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플러스] “국수 맛이 끝내줘요~” | 2010-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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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전문점 ‘잔치하는 날’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국수를 만드는 곳이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만으로 국수를 만들고,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에 맛도 위생도 신경 쓴다는 어르신들. 국수를 만드는 즐거움과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는 기쁨으로 일하는 어르신들을 만나봤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끝내줘요! 경기도 안양시 호계도서관 입구에 위치한 국수 전문점 ‘잔치하는 날’. 작은 규모의 가게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국수를 먹으려는 손님들로 어느새 가게가 시끌벅적하다.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르신들이다. 하얀 모자에 앞치마와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은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하며 주문을 받는다. 메뉴판에는 잔치국수, 김치말이국수, 비빔국수, 도토리묵국수, 해물칼국수, 어묵국수 등 다양한 국수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가격은 2000~3000원으로 부담이 없다. ‘잔치하는 날’은 안양시니어클럽에서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도록 추진한 신규 사업이다. 안양소상공인협회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조사하고 상권을 컨설팅하는 등 많은 준비 끝에 오픈했다. ‘잔치하는 날’을 홍보하기 위해 복지관과 근처에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어르신 잔치에 쿠폰을 나눠드려 자연스럽게 어르신과 지역 주민들이 찾아오게 했다. 어르신들은 복지관 게시판에 모집 공고나 주위 분들의 추천으로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오픈 전 국수 전문 음식업체에서 1~2주일가량 육수 내는 방법과 밀가루 반죽, 국수 뽑는 법을 배웠다. 주부였던 여자 어르신들이 대다수라 음식 맛은 좋았지만, 일관성이 없어 조금씩 음식 맛이 다른 것이 문제였다. 음식 맛을 통일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손호영 사회복지사는 레시피를 만들어 어느 어르신이 만들어도 동일한 맛이 나도록 했다.
조미료 없이 신선한 재료로 만든 국수! 어르신들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이틀에 한 번 출근한다. 육수를 담당하는 어르신은 멸치·북어·무· 다시마·양파 등을 넣어 푹 고아내고, 김치를 담당하는 어르신은 김치며 고명에 쓸 호박·당근·깻잎을 준비한다. 주방에는 항상 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국수를 삶아 손님에게 낸다. 초기에는 육수에 재료가 빠진 적도 있고, 국수를 잘못 뽑아 예쁘게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보다 어르신들이 제일 다루기 어려웠던 것은 컴퓨터다. 계산을 잘못해 누락되고, 거스름돈이 더 나가고 덜 나간 적도 있지만,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다루고 있다. 영하의 추운 날씨, 두툼하게 옷을 입고 한 어르신이 웃으며 찾아왔다. 몸이 불편해 택시까지 타고 온 이숙자 어르신은 얼마 전 ‘잔치하는 날’에서 국수를 드신 후 팬이 되어 자주 오고 있다. 오늘도 따끈한 국수가 생각나서 발걸음을 했다는 이숙자 어르신은 “담백하고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어서 왔다”며 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다섯 살 된 아들 민훈이랑 ‘잔치하는 날’을 찾은 이민서 씨는 “아이랑 먹어도 부담이 없고,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음식이라 믿고 온다”며 주문을 했다. ‘잔치하는 날’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자극적인 조미료를 쓰지 않고, 재료도 신선하고 좋은 것만 사용해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잔치하는 날’의 이덕순 어르신은 “6~7년 병원에서 봉사하다 주위에서 ‘잔치하는 날’에서 일해 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로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아 복지사를 자주 부르곤 했죠”라며 “이 나이에 용돈 버는 것도 쉽지 않은데, ‘잔치하는 날’을 통해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즐거움이 커요” 라고 말했다. 김묘순 어르신 역시 “70세가 넘으면 휠체어나 지팡이에 의지해서 사는 경우도 있다. 일하기가 쉽지 않은데,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가끔 다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우리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준비해요”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하겠다고 웃었다.
어르신들의 친구, ‘잔치하는 날’ 어르신들과 함께 ‘잔치하는 날’을 운영하는 안양시니어클럽은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통해 어르신들이 일하면서 어려움 점을 복지사가 직접 듣고, 개별 상담을 통해 일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펴 어르신이 현장에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다른 사업장의 어르신들과 함께 웃음 치료 등 강의를 하고 있으며, 어르신이 일을 그만두면 다른 곳과 연계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잔치하는 날’은 국수 맛이 주위에 소문나면서 하루에 100그릇씩 매출을 올리고, 한 달에 약 800만~900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성경대학교 입구에 2호점이 개업해, 근무하는 어르신들도 늘었다. 손호영 복지사는 앞으로 3호점을 내 어르신들이 즐겁게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국수는 어르신들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잔치하는 날’을 찾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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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군요. 지나가다 먹어 본것도 같고...
좋은일도 하는 곳이군요.^^*
저희 집 근처네요. 휴일에 꼭 한 번 들르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