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묵상
제목: 하나님의 팽이치기
지구는 자전한다. 지구는 팽이처럼 돌면서 태양 주위를 돈다. 공전이라고 한다.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들의 모임을 태양계라고 부른다. 태양계도 은하계 안에서 움직인다. 모든 만물은 회전을 한다. 팽이처럼 돌고 또 돈다.
하나님이 만물을 운행하시는 믿음을 성경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히브리서 1:3), ‘만물을 살게 하신 하나님’(디모데전서 6:13). 아마 만물이 질서 가운데 운행되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 만물을 붙드신다고 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하나님이 만물에게 생명을 공급하시므로 만물이 살아 있는 것이라고 성경의 기자들은 생각한 것 같다.
나는 이런 믿음을 ‘하나님의 팽이치기’로 표현하고 싶다. 하나님이 이 거대한 우주 만물을 팽이처럼 돌게 하시므로 그 안에서 온갖 생명이 자라고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질서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하나의 비유이며 은유다.
최치원은 신라 말기의 사람이다(857~903년). 최치원이 죽은 후 15년만에 고려가 개국했다(918년). 그런 어수선한 시대에 당나라에 가서 최고의 학문을 닦고 공을 세운 후에 귀국하여 관직에 올라 뜻을 펼치려 했으나 현실정치의 벽에 막힌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이상과 뜻을 현실에 적용하지는 못했지만 글을 남겼다. 계원필경이라는 문집과 난랑비서문이 그것이다.
접화군생은 화랑 난랑을 위한 비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대구한의대 송의호 교수는 접화군생을 이렇게 설명한다: ‘접화군생(接化群生)의 접은 관계, 화는 순환, 군은 다양성, 생은 생명으로 뭇 생명에 다가가 사귀어 감화시키고 변화시키고 교화하자는 공동체 정신이다.’ 나는 이 말이 우주 전체가 동시에 돌아가는 모습에 비유하고 싶다. 우주는 그 자체로 일종의 팽이처럼 돌면서 만남과 순환의 다양한 몸짓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역할과 소명은 무엇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것은 접화군생에 초대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팽이치기에 동참하라는 초청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하나님이 손수 이 우주 만물을 붙드시고 살게 하신다. 그것은 접화군생의 오묘한 이치이며 팽이처럼 신명나는 회전운동이다. 인간은 그것을 더 풍성하게 하는 일을 하라고 지어졌고 부름을 받았다.
<끝>.
참고:
성동구청 기독신우회 설교 중에서
https://youtu.be/mVYyDa3eLmM?si=-6sGR4dWZHVft4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