땀에 젖은 머리카락..고생의 흔적들이다.
우탁 해원 도현도 입을 벌리고 본다.
윤희 : 이선준 유생은 몸이 아파 방에 누워 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임병춘, 믿기지 않는 듯 윤희 밀치고 방 보면 그 안에 누워 있는 선준,
하인수 요것봐라.. 제법이네 싶은 표정.
48. 장의방 (밤)
임병춘, 설고봉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갈아입는 하인수.
설고봉 : 그거 차암.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 어떻게 들어왔지?
임병춘 : 누군가.. 일러준게지. 우리만의 비밀통로를.
하인수 : (싸늘한 표정이다)
49. 용하방 (밤)
꾸벅 절하는 윤희.
윤희 : 고맙습니다.
INST >46씬 연결.
절망적인 윤희. 그 앞에 서는 발 용하.
용하와 함춘호. 춘호가 선준을 들쳐 업고 용하는 성균관 담벼락 사이로 난 개구멍 벽돌을 밀어 낸다.
놀라는 윤희 표정. 그 위로.
윤희 : 사형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언젠가..꼭 보은 하겠습니다. 사형~!!
용하 : (싱긋 웃으며) 보은이랄 것 까지야.., 신방례 일도 있고 하니 뭐 결자해지쯤으로 해 두지.
윤희 : (의아한듯) 결자해지요?
용하 : 그런게 있네. 그나저나 오늘 밤은 이선준과 단 둘이-- (윤희 귓가에 대고) 다정하게 보내게 됐군.
걸오, 그 친구는 오늘도 외박인 모양일세.
윤희 : (화들짝) 걸오 사형이 오늘 안 들어오신다구요?
50. 대장간 골방 (밤)
투전 패를 쪼는 천민 계급의 사내들,
그 틈에서 앉아 패를 쪼고 있는 재신. 술병째 들이키고 손으로 전 등을 주어먹으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신났다.
벽에는 대장간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호미며 가래 등의 쇠붙이.
사내1 투전 패 담요에 탁 내려 놓는다.
사내1 :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다들 서푼씩들 주게
투전패를 받아서 섞는 사내1.
투전판의 사내들 엽전 던지는데 재신, 사내 앞 저고리 옷고름 섶 사이에서 숨겨둔 투전패를 뽑는다.
당황하는 사내1.
재신 : (씨익)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러자 투전판의 사내들, 사내1의 멱살을 잡고 어느새 금세 아수라장이 되는 투전판.
그때 문이 열리며 육모방망이를 든 관원들 들어선다.
사내들 기겁하고 재신도 의아한 듯 보는데
관원2 : 놈들을 당장 끌어내라!! 한 놈도 빠짐없이 압송해라!!
관원들 육모방망이로 투전꾼들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그 틈에 재신 관원 두엇과 몸싸움으로 가볍게 제친 뒤 도망가기 시작한다.
51. 대장간 마당 (밤)
도망 나온 재신을 가로 막는 관군들, 재신 주먹과 발길질로 관군들 쓰러뜨린 뒤 유유히 담을 넘는다.
52. 담벼락 뒤 거리 일각 (밤)
가뿐히 담을 넘은 재신. 싱긋 웃으며 일어나는데 그 얼굴이 굳어진다.
관군들 십 여명이 기창한 채 재신을 포위하고 있다.
이런.. 젠장.. 낭패감에 휩싸이는 재신.
53. 사헌부 집무실 (밤)
등을 보이고 선 관복 차림의 사내.
관원들 재신을 끌고 와 그 앞 의자에 앉힌다.
재신 거칠게 몸을 뒤틀며 관원들 뿌리친다.
재신 : 이거 안 놔?
천천히 고개 돌리는 관복차림의 사내. 대사헌 문근수다.
문근수 : 한심한 놈.. 언제까지 그 따위로 허랑방탕하게 살 생각이냐.
재신 : (비웃음 머금고 쏘아본다)
문근수 : 죽은 네 형에게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냐.
재신 : 자격,, 있으십니까?
문근수 : (보면)
재신 : 세상사람의 손가락질은 다 참아줄 수 있어도 아버진 아닙니다. 다신 제 걱정 따위 하지 마십쇼. 듣고 있기 역겨우니까.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 재신, 그 앞을 막는 사헌부 관원.
