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2
ㆍ아기를 재우고 굴 따러 간 애틋한 모정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오랜만에 받은 원고 청탁이라 가볍게 응했다. 그러나 ‘내 인생의 노래’가 무엇이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래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 노래를 좋아한다 생각했고, TV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는데 막상 ‘내 인생의 노래’가 무엇인지 물으니 답이 안 나온다. ‘도저히 원고를 쓸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분에게 청탁하라’고 전화를 걸까 하다가 나 때문에 곤혹스러워할 그분에게 미안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 인생의 노래가 어떤 노래일까? 다시 곰곰이 생각해도 노래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내가 무심코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는 무엇이었지? 생각해 보니 손녀가 보채며 잠들 때 어르느라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고, 화가 겸 동시인 한인현 님이 작사한 동요 <섬집 아기>다.
그는 6·25 전쟁 직후 부산 앞바다 작은 섬마을을 지나가다가, 빈집에 아기가 혼자 잠들어 있는 걸 발견하는데, 멀리서 굴을 따다가 낯선 사람이 자신의 집을 바라보는 걸 본 엄마가 미처 다 캐지도 못한 굴 바구니를 들고 모랫길을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써 내려간 동시라고 한다.
이후 1950년 이흥렬 작곡가가 곡을 붙여 <섬집 아기>라는 동요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는 6·25 전쟁 훨씬 전인 1946년 발표된 동시집에 있고, 6·25 직전인 1950년 4월 나온 잡지에 재발표되었기 때문에 6·25 직후 작사한 시라는 이야기는 허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 아기가 걱정되지만 생계를 위해 멀리서 집을 바라보며 굴을 따고 있었을 엄마의 모습이 선하다. 파도 소리에 잠든 아기. 낯선 이가 집을 훔쳐보는 모습에 허둥지둥 굴 따던 손을 멈추고 뛰어오는 엄마. 바닷가 마을, 아기를 재우고 굴 따러 간 엄마의 아기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배어 나오는 노래다.
서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구슬픈 느낌을 주기도 하는 노래다. 그래서 혹자는 아기가 혼자 집을 보는 무서운 느낌이 드는 노래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나는 늘 마음이 안정되지 않거나 어떻게 할까 고민할 때 <섬집 아기>를 무심코 부른다. 이 노래를 부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지며 푸근해짐을 느끼게 된다. 망설망설하던 고민이 사라지고, 상처받았던 마음이 스르르 풀림을 느낀다. 그래서 손녀를 재울 때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울며 보채다 노래를 들으며 잠든 아기 얼굴. 그것을 보며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아마 그런 노래가 가져다주는 포근하고 감성적인 느낌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보통 지인들과 노래방에 가면 좋아하는 18번을 부르라는 주문을 한다. 언뜻 생각이 안 나 노래책을 뒤적이다가 겨우 선곡을 하게 되나 실패하기 일쑤다. 부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부르면 왠지 흥이 나고, 부르면 즐거워지고, 부르면 슬퍼지는 노래. 그런 노래가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런 노래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어 감사하는 마음이다.
< 임순혜 가짜뉴스 체크센터 공동추진위원장>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2006261528341#csidx994d3a3203caa7cb5765756660c8493
첫댓글 동요를 좋아해서 <한국동요음악협회> <한국동요작사작곡가협회>에 가입하여
작곡으로 발표된 동요가 어느새 23곡, 불교동요가 4곡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도 올라와 있고 유튜브에서 검색하여도 나오고
멜론, 지니 뮤직, 벅스(BUGS) ... 등 음악싸이트에도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그래서 동요에 관련된 글만 보면 관심있게 읽게 되네요.
<섬집 아기> 우리도 많이 불렀고 좋아하는 곡이지요?
[주간경향] 에 실려있는 <내 인생의 노래> 공감되기에 옮겨왔습니다. ^^
아름다운 노랫말이지만
이노래를 들으면 왠지
슬픈 생각이 납니다