그러자 에잇.. 하며 서탁의 의자들을 내동댕이치는 재신. 관원.. 기가 질린다.
문근수 복잡하다.
54. 도성 일각 (밤)
사헌부 밖으로 나온 재신, 다시금.. 눈에 독기가 서린다.
55. 중이방 (밤)
이부자리를 깔고 그 위에 선준을 길게 눕히는 윤희.
답답한 듯 뒤척이는 선준, 윤희 보면 꼭꼭 단정하게 입은 의관이 선준을 옥죄어 오는 듯 보인다.
뒤척이는 선준-- 조심스레 선준에게 다가가는 윤희,
손쉬운 버선발이라도 벗겨줄까 싶어 손끝을 버선 쪽으로 가져가는 윤희.
그때 발을 움직이는 선준, 화들짝 놀라 떨어져 앉는 윤희. 콩닥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그런 윤희 머리 위로 날아와 내려앉는 천조각.
윤희 뭔가 싶어 내려보면 선준의 저고리다. 놀란 윤희 돌아보면 답답한 듯 선준이 하나둘 옷을 벗어 던지고 있다.
앞섶을 풀어헤친 채 어느새 맨 가슴팍을 드러낸 선준.
윤희 : (여며주며) 지금 뭐하는 거요?
윤희의 손길을 뿌리치는 선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선준이다.
윤희 : (간절하게 애원하듯) 소학!! 단정한 옷차림은 예의 시작이다. 소학의 가르침을 생각하시오.. 이선준 상유..제발!!
선준 훌러덩 속 적삼마저 벗어던진다.
얼굴이 빨개진 윤희. 얼른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윤희.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선준. 선준의 손이 바지춤으로 내려간다.
윤희, 허거덕 입은 떡 벌어지고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윤희, 문을 열고 중이방 밖으로 달려 나간다.
56. 중이방 앞 (밤)
툇마루에 걸터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윤희.
윤희 : (휘유 한숨쉬며) 하루하루.. 난중일기가 따로 없구나.
57. 성균관 전경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나뭇잎. 싱그러운 아침 이슬이 구르는 풀잎.
전각들 다리를 적시고 있는 아침 안개. 성균관의 아침전경.
58. 중이방 (아침)
뒤척이던 선준, 눈을 뜬다.
어느새 중이방에 누워있는 스스로가 놀라운듯 주위를 둘러보던 선준. 화들짝 놀란다.
상체는 탈의한 채 속바지마저 벗어 버린 듯 이불 아래 두 다리가 드러나 있다.
놀란 선준, 당혹스러운데 옆 자릴 보면 재신도 윤희도 자리에 없다.
59. 중이방 앞 (아침)
터덜터덜 들어서는 재신, 순간 멈칫한다.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자고 있는 윤희.
재신 보면 곤하게 자고 있는 귀여운 윤희 얼굴.
툇마루에 올라선 재신, 발로 툭툭 윤희의 엉덩이를 찬다.
재신 : 야- 야-
윤희 : (곤하게 잠들어 기척도 느끼지 못한다)
재신 : (더 세게 차며) 야-야 안 일어나?
윤희 : (한밤중이다)
재신 : (윤희 귀에 대고 무표정하게) 찬데서 자면 ... 입 돌아간다.
반짝 눈을 뜨는 윤희. 그 눈앞에 거친 인상의 재신이다 윤희와 재신, 눈이 딱 마주쳤다.
어쩐지 서로 무안해진다. 시선 피하는 재신.
윤희 : (어색한듯) 이제 오십니까 사형.
꾸벅 인사하는 윤희 그러나 재신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발로 펑 문을 차고 들어선다.
윤희 재신 뒤에 숨어서 얼른 얼굴 손으로 가린다. 선준의 벗은 몸 때문에 --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는 재신.
문 밖에선 윤희 빼꼼 보면.
60. 중이방 (아침)
단정히 앉아 서책을 읽고 있는 선준.
선준 : 오셨습니까?
재신 대수롭지 않게 벽을 보고 돌아눕는다.
그런 선준의 태연자약한 모습에 윤희 선준에게 따지듯 다가간다.
윤희 : 어..어제는-- 분명(차마 말을 하진 못하고 선준의 옷차림 훑는다)
선준 :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어제..무슨 일.. 있었소?
기막힌 윤희. 그러나 뻔뻔할 정도로 태연하게 책만 보는 선준.
그런 선준을 괘씸한 듯 쏘아보는 윤희.
61. 성균관 후미진 일각 (아침)
어느 전각 뒤 순돌이, 선준에게 꿀물 대접을 건넨다.
선준 : (마시지 않고 물리며) 더는 이리 찾아 오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순돌 : 되련님이 요로코롬 나만 없으면 사고를 치는디 지가 어뜨케 가만히 있어라.. 아니, 평생 입에 대지도 않던 술은 왜 드셨어라?
선준 : (놀랍다) 그건, (흠..애써 태연한척) 어찌 안게냐-
순돌 : 도성 사람이 다 아는 이야길 나가 모르겄소?
선준 : (순돌이 보면)
순돌 : 좌상대감댁 외아들이 술 먹고 개 되얐다고 입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다 허던디요?
선준, 인상 찌푸리는데 순간 떠오르는 어젯밤의 영상들.
FLASH >
술 마시고 토하는 선준.
윤희에게 쓰러지던 선준.
낑낑 대고 선준을 끌고 오는 윤희.
방안에서 옷을 벗던 선준.
하나 둘 영상이 떠오를 때마다 선준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마침내 선준, 순돌 손에 있는 꿀물을 뺏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선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순돌이.
62. 성균관 어느 길목 (아침)
주위를 스윽 살피며 나오던 선준. 헉 놀란다.
그 앞에서 선준을 기다리고 있는 윤희. 팔짱 낀 채 단단히 따질 준비를 갖췄다!!
윤희 : 어젯밤 일..
선준 : --
윤희 : 나한테 지나치게 미안한 나머지 계속 모른척 할 생각인가 본데 ... 이건 빚지고는 못사는 내 성미에도 안 어울릴 뿐더러
예와 법도를 제일로 치는 이선준 유생과도 안 어울리는 일 아니오?
선준 : (모른 척 걷는데)
윤희 : 고마운 건 고맙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 시시비비를 가려(하는데)
선준 : (문득 돌아서며) 어젯 밤 일이라면 혹--
윤희 : (반색) 생각 났소?
선준 : 성균관에 들어온 것이 다 내 덕이다.. 내게 고맙다 한일 말이오?
윤희 : (발끈해서) 아니 그 다음!! 그 다음 말이오.
선준 : (곰곰 생각하는) 그 다음이라면 ... 서재로는 가지 말아달라 내게 애원한 일을 말하나 보오.
윤희 : (기막히다)
선준 : 그 일이라면 내 김윤식 유생의 뜻대로 따를 것이니 아무 걱정 마시오.
성큼 성큼 걸어가는 선준. 윤희 뒷목 잡고 쓰러질 지경이다.
그런 윤희를 슬몃 돌아보는 선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스친다.
E 말 발굽 소리
63. 성균관 앞 도성 거리 (낮)
말을 달려 오는 기별 군사들. 말에서 내리는 군사들 성균관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군왕의 전교를 든 손들.
정조E : 성균관 유생들에게 고한다.
64. 성균관 게시판 (낮)
-청재 앞 게시판 등 성균관 곳곳의 게시판에 풀을 붙이고 방을 붙이는 고장복과 함춘호.
INST >“ 대사례 - 활 쏘는 궁사의 그림. 장원에겐 원점 50점의 상이 주어짐. 예선 탈락자에겐 과락의 벌이 주어진다. ”
정조E : 과인은 * 월 *일 성균관에서 대사례를 실시할 것이다. 장원에겐 원점 50점과 어사주를 부상으로 내릴 것이며
예선 탈락자에겐 과락의 벌이 주어질 것이다. 덕을 숭상하는 젊은 유생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길 바라노라.
- 게시판 앞, 웅성거리는 유생들 우탁 해원 도현 남명식 소론 유생 ..
그 틈으로 파고 들어오는 윤희 게시판 보며 갸웃!!
윤희 : 대사례?
65. 성균관 사대/동재쪽 (낮)
윤희 낑낑 대며 화살을 들어 올리는 윤희. 과녁을 겨눈다는 것이 그만 선준 얼굴 위로,
앗 놀라는 윤희. 화살이 핑 빠져 버리고 선준의 발 아래 떨어지는 활.
윤희 : 자.잘못했소.
선준, 싸늘하게 다가가 윤희의 활을 뺏는다. 윤희 주눅 들어 있다.
선준 윤희 손을 잡고 활을 쥐어 준다. 윤희의 손과 허리를 잡고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선준.
헉!! 당황하는 윤희 훌쩍 떨어지려는데 다시 윤희를 끌어 당겨 안는 선준.
선준 : (윤희 보지 않고 과녁 향한 채) 동방생 중 어느 하나의 탈락은 접원 모두의 탈락이라 했소.
윤희 : -- (얼굴이 붉어진다)
선준 : 누구 때문에 내가 예선에서 탈락하는 일은.. 없길 바라오.
윤희 : (이 인간, 여전히 밉상이다 싶은데)
선준 : (손을 잡고 시위 잡는 법을 가르쳐주며) 어젯밤 날 끌고 다니던 그 아귀 힘은 대체 다 어디로 사라진거요?
윤희, 어라? 기억하나? 싶은데
선준, 허리 숙여 윤희의 다리를 팔자로 벌려준다.
긴장하는 윤희. 선준은 그런 윤희를 전혀 모른다.
선준 : 힘이 들어갔소. 간밤에 문을 너무 열심히 찬 모양이오.
윤희 : (활 들은 채, 고개 숙이며) 어제 일 다-- 기억하고 있었소?
선준 : (내려간 윤희 활 잡아주며) 나 역시 처음이었거든.
윤희 : (보면)
선준 : (윤희 보지 않고) 한 스승께 배운 다 똑 같은 동학이 아닌.. 내 편. - 내 편이 생긴 건 김윤식 그대가 처음이었소.
선준은 대수롭지 않게 윤희의 활을 잡고 있는데
윤희 저도 모르게 선준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준수한 옆모습에 가슴이 설렌다.
시선을 느낀 듯 윤희를 돌아보는 선준. 윤희 머쓱해진다.
66. 성균관 사대/서재 쪽 (낮)
임병춘과 설고봉 하인수 강무 활 시위를 닦다가 기막힌 듯 윤희와 선준을 보고 있다.
임병춘 : 아니 저것들이 지금 뭐 하는거야??
설고봉 : 어라 이선준.. 서재로 안 오나 본데요? 동방생끼리 한접인데.. 아직도 김윤식이랑 딱 붙어 있잖아요.
하인수 : (본다)
임병춘 : 그러게 금상께서 참관하시는 대사롄데 거짓말을 하진 않을테고..
멀리 선준과 윤희를 바라보는 하인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뜬다.
병판E : 대사례라니 대사례라니요!!
67. 좌상 집무실 (낮)
휙 돌아보는 병판. 그 앞에 바둑 기보를 두고 바둑을 두는 이정무.
병판대 : 사례가 뭔지 몰라서 이렇듯 여유를 부리십니까 대감--
이정무 : (여유로운 웃음까지) 사도세자가 성균관에서 즐겨하던 행사가 아닙니까. 해서 사도세자 사후엔 선대왕께선 금하셨던게지요.
병판 : 뭔가 기분이 찝찝합니다. 대감.. 홍벽서는 난데없이 금등지사를 찾지 않나--- 금상은 대사례를 들고 나오지 않나--
이정무 : (바둑기보만 열심히 보고 있다)
병판 : 대감.. 뭐라고 말씀을 좀 해보세요. 금상은 무슨 꿍꿍이랍니까!!
이정무 : (그제야 병판 보며) 그날 밤-- 금등지사를 없앴다 자신했던 사람은 병판입니다.... 아닙니까--- (싸늘한 눈빛)
병판 : (찔끔) 그..그야.. 금등지사는 없긴.. 없지요..
이정무 : (다시 여유) 지금은 말입니다 병판. 수를 놓을 때가 아니에요.
천천히 상대의 수를 복기하다 보면 언젠가--- 수가 보이겠지요..
바둑판에 탕 -- 바둑알을 놓는 이정무.
68. 규장각 (낮)
정약용에게 아주 오래된 듯 변색된 서찰을 내리는 정조.
정약용 서찰을 보고 있다. 놀란 눈으로 정조를 우러르는 정약용.
정약용 : 저..전하 이것은
채제공 : 성균관 박사 김승헌의 유품이... 10년만에 궁으로 돌아왔네.
정약용 : ---
채제공 : 그날 밤 호종하던 성균관 서리가 죽자 그 아들이 보내왔더군.
정약용 : (서찰 보며) 이는 사직상소문... 아닙니까?
정조 : 김승헌.. 그 고약한 인사가 이 못미더운 군왕을 위해 암호로 남긴-- 유언일세.
정약용 : 이... 유언대로라면 --- 전하, 금등지사는 (정조 보면)
정조 : (끄덕이며) 그것이 박사 정약용. 그대를 성균관으로 보낸 과인의 진짜 이유다.
69. 약방 (낮)
충격으로 굳어있는 정약용 앞에 의포를 건네는 손 대사성.
대사성 : 정박사께서 의술에 조예가 있으시니.. 대사례를 준비하는 동안 유생들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세요. 내 말 아시겠습니까?
정약용 : ---
대사성 : (은밀히 다가와) 전하께서.. 성균관에 오시는 일입니다. 이 늙은이가 중앙정부로 들어갈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횝니다.
(손 잡고) 정 박사 내 이렇게 부탁합니다.
정약용 : --
대사성 : (손 뿌리치며 쿵 명부첩 주며) 정박사께선 전하께서 보실 이 명부책도 다 정리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내일 까지!! (패널티다)
70. 성균관 사대/동재 쪽 (낮)
윤희, 활을 들어보지만 잘 될 리가 없다.
윤희를 지켜보는 하인수. 묘한 웃음이 입가에 스친다.
곁의 강무. 임병춘과 설고봉, 신들거리며 윤희 곁으로 다가선다.
윤희 긴장한다.
임병춘 : 어이, 대물 다른 동방생들은 다 어디로 간겐가-
윤희 : 지금은--- 저희 접의 연습시간이 아닙니다.
설고봉 : 근데 넌 지금 여기서 모 하는거냐.
윤희 : 제가 저희 동방생들에게 폐가 되는 것 같아, 연습을 좀.
임병춘 : 이선준이 시키는데로 동재에서 노론과 함께 지내겠다?
설고봉 : 이선준이 하라는데로 우승도 해보겠다?
윤희 : (야무진) 이선준 유생이 아닌 제.. 생각입니다.
임병춘 : (윤희 답답하듯 가슴 팡팡 치는데) 이것들이 정말 매운 맛을 봐야 안 까불지.. 엉?
하인수 : (윤희 본다, 설핏 미소까지)
윤희 : (정말 궁금한 얼굴로) 노론이 동재에서 지내는 것이 잘못이라 하셨습니까?
하인수 : (흥미로운 듯) 그래서..
윤희 : 장의께 맞선다면 살아 남을 수 없을꺼라 하셨지요. 장의께선 그만한 권력도.. 지니고 계십니다.
하인수 : 그런데--
윤희 : 그런데 말입니다. 장의 노론이 동재에서 지내는 일이 그토록 잘못이라면 권력을 지닌 장의께선 왜 원칙을 바꾸지 못하십니까-
하인수 : ---
강무 : (하인수 본다)
하인수 : ---
윤희 : 유생들은 누구나 당색에 따라 동재와 서재에서 거한다.. 이렇게 학령을 바꾸신다면
이선준 상유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을텐데요.
임병춘 : 야.. 너 미쳤어?
하인수 : (보다가) 그러니 이선준은 죄가 없다..?
윤희 : (본다, 반항이 아닌 궁금함이다)
하인수 : (빙긋이.. 웃는다) 네 말이 맞다. 내가 과했다. 생각이 짧았어.
윤희 : (의아하고)
병춘/고봉 : (기막힌데)
하인수 여유로운 표정으로 윤희 앞에 나선다.
하인수 : 내 사과를 하고 싶은데.. (윤희 활을 들며) 내가 한수 가르쳐 주는 게 어떻겠나?
윤희 : (의아한 듯 본다)
JUMP CUT TO >
있는 힘껏 팽팽하게 활 시위를 당긴 하인수. 한쪽 눈을 감은 채 시위를 조준하는 그 모습, 사냥에 나선 야수의 비정한 눈길이다.
과녁 앞에 서 있는 윤희, 그 위에 올라가 있는 작은 복숭아 하나. 하인수의 과녁은 복숭아다.
하인수 : 대사례에서 네가 이겨야할 첫 번째 적은.. 다른 접의 궁사가 아니다.
윤희 : (긴장하는)
하인수 : (시위를 당기고 조준하며) 네 자신이다. 활을 두려워하는 네 자신.
윤희 : (점점 더 긴장이 고조되고)
하인수 :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이는-- 내 너에게 그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과녁 앞에 서 있는 윤희 어찌된 영문인지 모른 채 긴장된 순간이다.
71. 중이방 앞 (낮)
선준.. 활을 해궁하고 있다.
그 때 그 앞으로 사색이 되어 달려오는 천동이.
천동 : 큰 일 났습니다.
선준 : (보면)
천동 : 대물도령이 지금 사대에서~
해궁을 하던 선준의 손이 멈춘다.
72. 성균관 사대 일각 (낮)
하인수의 흔들리는 활시위, 그 너머로 보이는 윤희.
과녁 앞에 선 윤희 겁에 질린 듯 파르르 떨고 있다.
그런 윤희를 쏘아보는 하인수.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73. 사대 앞 거리 일각 (낮)
용하와 재신이 사대 앞 일각을 내려오고 있다.
용하 : 뭐가 불만이냐.
재신 : (의아한 듯, 심드렁하게 보면)
용하 : 대사례가 발표되고 난 자네가 제일 기뻐할 줄 알았네. 문재신, 반궁 최고의 궁사 아니었나.
용하, 재신 쪽 돌아보면 재신 말이 없다.
74. 성균관 사대 (낮)
시위 너머로 파르르 떨고 있는 윤희.
마침내 시위를 탕- 놓으려는 순간 하인수의 손을 잡는 선준.
그러나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 쏜살같이 날아가는 화살.
윤희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에 헉!! 사색이 된다.
과녁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윤희 이마 팍에 명중하려는 찰나. 바람같이 나타난 재신이 와락 윤희를 안는다.
그 서슬에 화살은 막 윤희의 목고개를 빗겨 과녁에 맞아 떨어진다.
윤희를 안고 사대 마당으로 나뒹구는 재신.
윤희 실신한다. 찰나에 일어난 긴장된 순간들이다.
선준 : (하인수의 손목을 잡은 채)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하인수 : 선진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었네만. (비열한 웃음) 왜 잘못인가-
재신, 하인수를 쏘아본다.
75. 약방 안 (낮)
의포를 입고 명부첩을 정리해가던 정약용. 붓이 멈춘다.
김윤식의 부-- 그 자리에 선명하게 써있는 김승헌.. 정약용, 눈이 커진다.
정약용 : 김윤식.. 허면 이 아이가 박사 김승헌의 아들이란 말인가---
그때 달려 들어오는 복동..
복동 : 박사님. 박사님.. 김윤식 상유가...!
정약용, 돌아보면 재신에게 업혀 들어오는 윤희.
그런 윤희를 유심히 바라보는 정약용.
76. 약방 앞 (낮)
술렁 술렁이는 서리들과 유생들.. 해원 우탁 도현도 걱정스러운 표정이고 ..
선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약방 바라본다.
77. 약방 (시간경과/낮)
눈 뜨는 윤희 깜짝 놀라는데 동인형도 보이고 약봉지도 보인다.
약방임을 직감하는 윤희.
벌떡 일어나 앉는 윤희. 습관처럼 은장도를 찾는 손. 그러나 있어야할 은장도가 없다!!
당황하는 윤희 침상에서 내려와 바닥을 더듬는데 그 앞에 멈춰서는 발.
놀란 윤희. 천천히 보면 정약용이다.
윤희 : 스..스승님.
윤희를 꿰뚫어 보는 듯 한 시선의 정약용. 그 시선에 윤희 불안해진다.
자리를 피하고 싶은 윤희.
윤희 : 저..전 이제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윤희 꾸벅 인사하고 스쳐 가려는데.
정약용E : 계집이냐?
윤희 멈칫.. 얼음처럼 굳는다.
정약용 : 대답해라. 상유 김윤식.
윤희 : --
정약용 : 너.. 계집이냐 물었다!!
천천히 정약용을 돌아보는 윤희의 파랗게 질린 얼굴에서.
-4회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